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변화하는 아.태 통신시장 (5.끝)

총론적인 면에서는 통신시장 자유화라는 대의를 일찍부터 수용한 오세아니아 의 통신 선진국가 호주와 뉴질랜드는 각론으로 들어가면서 각자 시장의 특성 에 맞게 매우 다른 목표 접근방식을 보여왔다.

먼저 호주의 시장 자유화관련 움직임은 뉴질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었다. 92년에야 비로소 국영 독점서비스업체인 텔스트라와 경쟁을 목표로 장거리전화업체인 "옵터스"가 설립된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옵터스의 배후에는 AMP나 내셔널 뮤추얼 같은 호주내의 법인들과 미국의 지역벨사인 벨사우스 영국의 케이블 앤드 와이어리스(C&W)등이 버티고 있다.

호주 통신당국은 당시 신설업체인 옵터스에 이른바 노른자위 지역의 가입자 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일련의 추첨과정을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후발주자인 옵터스는 텔스트라등과의 경쟁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수 있었다.

이런 이점이 주어진지 1년반만인 올해초 6백만회선을 둘러싼 본격적인 경쟁 이 시작됐을 때 대도시를 배당받은 옵터스의 호주시장 점유율은 14%로 급상승할 수 있었다.

한편 날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휴대전화 서비스시장은 텔스트라.옵터스와영국 보다폰사사이의 격렬한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부문에 대한 호주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텔스트 라의 관계자는 올해말께는 호주가 아마도 휴대전화 보급률에 있어 세계 최고의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디지털방식이 지지기반을 확고히 다져가는 가운데 호주 정부는 올해 1월1일을 기해 아날로그 네트워크 2천개의 서비스를 중단시킬 것이라고밝혔다.그리고 이는 타협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주 통신시장의 전환기를 바로 지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법률 개정및 규제기준 작성등 세부사항은 아직 진척되지 않고 있지만 현노동 당 정권은 통신시장을 완전한 경쟁체제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정부 관계자들은 관련법안이 올해말에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체제와 관련、두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첫째는 현재의 사업내용규제를 완전히 철폐하는 대신 요금을 규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득권을 가진 업체의 시장 점유율과 시장 경쟁력은 보장받게 되는 셈이어서 텔스트라가 가장 유리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업체에 대한 규제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업체를 보호해 주고 기존업체가 그 영향력을 불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안이다.

이는당연히 옵터스같이 시장에 새로 진입한 업체들을 돕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쟁체제와는 상관없이 관련업계는 호주의 높은 일반전화 보급률에 주목하고 있다. 호주의 전화보급률은 아.태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편으로 미국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향후 호주 통신시장에서의 이익은 국제 이동전화 서비스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 시장은 흡인력과 정치.경제적 안정성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참여 의사 를 표명하고 있다. 시장경쟁이 현재보다 훨씬 더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고 업계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텔스트라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사와 제휴관계를 맺고 5년내 에 4백만가정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옵터스는 이들에 맞서 네트워크를 구축、 지역전화 서비스등을 제공하기 위해 "채널7"、미국의 컨티넨털 케이블비전등과 함께 "옵터스 비전"이라는 컨 소시엄을 설립했다.

그러나 몇개월만에 옵터스 비전내부의 제휴관계는 붕괴위기에 처하게 됐다.

오는 99년까지 네트워크를 완전 개방하라는 호주정부의 명령을 받은 것이다.

이에따라 "채널7"이 제휴에서 발을 빼는등 참가업체가 그들의 계획을 축소 하려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옵터스 비전이 당장 삐걱거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투명한 미래지만 옵터스비전에는 "비전"이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텔스트라도 당분간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정부의 소유로 남아있을 것이고 정부는 현재 텔스트라의 영향력을 계속 보장해줄 것이다.

한편 규제가 완화된 뉴질랜드 통신시장의 문제는 호주보다 진보된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는 국적에 상관없이 어느 업체든지 자유롭게 디지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고 어느 국가에도 통신서비스를 할 수 있다. 경제개발 협력기구 (OECD)의 발표를 보더라도 뉴질랜드는 통신분야에 있어 가장 개방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국영이었던 뉴질랜드 텔레컴사(TCNZ)는 5년전 완전 민영화됐고 현재는 주식 의 24.8%씩을 각각 가지고 있는 미국의 지역벨사인 아메리테크및 벨 애틀랜 틱이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되어 있다.

TCNZ는 미국의 MCI、 벨 캐나다및 호주의 토드사、 TVNZ등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클리어 커뮤니케이션즈"같은 장거리전화 경쟁업체들의 공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 회사의 생산성 은 민영화한 이후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90년이래 종업원의 과감한 감축과 경영효율화 조치로 노동자들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TCNZ는 종업원당 회선 접속률、 접속 회선당 조절비용등에서 호주의 텔스트라를 훨씬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있는 것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