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시밀리로 수신된 자료가 디지털형태로 복사기에 전달돼 자동으로 복사된 다." PC를 통해 TV의 채널을 바꾸거나 냉장고문을 열게 한다."SF영화와 같은 이런 장면은 각종 전자제품들이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미래를 가정한 것이다.
이 개념은 현재 네트워크에 연결된 PC끼리 자유로운 데이터교환이 가능한 것처럼 가전.사무기기.PC 등 모든 전자제품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 대화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열심히 달리고 있는 업체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노벨 사.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업체인 노벨은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지난2월 "네스트(Nest)"라는 소프트웨어 표준을 발표했다.
네스트는 가전제품.PC.사무기기업체들이 네스트의 개발도구를 사용、 자사의제품에 네트웨어의 프로토콜 및 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도록 한 것.
노벨은 이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네스트에 연결.사용할 수 있는 제품 이 많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여러 전자관련업체들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일본의 대형 사무기기업체인 캐논사는 노벨과 제휴、 네스트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팩시밀리.복사기.프린터를 이달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또 로코.렉스마크.후지쯔.QMS 등 여러 사무기기업체들이 네스트제품을 올 여름내에 생산할 예정이다.
노벨은 이미 1백여개의 네스트제품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달말에 최초로 네스트 제품이 등장했다.
네스트제품이 예상밖으로 많이 등장하자 노벨의 프랑켄버그 최고경영자(CEO) 는 네스트가 노벨의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는 오는 98년이 되면 매년 네스트로부터 수억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는 또 2000년께는 자동차에서부터 세탁기까지、 팩시밀리에서 휴대전화기 까지 전세계적으로 총 10억개의 전자제품이 바로 노벨의 네스트에 연결될 것이라고 호언한다.
노벨이 이처럼 호언장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벨은 우선 세계 컴퓨터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시장의 75%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네트워크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PC중 5천만대가 노벨의 네트웨어에 연결될 정도로 노벨의 네트워크 기술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은 또 가전 제조업체에 라이선스료를 매우 낮게 제시、 이들로부터 호응 을 얻었다는 것도 네스트가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노벨은 가전제품당 12~15달러라는 매우 낮은 라이선스 요금을 제조업체에 제시해 그동안 높은 라이선스료로 제품개발에 주저했던 이들을 끌어들이는데성공했다는 것이다.
또 외부환경의 변화도 네스트가 성공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우선 컴퓨터 네트워킹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이전보다 많이 확산되었다는 사실이다. 또 최근에 등장한 PC.가전.사무기기 등이 기술적으로 네트워크에서 사용할수 있도록 많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지금까지 모든 전자제품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노벨 외에도 두차례 더 있었다.
먼저 10년전에 일본의 대학교수인 켄 사카무라씨가 이러한 구상을 해냈다.
사카무라 교수가 개발한 시스템은 "트론".
사카무라 교수는 트론을 통해 직장인이 사무실에서 집에 전화를 걸어 번호를 누르면 커튼이 열리고 오븐과 보일러를 작동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사카무라의 구상은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트론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첨단 전자제품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또 당시 소비자의 네트워크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았으며 이 제품의 가격 이 지나치게 비쌌다는 것도 트론이 실패한 원인중 하나다.
트론이외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추진한 "앳 워크(At Work)"가 있다. MS의 프로젝트는 사무실에 있는 모든 기기들이 서로 대화를 할 수 있게 하며 윈도즈에 기반한 PC로 이 기기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MS의 이러한 계획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MS가 제조 업체에 자사의 "앳 워크" 표준을 사용하는데 높은 라이선스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비싼 라이선스료를 내야 하는 이 사업에 제조업체들이 등을 돌린 것은 기업 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노벨사 네스트의 성패여부도 아직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노벨이 기존의 네트워크기술을 응용하여 네스트의 기술을 향상시키고 네스트제품생산업체들을 많이 확보한다면 노벨이 꿈꾸는 홈오토메이션과 사무자동화 아키텍처의 장악은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박상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