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벨 사우스, 빠른통신환경 변화 느린 대처방법 "눈길"

통신시장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그동안 영락을 모르던 미국의 지역벨사인 벨 사우스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 일단은 사업영역에 대한 규제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장거리전화업체들이 지역전화서비스 시장으로 밀려들어 온데서 비롯됐다.

벨 사우스의 사업지역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장거리전화업체인 MCI커뮤니케이션즈사가 진출한 것을 신호로 여타 경쟁업체들이 휴대전화 서비스시장등 벨 사우스의 시장을 여러 방향에서 조여 오고 있다. 다른 지역벨사인 벨 애 틀랜틱이나 퍼시픽 텔레시스그룹의 멀티미디어부문을 비롯한 대화형 사업 진 척도에 비해 벨 사우스의 대화형 사업은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보호, 즉 규제속에서 성장해 온실생활에 길들여진 벨 사 우스로서는 오랫동안의 안온의 껍질을 박차고 나갈 생각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수익이 1백68억달러였던 기록에서도 나타나듯이 벨 사우스는 지역벨 사 가운데 경영상태가 가장 좋은 형편이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벨 사우스가 통신.케이블TV.오락산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벨 사우스는 이제 핵심사업인 지역전화서비스와 휴대전화 서비스부문이 위협을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디지털기술이 빠른속도로 발전하고 있고그동안 벨 사우스를 보호해 주었던 규제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따라서 벨 사우스는 발전 가능성이 희박한 업체중의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업체들은 새롭게 펼쳐지는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을 과감하게 추진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벨 사우스는 멀티미디어의 핵심기술인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에 비해 경쟁업체인 퍼시픽 텔레시스는 오는2002년까지 1백6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해서 벨 사우스가 SBC커뮤니케이션즈나 US웨스트처럼 케이블TV부문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아니다.

벨 사우스는 최근에 와서야 겨우 월트 디즈니및 아메리테크、 SBC커뮤니케이션즈등과 프로그램의 공급과 관련한 제휴 관계를 맺었다.

때문에 업계의 관심은 벨 사우스의 존 클렌데닌 회장이 과연 멀티미디어시대 에 벨 사우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를 이끌어 가던 벨 애틀랜틱조차도 비디오 서비스사업 중단을 발표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 환경속에서 클렌데닌은 벨 사우스의 느린 행보가 시행착오를 피해가는 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사려깊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벨사우스의 이같은 전략은 최근 있었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개인 휴대통신서비스 PCS 의 라이선스 경매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있다. 나이넥스.벨 애틀랜틱등 경쟁업체들이 휴대전화업체들과의 경쟁에 대비 총 77억달러를 들여 저렴한 무선통신 서비스를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는동안에도 벨 사우스는 초연한 자세로 일관했던 것이다. 그러나 클렌데닌회장 은 벨 사우스가 마냥 느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벨 사우스는 GTE.스프린트등과 함께 노스 캐롤라이나주에 미국 사상 최초로 병원과 대학.연구기관을 잇는 주단위의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위해 7천만달러 를 투자했다.

또한 해외에서는 어떤 업체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미.아시아.중동.

유럽의16개국에 9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벨 사우스는 이들 지역 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존 전화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벨 사우스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그들은 오랫동안 준비한다. 그러다가 일단 투자방향이 옳다고 판단되면 매우 공격적으로 움직인다 고 앤더슨 컨설팅의 관계자는 말한다.

클렌데닌은 벨 사우스의 회생책으로 비용 절감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는 지난 2년동안 1만2백명의 종업원을 해고했고 앞으로 1만5천명을 추가로 해고、 오는 98년까지 총 5만6천명을 회사에서 내보낼 방침이다.

벨 사우스는 또한 지난 92년 2백88개의 영업소중 70%의 문을 닫았다. 소모 적이고 비효율적인 운영을 중앙집중적인 효율적 서비스로 바꾸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결과、이전까지 증가일로에 있던 경상비용증가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정도의노력은 어느 업체나 기울이고 있는 지도 모른다. US웨스트는 이미지난해 5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2개의 지역 케이블TV업체를 매입하고 3억달 러를 투자、 케이블TV와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의 성능향상에 나섰다.

조지아주의 전화시장이 개방되면 벨 사우스는 US웨스트와 한판 경쟁에 들어갈 것이다. AT&T와 MCI、 스프린트등 장거리전화업체들도 지역전화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더욱이 케이블TV업체에서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이르는 모든 거한들이 지역벨사의 텃밭으로 몰려들고 있다.

벨 사우스는 그러나 케이블TV사업에서 만큼은 좌절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이미 벌어진 경쟁에서 완전히 이기기 위해 관련장비 구매에 나서고 있고 광케이블망 구축 계획도 세워두었다. 또한 월트 디즈니사와 제휴、 주문형 영화(MOD)서비스나 비디오게임.홈뱅킹.홈쇼핑등의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선통신부문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앞으로 PCS시장 성장가능성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는 PCS가 기존 휴대전화에 비해 주파수 범위가 좁고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벨 사우스는 휴대전화시장을 압도하고는 있지만 GTE등으로부터 계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GTE는 애틀랜타등지에서 2천만달러를 들여 PCS네트워크 라이선스를 구매하는등 공격적인 확장책을 펴고 있다.

PCS에 대한 확신이 아직은 약하지만 클렌데닌은 무선 네트워크를 아날로그에 서 디지털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내년예산에 7억5천만달러를 책정해 놓았다. 통신 관련시장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가 되었고 "느린 걸음은 곧도태 라는 생존의 법칙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통신시장 환경속에서 벨 사우스의 몫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 다. 그러나 제대로 챙길 수만 있다면 이 몫도 적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