한국이동통신이 8일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디지털이동전화 시스템 공급업체로 LG정보통신을 선정한 것은 무엇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용서비스에 나설 예정인 신세기통신의 도전의지를 사전에 고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으로 분석된다.
우선 장비 제안요청서 발송부터 공급업체 선정에 이르는 구매일정이 초특급 으로 이루어진 데서 한국이동통신이 디지털화에 대한 "욕심"을 읽을 수 있다. 한국이동통신이 장비업체에 제안요청서를 발송한 것은 지난 3월22일. 장비업체 선정발표까지 한달 남짓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3개 장비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만을 검토하기에도 빠듯한 일정이다.
이처럼 디지털 이동전화시스템 도입일정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재 아날로그 시스템의 수용용량 한계를 극복하면서 *후발 경쟁자인 신세기통신의 부상을 사전에 차단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두가지 위협에 대한 적극적인 타개책으로 "조기 디지털 망 구축"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현재 한국이동통신은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통화품질 악화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영동.광화문 등 통화밀집지역에서의 이동전화 통화품질이 현재의 아날로그 시스템으로는 "해결 불가"의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실무자들이 실토 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상황으로는 잘 견뎌봐야 올해 8월까지가 한계라는 위기의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이동통신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통화 밀집지역에 오는 7~8월경 미니미니셀이라는 신장비를 도입키로 하는 등의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통화율 향상대신 통화 품질 악화를 감수해야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두가지. 첫번째로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일단 제2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의 반발과 정부의 주파수 정책으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게 된다. 동일한 주파수 대역으로 훨씬 많은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결국 디지털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한국이동통신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한국이동통신의 이번 장비업체 선정이 전적으로 통화품질 개선을 위한 것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비업체들에게 제안요청서를 발송할 당시 한국이동통신 CDMA 관련부서의 한 관계자가 "내년 1월1일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 발언 은 경쟁상대인 신세기통신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실시 계획 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한국이동통신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계획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아무래도 제2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이다.
한국이동통신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날로그서비스의 통화품질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신세기통신의 기본적인 영업 방침에 대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신세기통신이 한시름 놓은 것은 한국이동통신의 구매물량이 당초 계획보다 상당부분 줄었다는 점이다.
한국이동통신은 3월말 교환기 6대、 기지국장비 1백70여 시스템、 단말기 5천대등을 구매키로 했던 계획을 수정、 우선 이번에 수도권만으로 디지털장 비 설치지역을 한정키로 하고 구매물량을 교환기 2개시스템、 기지국 1백여 개로 줄였다.
구매물량을 축소한 것은 CDMA장비 개발이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웠고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통화품질이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한국이동통신의 CDMA장비 업체 선정으로 국내 이동전화 서비스와 장비 시장은 본격적인 디지털 경쟁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특히 삼성이 신세기통신、 LG가 한국이동통신의 공급권을 각각 따냄에 따라 그동안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의 3개사 경쟁체제로 진행돼온 CDMA 장비 개발경쟁 구도가 삼성-LG의 양극 구도로 전환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