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일 기술도입

첨단기술이 부족한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이 외국으로부터 핵심기초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기술이 축적됐다는 가전3사도 외국으로 부터 전자관련기술을 도입하지 않는 업체는 한 곳도 없다. 가전3사 모두 미국 일본、 유럽의 유명전자업체와 20여건의 기술제휴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일 기술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데 있다. 가전업체의 기술도입 계약이 거의 일본업체와 이루어져 있다. 물론 전자 기술의 대외의존도문제는 단순히 일본유명업체와 기술계약이 많다는 것을두고하는 말이 아니다.

최근들어서도 우리나라 가전업체의 일본 전자기술도입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일본기술이 아니면 첨단기술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 기술도입으로 갖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일본업체들 은 우리업체들과의 기술제휴시 불평등계약을 강요하는가 하면 비밀엄수조항 까지 넣어 불리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 경영참여、 설비와 기자재도입 의무화를 기술제휴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경우도 적지않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기계약은 없다. 5년이상이 기술계약의 기본기간으로 생각할 정도이다.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국내업체와 LDP기술계약을 맺고 있는 산요사 는 캠코더기술의 추가계약요구에 자사 캠코더설비 인수를 강요하는가 하면소니사는 8mm캠코더기술 공여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내용의 비공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샤프사는 자사기술적용 세탁기의 외국수출금지를 、 도시바사는 VCR헤드기술을 제공한 국내업체에 자본참여를、 마쓰시타와 히타치사 등도 컴프레서등 냉장고 관련 단순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상당한 기술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다수의 일본업체들은 우리나라 가전업체와 기술계약을 맺으면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별도의 특허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대조건까지 붙이고 국내업체들이 이를 수락하지 않을 경우 기술제공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기술우위를 자랑하는 일본업체들의 불평등계약요구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다. 전자기술도입에 필요성이 높은 우리나라 가전업체에 대해서는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이다. 어떤 가전업체도 일본과의 기술계약조건을 명쾌하게 밝히지 않는 것이 이를 반증해 준다. 계약내용의 비공개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에게끌려다니는게자존심이상하 기때문이다. 어쨌든 일본의 선진기술을 도입、 이를 이용해 경쟁력있는 전자제품을 개발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나 이 과정에서 적지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시급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가전업체는경쟁업체의기술제휴선과는어떤형태로든"손"을 잡고있다.

가전3사는일본소니、JVC、도시바등과각분야에서기술계약을맺고있어야안심이 된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가전3사는 첨단제품개발에 두고두고 활용 할 수 있는 핵심 기초기술 보다는 단일제품을 생산하는 데 당장 필요한 단순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기술도 2~3년정도 된 낡은기술 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도 세계전자시장을 주도할 첨단기술을 제대 로 축적하지 못하는 말못할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술개발은 결코 단기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외국기술에 의존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외국의 단순기술을 적용하는 낡은 기술개발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세계제일의 일류상품을 만들 수 없는 것이 첨단기술의 실체다. 특히 최소의 비용으로 외국기술을 들여와 더 나은 기술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가전3사가 자사의 이익만 앞세워 불리한 기술계약을 맺기보다는 국익을 염두에 둔 차원높은 협력과 협상전략이 요구되 는 것이다. 그래야만 기술개발전략의 시너지효과를 살려 산업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