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어느 고등학교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환경을 구축했다는 기사 가 게재되었다. 학교의 컴퓨터와 개인용 컴퓨터가 있는 가정을 통신망으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서 가정학습을 선택적으로 편한 시간에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별 학습지도를 받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자우편을 이용하여 학부모와 교사와의 학생상담, 학생지 도 등도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교 이사장의 제안과 지원에 의해 재직 교사들의 노력만으로 구축된 것이다. 이용하는 학생의 수가 점차 늘고 있고가능하면 다른 학교 학생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첨부되어 있었다. 생활속의 정보화를 이룬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사장의 개혁 적이고 창의적인 의지와, 교사들의 부단한 연구와 노력에 의한 결실이라 하겠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나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이루었다는 것도 크게 돋보이는 점이다.
최근 정보사회의 조기 구축을 위해 정부를 중심으로 정보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정보센터구축 시범사업 등을 통해 정보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생활의 편의성을 알리며 관련 기술의 개발과 산업의 육성을 도모하고자 함이다. 또한 나아가서 가정, 사회, 국가의 정보기반을 넓혀 가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은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전문가 집단의 설계와 개발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목적을 모두 달성하기보다 부분적인 목표달성에 그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 의 토대가 되어 정보사회의 기반으로서 확대되어가기보다 일시적인 시범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나 자신이 이러한 사업의 추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앞에 소개한 사례를 보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보화는 단순히 정보통신기술의 생활에의 적용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활환경의 변환이다. 따라서 변화가 급격해도 안되고 몸에 익 숙지 못해도 안되며 불편을 초래해서도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화는 사용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시해 추진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보화의식은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보화사업들의 경우 사용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적다. 따라서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선도에 의해 추진되기 일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은 사용자의 추가적인 요구에 의해 보완이나 수정 노력이 더 많이 들게 된다. 또한 사용자의 활용도가 낮아 지속적으로 확대 내지는 발전할 가능성도 희박하게 된다. 지금까지 추진되어온 정부의 전산화사업들 의 문제점들이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정부는 초고속정보통신기반사업의 일환으로 시범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시범 사업은 말 그대로 정보사업을 선도하기 위한 각 분야의 모범적이고 시험적인 사업이다. 이를 성공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본은 사용자들의 필요에 의한 자발적인 참여와 요구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 준다는 것 때문에 한번 해보겠다는 식의 제시가 아니고, 업무에 직접적으로 이용되거나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겠다는 신념이 있어야 된다.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보다 나은 사회로 정착되어가기 위해서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만으로는 안된다. 그들은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각계각층의 사람, 더욱이 정보화의 경우 사용자가 될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고등학교의 이사장과 교사 그리고 그에 호응하는 학생과 학부형들은 정보사회를 선도해가는 가장 앞선 분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생활속의 정보화, 그것만이 가장 빠르게 사회를 변천시키는 길이다. 그러한 노력은 정부의 몫만이 아니고 기업.산업체.연구소 모두의 역할이다. 자기가속해 있는 일터에서 같은 분야의 사람들 속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고 전달하고 이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를 추구하는 길이라고 판단된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은 고도의 과학기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 철수 한국전산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