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산업의 발전방향

세계 D램시장이 예상밖의 호황을 보이고 있다. 세계 반도체통계(WSTS) 에 의하면 올해 시장은 3백94억달러로 68.4%의 고도성장을 구가할 전망이다.

이는전세계 D램의 최대 수요처인 PC의 고도성장과 멀티미디어 응용이 급속하게 진전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며 이러한 호황은 향후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계 D램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업계도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으며 16MD램과 64MD램 양산준비 도 착실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D램은 이제 국내전자산업의 효자품목으로 대접받기에 이르렀다. 사실 가전산업위주의 조립산업으로 성장해온 국내 전자산업은 그 산업구조와 경쟁력 측면에서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최 근들어 불어닥친 국내시장개방압력, 수출규제 등으로 가전산업이 어려울때등장한 D램의 호황은 국내 전자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품목이 되었다.

반도체D램이 호황을 구가하는 이 때에 반도체 연관산업의 동반적 발전을 계획하여 추진함으로써 D램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준비할 때이다. 사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근원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면 기억소자 편중으로 인한 수급구조 불균형, 제품설계 및개발능력의 부족, 반도체재료 및 장비산업의 취약에 따른 대외의존도 심화 등 구조적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이 외에도 고도의 지식집약산업인데도 불구하고 기술인력이 제조기술에 편중 되어 창조적인 제품개발에 필요한 기술개발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산업이 추구해야 할 발전방향은 크게 5~6개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메모리편중의 대량 생산구조에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은 주문형 반도체(ASIC), 마이크로 컴포넌트등 전용 및 고기능 제품 의 고객위주의 생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반도체산업은 D램, S램등 범용품의 생산자 위주로 공급체계를 갖추고 있어 여건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 구조이다. 또한 모스 메모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마이크로 프로세서등 논리소자의 비중이 낮은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메모리 대 비메모리의 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40대60으로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음은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반도체 장비 및 재료산업이 취약해 반도체소자 산업의 성장에 따라 창출되는 상당부분의 부가가치가 해외로 유출될 뿐 아니라 안정적 성장과 기술발전에도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가전 통신기기, 컴퓨터등 시스템산업이 반도체산업을 밑에서 밀어올리는 불가 분의 수직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정보통신 시스템 산업육성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9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반도체 생산량의 90%이상을 수출하고, 국내 반도체 수요의 80%정도를 수입하는 파행적인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 제3위의 반도체 생산국에 걸맞는균형잡힌 산업구조로 실질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이다.

기술개발력 부족은 우리 반도체산업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로 지적 되고 있다. 반도체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기술과 설비도입에 의해 그래도 메모리분야에서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는 전기를 맞이했다. 사실 메모리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표준품목으로 칩구성이 상대적으로 간단, 설계개발이 용이하였고 특히 공정기술개발을 통한 자체 기술력확보가 가능했다. 최근에는 메 모리반도체의 경우 기술개발력도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였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의 기반기술이 되는 요소기 술, 주변산업기술, ASIC논리소자, 화합물반도체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기술개 발력이 절대 열세에 놓여있다. 반도체 설계기술, 미세가공기술, 관련재료 및부품기술 검사프로그램 개발능력, 시스템산업과 연계한 시스템설계기술 등은 시급히 확보해야 할 기술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지식집약적 고급인력 양성문제, 반도체 호황에 비례하여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나는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문제 등도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호황을 맞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적 우위를 계속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우리 반도체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산업계는 물론 정부에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반도체는 호황이 니까 이젠 됐다"라는 원시적 발상은 극히 위험한 것임을 지적하며 호황의 시기를 그동안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