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세트업계, 부품산업으로 눈돌려

"부품시장을 잡아라" 일본의 대형 세트업체들이 최근들어 부품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디 오.TV 등 가전제품으로 전세계에 명성을 떨쳤던 일본의 대형 세트업체들이 부품산업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샤프.산요.마쓰시타.

샤프사는 사업방향을 기존의 세트산업에서 부품산업으로 바꾸고 있다.부품산업중에서도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는 첨단부품에 집중하고 있다.

샤프는최근 브라운관에 비해 매우 가볍고 화면이 선명한 박막액정표시장치 TFT-LCD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몇년 후면 TFT-LCD가 현재 대부분의 전자제품 디스플레이를 차지하고 있는브라운관을 몰아낼 것이라는 게 샤프의 계산이다.

샤프는 TFT-LCD부문이 앞으로 전체 매출액중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샤프의 부품산업에 대한 열의는 단지 투자계획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샤프는 지난해 1조2천4백억엔의 매출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품산업에 서 올렸다.

오디오등 가전제품으로 잘 알려진 산요사도 부품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산요는 배터리사업이 미래에 유망하다고 보고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산요는 전체 매출액중 배터리의 비중을 12%까지 끌어 올릴 방침이다.

산요는부품산업의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으며 오는 97년까지 이를 50%까지 증대시킬 방침이다.

최근 마쓰시타도 점차 세트산업에서 부품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무리하게할리우드 영화산업에 진출했다가 낭패를 당한 마쓰시타는 부품산업 의 높은 수익성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마쓰시타는 앞으로 3년동안 2백억엔을 투자해 TFT-LCD를 생산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처럼 대형 세트업체들을 유혹하는 부품산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우선대형 부품업체들의 수익성을 들 수 있다. 지난해초 일본경제의 장기불황으로 전자산업이 휘청거리고 있을 때 교세라.무라타.롬사 등 대형 부품업체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익이 증가 했다.

올해도 이들 대형 부품업체들의 사업은 장밋빛을 띨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들 업체도 올해 수익이 지난해에 비해 30~6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은 또 올해 제품의 마진폭이 14~21%나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초부터 나타난 초엔고 현상도 세트업체들이 부품산업에 진출하는 한 이유가 되고 있다.

대형 부품업체들은 엔고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대형 부품업체들은 전세 계의 세트업체에 중요한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외국의 많은 세트업체들은 엔화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거래처를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부품값이 인상되더라도 이들 업체로부터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형 세트업체들이 부품으로 진출하는 데는 부품산업이 지닌 몇가지 본질적 인 특성에서도 비롯된다.

우선 부품산업은 매우 전문화되었다. 세트업계에서는 한 업체가 잘 팔리는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다른 업체가 곧이어 같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부품시장에서는 쉽게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일단 수요가 높은부품을 개발하면 장기간동안 시장에 독점으로 공급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부품산업이 세트산업에 비해 마진폭이 높은 것도 일본의 부품산업이 발전하는 이유다. 업체간 경쟁이 세트산업에 비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마진폭이 당연히 높은 것이다.

대형세트업체들이 부품산업에 진출함에 따라 일본전자산업의 역기능도 배제 할 수 없다.

대형세트업체들이 부품산업에서 정상궤도에 들어올 경우 부품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일본업체끼리 마진폭을 줄이는 제살 깎아 먹기식 현상이 나타날 수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부품산업에 진출한 대형 세트업체들이 노하우의 부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