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컬러TV 해외생산 가속

일본의 컬러TV생산체제가 빠른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엔고와 일본 국내시장 의 가격경쟁 심화등으로 가전업체들이 기존사양에서 보급형에 이어 대화면제 품에 대한 해외생산을 가속화、 일본의 컬러TV생산은 일단 "국내-광폭형、 해외-기존형"구도로 숨가쁘게 변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일부업체가 광폭TV도 해외생산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일본의 컬러 TV생산이 특정기종에 관계없이 해외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일본 컬러TV시장은 광폭TV의 급부상에 따라 지난해부터 크게 변모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광폭TV의 일본내 출하대수는 약 1백50만대로 전년비 2.2 배나 신장、 시장성장을 주도했다. 올해는 그 출하대수가 전년의 5배나 되는4백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컬러TV의 수요패턴이 사실상 광폭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시장변화를 배경으로 일본가전업체들은 가로.세로 화면비가 4대 3인 기존표준형의 국내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대신 광폭TV로 생산력을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산요전기는 다음달말 기존형 TV의 국내생산을 중단키로 최근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오사카에 위치한 국내TV공장을 광폭TV의 전용으로 전환하며 내년 4월까지 연간 3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대신 기존형의 생산은 싱가포르나 중국등지로 전면 이관한다. 일본빅터(JVC)사 도 9월까지 국내생산을 광폭TV로 특화하고 기존형은 해외로이관해 나갈 방침 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현재 약 4천만달러를 투입、 중국과 멕시코에 2개의 컬러TV제조공장을 건설중이다. 이곳에서는 20인치、 21인치, 27인치등 중.대형을 중심으로 생산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밖에 소니、 히타치제작소등도 해외생산을 대폭 확대한다. 소니는 태국 현지공장을 중심으로 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히타치는 해외생산품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각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일본의 컬러TV생산이 머지않아 국내-광폭형 해외-기존형"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대형전자업체들이작성한 내부자료가 이러한 예상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96년도 기존형 컬러TV의 국내생산은 "제로"다.

또 이 자료는 96년도 컬러TV의 일본내 수요는 1천2백만대로 예측하고 이중 기존형 수요는 절반、 즉 신규수요에서 2대중 1대가 광폭TV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6백만대의 광폭TV 수요중 5백만대는 국내생산으로、 나머지 1백만대는 수입으로 충당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 가면 일본내에서는 기존형TV가 생산되지 않게 되는 셈이다.

뿐만아니라 그동안 국내생산공동화 방지의 버팀목으로 기대돼 온 광폭TV의 해외생산도 개시된다.

광폭TV의 해외생산은 이미 가시화됐다. 최근 NEC 홈일렉트로닉스(NEC-HE)는 다음달부터 광폭TV를 태국에서 생산、 일본으로 역수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외생산을 통한 저가에 승부를 걸겠다는 속셈이다.

NEC-HE의 이번 방침은 "광폭TV가 공동화방지의 버팀목"이라는 명분을 사실상허물었다. 동시에 저가격화의 가속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쟁업체들이 잇달아광폭TV의 해외생산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결국 올해를 기해 기존형의 국내생산 중단뿐 아니라 광폭TV의 역수입이 시작될 것이다.

일본의 급속한 생산체제 이전은 기본적으로 도매가격의 하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91년 상반기 업계평균 도매가격은 8만6천엔. 이 가격은 반년꼴로 4천 8천엔 하락、 94년 하반기 5만4천엔에 이르렀다. 하락폭이 3년 반만에 약40%에 달한다. 도매가격의 하락은 곧 마진율의 감소를 의미한다. 전자업체 의 한 관계자는 "팔면 파는 만큼 적자"라고 탄식한다.

도매가격의 하락은 기존형에서 멈추지 않고 광폭TV로도 파급되고 있다. 업계 추계에 따르면 광폭TV의 평균공장출하가격은 지난해 1월 20만엔이었는데 연말에 13만6천엔으로까지 내려갔다.

일반적으로 가전제품은 세대보급률이 10%를 넘어서면서 그 보급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게 마련이다. 광폭TV의 보급률은 지난해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폭발적으로 팔릴 것"이라고 광폭TV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있다. 그러나 "실속없는 장사"라는 우려가 적지 않아 광폭TV 생산체제의 해외이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