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79)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는 회사일부부서에서만 사용하던 매킨토시와NBI 워드프로세서를 회사전체로 확산시켜 매킨토시 컴퓨터망을 구축해 나갔다. 그들은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가 거창하게 기자회견을 열어가며 자신들의 선두적 위치를 강조하기 훨씬 이전부터 사실상 윌리엄 모리스사를 앞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사는 새 시스템을 구축했을 때도 떠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시스템에 관련된 질문을 받아도 이를 밝히려하지 않았다.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의 매킨토시는 윌리엄 모리스의 넥스트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설치비가 훨씬 저렴했고 전산화된 롤로덱스 와 보안기능이 내장된 고유의 데이터베이스구축이 훨씬 용이했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는 윌리엄 모리스처럼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법석을 떨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매킨토시를 자사 시스템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윌리엄 모리스는 실속 없이 말로만 떠들어대는 10 대처럼 행동했다.

윌리엄 모리스사는 신생기업인 넥스트사가 처음으로 확보한 대형 고객에게는 특별한 예우를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컴퓨터 몇백대 주문 가지고는 IBM이나 애플사의 관심을 끌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넥스 트와 컴퓨터 구매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는 시스템 사용법을 익힐 때까지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비즈니스랜드가그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넥스트가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넥스트는 그 에이전시가 바라던 대로 충분한 지원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 간의 거래에서 제공되는 일반적인 지원이상의 값비싼 것을 제공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잘못된 관행때문에 넥스트와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의 거래가 더 발전적인 거래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넥스트는 중요고객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고객들은 첫 고객이 누리는 특별대우를 기대할 수도 없었고 무제한적 지원도 요구할 수없었다. 넥스트 컴퓨터는 이제 자립해야 했다. 그러나 넥스트와 비즈니스랜드는 "넥스트 고위 간부의 개입"없이, 즉 잡스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경쟁업체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사의 영업사원들이 다져놓은 터전에 잡스가 나타나서 넥스트제품을 사도록 권유하고 돌아가면 일대 동요가 일어나게 마련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스콧 맥닐리는 비행기를 타고 와서 다시 고객들을 설득해야 했다. 이 일은 맥닐리를 분노케 했다. 맥닐리와 선사 의 고위 간부들은 스티브 잡스의 명성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래야만 했다.

자기 선전을 하는데 있어서 잡스를 따라올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메인프레 임업계에 오래 종사했고 퍼스널 컴퓨터가 일으키고 있는 혁신에 별 관심을두지 않았던 사람들이 참석한 89년 말에 개최된 컴퓨터 업계 회의에서 잡스 는 넥스트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진 이들을 완전히 압도했다. "컴퓨터 월드"지의 한 칼럼니스트는 그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했다.

"잡스는 애플시절 청바지 차림과는 매우 다른 모습인 세련된 이탈리아제 양복을 입고 백만불 짜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은 그의 손아귀에서 녹아 드는 것을 느꼈다. 그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래도 그 업계에서 중요한 사람들이었지만 잡스는 유명 인사였다.- 넥스트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한 사람들도 잡스가 시연을 시작하자 옆 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잡스는키보드를 치는 피아니스트처럼 여겨졌다.-잡스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고 잡스는 그 자리에서 컴퓨터 몇대를 판매한 것이나다름 없었다. 아무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느정도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할리우드식 화려한 마케팅 전술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명 인사라 할지라도 한번에 여러 곳에 나타날 수도 없었고 공연시에 그 명사에 대해 완전히 반했던 관중들도 느리고, 값 비싸며,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컴퓨터를 선뜻 대량 구입할리는 없는 것이다. 같은 회의에서 마 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넥스트의 결함을 보완해 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넥스트는 매출액을 발표할 때마다 가장 좋은 면만 드러내 보이려고 힘을 기울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은 항상 조금씩 왜곡됐다. 예를 들어서 80년대말 넥스트는 기업 부문과의 거래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이미지 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또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의 뒤를 이어 포천지선 정 5백대 기업들이 속속 넥스트의 고객이 되고 있다는 고무적인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가 주문한 2백70대의컴 퓨터도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이 한번에 공급되지 못했다. 2백70대의 컴퓨터는 2년여에 걸쳐 공급되도록 되어 있었지만 사실 91년 6월 이후에야공급이 완료되었다.

넥스트는 비즈니스랜드가 1989년 말까지 컴퓨터 3백60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특히 과거 애플에서 근무했던 넥스트 직원들은 매킨토시가 발표된 첫해에 40만대 이상 판매되었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그 사실은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대학에 판매된 큐브컴퓨터를 판매 대수에 합친다 하더라도 그 수치가 너무 미미했기 때문에 넥스트 직원들은 그 집계결과를 보면서 그 단위 가 천대이든가 아니면 0이 3개 빠졌을 것이라는 농담을 했다. 그러나 그 통계수치는 거짓 없는 사실이었다. 넥스트사 공장의 월간 생산량은 1백대미만 이었다. 10만대가 아니라 1백대 이하이다. 넥스트가 창립된지 4년, 데이비스 홀에서 큐브컴퓨터가 발표된지 16개월이 지났을 뿐아니라 비즈니스랜드와의거래를 발표한지 9개월이 지나고 일본이 넥스트에 대규모 투자를 한지 6개월 이 지났어도 시장은 스티브 잡스와 그의 회사에 대해 비협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