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불행하게도 대형사고와 참사가 나라안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구포열차사건, 서해페리호사건, 목포항공기추락사건, 충주호선박화재사건, 아현동가스관폭발사건, 그리고 이번의 대구지하철가스 폭발사건 등이 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간에 공통속성 이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고 발생원인이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것이그 첫번째 공통점이다. 어느 일방의 잘못에 의하여 야기된 사고가 아니라 관련당사자 모두가 불법및 부주의에 의한 사고라는 점이 그 두번째 공통점이 다. 감독책임이 있는 정보의 실패, 공사나 사업을 맡은 민간의 실패가 어우러진 총체적 실패인 점도 공통점이다. 사고가 나면 가해자는 계속 거리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지만 피해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된다는 점도 빼놓을수없는 공통점이다.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사고후의 정부와 관련기관의 대책이 신속하고 근본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실은 그것이 대중요법이요 땜질 식이라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러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공공부문 전산화 촉진에 몸담아 온 필자 의 관심을 끄는 사안이 있다. 해당업무의 전산화.정보화가 되지 않고 주먹구 구식으로 일을 하다보니 이런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언론이나 전문가의 진단이 감초처럼 등장하고 이에대해 해당부서도 엄청난 돈을 들여 전산화를하겠다는 발표를 서슴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이나 서울의 세무비리사건 과 대구지하철가스관폭발사고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정부는 사고후 곧장 지방세와 국세의 전산화를 해서 세무비리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또 실제로 그런 작업이 여러 곳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사고가 난 후 건설교통부도 통상산업부도 서둘러서 수백억원을 투입해서 지하매설 물관리를 위한 GIS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왜 GIS가 진작구축되지 않았는지 감사를 한다는 소문도 있다. 이제는 정부도 효과적인 업무처리를 위해서나 사고방지와 처리상의 투명성제고를 위해서도 전산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처럼 어렵던 공공부문의 정보화가 이제는 국가 주요업무의 기반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런 발표가 나올 때마다 걱정이 많아진다. 마치 전산화가 만병통치 약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제일 큰 걱정거리다. 전산화.정보화가 행정의 효율성 및 투명성 제고의 가장 유효한 수단임에는 이의(이의)가 없으나 그것으로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의해결을 위해서는 행정개혁의 문제, 제도개혁의 문제가 우선 검토되어야 한다. 전산화.정보화는 그 다음의 문제다. 현행업무의 전산화.정보화는 기껏해야그 효과가 부분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체험하고 있다. 정부가 맡아야 할 업무와 시장 즉 민간이 담당해야 할 업무 재정의 정부부서 및기관간의 업무 통합 및 조정, 개개업무의 재설계 및 그 실효성이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 전산화.정보화는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이 므로 자연스럽게 그 이용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지하매설물관리를 예로 들자. 현재대로라면 통신, 상하수도, 가스, 지하철 등이 따로 기관별로 구축되게 되어 있다. 이들은 통일되게 정확한 지도위에 사실대로 정보화되고 또 필요 한 기관과 담당자들이 즉시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야 그 실효성을 발휘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여전히 기관별로 대책들을 서둘러 발표한다. 전산화가 선(선) 일수가 없는 데도 말이다.
피터 드럭커는 말한다. 행정개혁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방식이 땜질식(patch ing)때문이요, 인력감축(down-sizing)에 주력하기 때문이라고. 행정개혁은지 속적으로 추진하되, 새로운 사고, 새로운 구조와 절차를 그 주된 산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아무리 그 의도가 선하다고 해도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업무는 과감히 버릴 줄 아는 것이 행정개혁의 핵심이라 하였다. 땜질식 대응과 인원감축에만 촛점을 둔 개혁은 "진단없이 다리를 절단 하는 것과 같고 이는 또 다른 부상자를 야기시킬 뿐"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모처럼 유효한 행정개혁의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이 사건.사 고의 땜질식 처방의 부상자가 되지 않길 바란다. 이는 제도개혁과 전산화.정 보화가 병행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한국전산원초고속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