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MS, 인튜이트사 인수계획 물거품

빌 게이츠가 보기에 1년이란 세월은 너무나 길었다.

기회 비용이 크고 그 기간동안 시장 환경의 변화도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튜이트사 인수에 매달릴 경우 지불해야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 그는결국 인수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지난 22일 인튜이트사 인수 계획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수 금액이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20억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분야 인수.합병으로 기록될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튜이트 인수 계획 은 이로써 물거품이 됐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8월 개통 예정이던 온라인 컴퓨터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를 포함해 전반적인 사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처지에 놓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사업 전략의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튜 이트사 인수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했던 법무부가 입장을 바꿔 강경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튜이트 인수 계획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이 계획이 법무부의 선을 넘어서지 못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법무부의 조사는 형식적이라는 견해가 지배 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측도 얼마전까지 법무부 조사는 으레 거치는 과정이며 인튜이 트사 인수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월들어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인튜이트 인수 계획과는 또다른 반독점법위반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 90년 경쟁 업체들에 의해 운용체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이용、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혐의로 제소된 이래 4년이상을 끌어온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법 위반 사건에서 이 회사와 법부부가 합의한 화해안을 연방 지방법원 의 스탠리 스포킨 판사가 기각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던 것.

화해안의 내용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불공정 거래 혐의를 씻어낼 만큼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기각의 배경이었다.

이에대해 법무부는 이 기각 결정이 스포킨 판사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즉각 항고했으나 경쟁 업체들과 일부 언론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법무부는 마이크로소프트 편을 든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서라도 그간의 태도에서 벗어나 인튜이트 인수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한 원칙적이고 철저한 조사에 들어갔다.

급기야 법무부는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튜이트 인수는 반독점법에 저촉 된다며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법원에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튜이트사를 인수한후 이 회사의 개인 금융 소프트웨어인 "퀴큰"을 오는 8월 출시될 윈도즈 95용으로 사용할 경우 최근 시장이 폭발적 으로 커지고 있는 홈뱅킹을 비롯 전자 거래 서비스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이 이루어질 소지가 크다는 것이 제소 근거였다.

"윈도즈 95"를 이용해 온라인 서비스에 나설 계획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홈뱅 킹 등에 필요한 개인 금융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9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인튜이트사를 인수할 경우 시장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업계의 주장을 법무부가 받아들인 셈이다.

법부무는 또 인튜이트사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면 소프트웨어 가격 인상 과 기술 혁신 노력의 감소가 야기될 것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에따라다음달 26일부터 법원의 심리가 개시될 예정인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의 인수 계획 취소 발표가 나왔다.

여론을 고려할 때 법정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데다 설사 승리한다 하더라도 1년이상의 시일이 걸릴것으로 예상돼 신규 사업을 의욕적 으로 추진해야 할 현 상황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한 타격이 심각하다는 점은 빌 게이츠도 굳이 감추려 들지 않고 있다.

인튜이트사에 4천6백만달러의 인수 계약 위약금을 지불하게 된 것은 별 문제 가 아닐 수 있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동안 인튜이트사 인수를 전제로 추진해온 온라인 서비스 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하며 향후 몇개월간은 이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는 점유율 7%에 불과한 자사의 개인 금융 소프트웨어인 "모니"의 개 선판을 연말까지 개발해 이를 전자 거래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럴 경우 인튜이트와의 경쟁이 불가피한데 점유율 7%대 90%의 간극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라는데 빌 게이츠 회장의 고민이 있다.

여기에 선 마이크로시스템즈나 네트스케이프 등이 보안 기능을 강화한 인터 네트용 전자 거래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고 있는 등 경쟁 업체들이 속속 출현 하고 있는 것도 마이크로소프트에 부담이 되고 있다.

PC 운용체계 시장에서 쌓은 독보적인 영향력을 등에 업고 온라인 서비스 등 신규 사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빌 게이츠 회장의 사업 수완이 빛을 발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