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제도와 물가억제정책과는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그동안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안전판역할을 해온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엉뚱하게도 물가제어수단으로 둔갑해 업계를 당황케 하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특별소비세를 빼고도 외산보다 최고 2.7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된 컬러TV.VCR.PC.오디오세트 등 국산제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수입선다변화 조기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보도다.
재경원이 수입선다변화제도를 가격인하 장치로 이용하려는 것은 기술이 크게앞선 일산제품 또는 부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통해 대일무역역조를 개선하고 국내산업의 기술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당초 취지에 벗어나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통산부가 내달 발표예정으로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해제품목을 업계와 조율해가며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 데도 재경원이 일방적으로 물가정책 과 연계시킨 것은 정부부처간에 손발이 맞지않는 것으로 비쳐져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출범등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화.개방화에 역행하는 수입선다변화제도를 계속 존치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야 한다는 데는 업계도 공감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전업계가 조기해제 불가를 주장하고 나선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가격구조개선은 수입선다변화 품목을 조기 해제할 만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중추산업이라 할 수 있는전자산업의 맥을 끊어놓을 정도의 엄청난 조치를 대내적인 가격문제 해결이 라는 명목으로 강행하려 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수입선다변화 품목중 TV.VCR를 조기해제할 경우 일본의 기술이전 기피가 더욱 심화돼 현재 개발추진중인 첨단기술은 물론 차세대 제품개발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가전업계는 특히 유통시장 개방과 맞물려 있는데다 소비자들의 대일 전자제품 선호의식을 감안할 때 대만처럼 국내 가전산업이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물가측면에서도 당초 재경원이 도쿄보다 값이 비싸다고 발표한 서울의 컬러TV값이 일본의 소비세 3%와 우리나라의 특소세등 제세 31%를 빼고나면 도쿄가 서울에 비해 오히려 22%정도 비싼 것으로 분석돼 수입선다변화제도를 가격정책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통산부에서 조기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21인치 이상 25인치 이하컬러TV만 해도 가격경쟁력에서는 뒤지지 않지만 품질.성능.디자인 면에서는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내년의 유통시장 완전개방과 맞물려 일산브랜드의 급속한 국내시장 잠식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일산제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할 경우 5백개사를 넘는 중소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광폭TV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광폭TV가 수입선다변화 대상품목에서 제외될경우 이제 조립단계를 넘어서고 있는 가전업계의 기술개발 전략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VCR쪽은 더욱 심각하다. 가전업계는 핵심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VCR품 목의 해제는 컬러TV.캠코더등의 영상기기로 파급돼 산업자체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물가안정책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대일 방패막이 역할을 해온수입선다변화제도를 조기해제함으로써 일어날 심각한 부작용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물론 수입선다변화제도가 단순하게 물가를 억제하기 위한 엄포용으로는 상당 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있다.
그러나 들고 나올 게 따로 있다. 물가 억제수단으로 컬러TV.VCR 등의 가전품목을 수입선다변화에서 풀어서 업계와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서는 안된다.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해제는 여러 측면에서 효과분석을 한후 신중히 결정하기 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