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로터스사, 노츠 팬매부진 "벼랑끝 위기"

유럽의 자동차업체들이 유럽 자동차산업의 부활을 외치며 첨단 운행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파리의 교통정체 빈발지역을 묘사한 디지털지도및 자동차에 내장된 운행시스템의 운용모습.

미국의 로터스 디벨로프먼트사가 또다시 위기에 처하고 있다.

순익이하락하고 투자가들도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다른 업체로 넘어갈 것이란 소문도 끊이질 않는다.

무엇이 로터스사를 이같은 처지로 몰아 넣고 있는 것일까. 짐 만지 회장은 과연 로터스를 위기에서 구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로터스사를 둘러싼 이같은 의문이 요즘 컴퓨터 업계 및 증권가에 확산되고 있다. 로터스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때 PC 소프트웨어 업계의 선두 주자였던 로터스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그 자리를 내준 후 3년전、 주력 제품인 표계산 소트웨어"1.2.3" 마저 경쟁 제품에 밀리면서 궁지에 몰린 적이있다. 로터스는 그러나 "비장의 카드"로 이 위기를 이겨냈다. 그룹웨어라 불리는 네트워킹 소프트웨어인 "노츠"가 로터스를 위기에서 구해냈던 것.

노츠로 상승세를 타던 로터스는 그러나 최근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달로터스는 95회계연도 1.4분기 적자가 1천8백만달러라고 발표했다. 이 기간동안 매출액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노츠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1년전만해도 2배정도 판매가 늘어나던 상황과는 천지 차이다.

로터스의경영층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최고 재정 책임자(CFO)인 에드윈 질리스는"모든 것이 게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 4개 사업부 모두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사정이이처럼 어려워지면서 로터스 매각설도 증폭되고 있다.

주주들이 매각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투자 분석 가들은 로터스의 시장 가치가 주당 50달러씩 24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만지 회장은 물론 매각설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지만 올초 그 자신이 오라클 의 로렌스 엘리슨 회장과 만나 매각 협상을 벌였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때만지 회장은 매각 대금으로 주당 85달러를 요구했으나 엘리슨 회장은 노츠 인수에만 관심을 표명、 결국 협상이 깨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측통들은 그러나 로터스 매각이 완전히 물건너 간 것은 아니며 다만 새로운 대상자를 기다리고 있으며 IBM、 AT&T 등이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노츠와 연관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공통성을 갖고있다. 그만큼 로터스의 노츠는 많은 업체들이 탐내온 제품이란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로터스 자신도 노츠의 보급 확산에 총력전을 펼쳐 왔다. 여기엔 마이크로소 프트의 취약 지대인 통신 소프트웨어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현재 노츠 이용자는 세계적으로 1천4백만명. 이를 오는 97년까지 2천만명으 로 늘린다는 것이 로터스의 계획이다.

로터스는 이를 위해 노츠 새 버전 발표 계획을 지난 1월23일 협력 업체 회의에서 자신 만만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화근이었다. 6개월내 기존 버전보다 50% 싼 가격의 새 버전을 냄으로써 시장을 확대하고 경영 호전을 꾀하겠다는 계획은 실패했다. 소비자들이 새 버전의 출하를 기다리면서 기존 버전 구매를 보류、 결과적으로 1.4분기 노츠 매출액이 전분기에 비해 40%나 감소했다.

그러나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새 버전 출하가 빠른 시간내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로터스의 가격 파괴 새버전 출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즉각적으로 이의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윈도즈 95" 출하에 맞춰 노츠의 강력한 경쟁 제품으로 익스체인지 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표계산 소프트웨어"1-2-3"과 워드프로세서인 "아미프로" 등 로터스의 다른 소프트웨어들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1.4분기엔 이 분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5%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터스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아미프로의 개선 버전인 "워드프로"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업계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때문에"비용절감을 통한 적자 탈피"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로터스의 조직 재편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만지 회장은 최근 올해말까지 모든 사업부가 흑자를 내도록 촉구하면서 앞으로 15명 정도의 고위 간부 해고를 포함、 5천만달러 정도의 비용 절감 노력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만지 회장의 이런 노력이 위기의 로터스를 구해낼 수 있을지 아직은미지수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