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표준규격 주도권 "혼미"

차세대기록매체의 주도권은 어디로 돌아갈까.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표준규격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도시바중심의7개사연합과 소니-필립스진영간의 주도권경쟁은 지난달 말을 계기로 그 중심 무대가 컴퓨터분야로 옮겨지면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달 초 사용자측인 미국의 대형컴퓨터업체들이 규격통일을 강력히 요구하며 통일규격안까지 제시、 주도권경쟁은 더욱 혼미해지며 그 향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DVD의 주도권 방향은 도시바진영으로 향했다. 기억용량의 크기에서 우세를 보이는 도시바진영에 미국의 대형영화사들이 상당수지지를 표명、 주도권경쟁에 어느정도 우열이 가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양상은 그 경쟁무대가 컴퓨터분야로 옮겨지면서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도시바와 소니 양진영은 미국의 대형컴퓨터 5개사를 상대로 자신들의 규격 및 시작품에 대한 설명회를 각각 열었다. 이에 대해 이들 5개사는 "규격통일"을 단서로 달고 지지표명을 일단 유보했다.

이어 곧 바로 소니-필립스는 자신들과 CD롬에서 라이선스계약관계에 있는 수 백개업체들을 대상으로 회합을 가졌다. 이 결과 리코、 알프스전기、 미쓰미 전기 등 일부 주변기기업체들로부터 지지를 얻어 냈다.

지난달 말을 고비로 DVD를 둘러싼 주도권경쟁이 종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소니는 일부 주변기기업체들이긴 하지만 지원군을 얻은 것이다. 반면 도시바진영은 지원군 수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컴퓨터분야로 경쟁무대를 옮기고 나서는 별로 얻은 게 없다. 그리고 이들 양 진영 모두 컴퓨터업체들 로부터 "규격통일"을 요구받고 있다.

컴퓨터분야에서의 세불리기 경쟁은 양진영이 대조적이다. 도시바등 7개사연 합이 대용량화등의 기술우위성을 강조하는 정공법을 구사하는 반면 소니-필 립스진영은 주변기기업체를 일단 포섭하고 나서 컴퓨터업계로 접근한다는 우회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결과、 지금까지의 주도권경쟁은 "영화분야에서 도시바 우위"、 "컴퓨터 분야에서 소니진영 일단 우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말 현재 도시바、 마쓰시타전기산업、 히타치제작소、 파이어니어、 타임워너(TW)、 MCA、 톰슨 등 일.미.유럽 7개사연합이 제안하는 SD 슈퍼덴시티 규격 에 가담한 업체수는 주도업체 7개사 포함 총 17개사에 달한다.

일본빅터、미쓰비시전기, 일본컬럼비아、 제니스 일렉트로닉스、 MGM、 삼성전자 SKC、 파이어니아LDC、 도시바EMI、 터너홈 엔터테인먼트등 10개사 는 지지표명하고 있다.

도시바진영의 "SD규격"은 지난달 28일의 발표로 분명해졌다. 내용은 *단면 으로 기억용량이 5GB인 "SD5" *양면으로 10GB인 "SD10" *양면을 단면으로 부터 재생하는 9GB의 "SD9"등 3가지가 골자.

이에 맞서고 있는 소니-필립스진영의 "하이덴시티(HD)규격"에는 알프스전기 、 미쓰미전기、 티악、 리코、 에이서 페리퍼럴즈、 와네스 페리퍼럴즈、 일본빅터、 3M등 8개사가 지지를 표명했다. 특히 일본빅터는 가라오케(영상 가요반주시스템)에 소니규격을 채용한다고 밝혀 양다리를 걸치게 된다. 소니진영의 규격은 소니와 3M의 공동기술을 채용한 단면.2층식의 7.4GB.

양진영간 규격차이는 디스크의 구조와 기억용량이다. 디스크에서 소니-필립스진영이 기존 콤팩트디스크(CD)와 같은 두께 1.2mm 1장의 단판식을 주장하는 데 대해 도시바진영은 두께 0.6mm디스크 2장을 결합한 양판식이다.

기억용량에서는 도시바진영이 10GB、 소니진영이 2층식으로 최대 7.4GB를 각각 내세우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양진영은 지금까지 이 대용량과 사용편리성(호환성)을 놓고 주도권을 겨냥한 논전을 되풀이해 온 셈이다.

DVD는 원래 용도가 영화등 영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 본래의 용도로 무대 를 제한하면 양 진영간의 세규합경쟁은 한결 단순해진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시대를 겨냥、 이 DVD를 컴퓨터의 정보기록에 응용하려는 요구가 높다. 이 때문에 결국 주도권경쟁은 더욱 복잡해지게 된 것이다.

AV기기、영화계에서는 도시바진영이 유리하다. 반면 소니진영은 CD롬등 컴 퓨터주변기기업체를 등에 업고 세불리기에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규격경쟁의 향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컴퓨터업체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IBM、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패커드(HP)、 컴팩 컴퓨터、 애플 컴퓨 터사등 컴퓨터관련 대형 5개사는 이달 초 양 진영의 규격통일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통일규격안"을 제안했다. 내용의 뼈대는 기존 CD롬과의 호환성과 저가격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이들의 제안을 수용한 양 진영의 새 규격 제안이나 양진영간 규격통일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물론 컴퓨터업계가 복수의 기록장치를 시장에 병존시키며 발전해 온 만큼 컴퓨터업체들의 지지가 곧 DVD경쟁의 우열을 가리는 잣대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DVD 당초의 목적을 고려하면、 컴퓨터업계뿐만이 아니고 AV기기.영화업 체들의 지지를 앞으로 얼마만큼 더 확보해 나가느냐가 우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