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품질과 가격으로 대별돼온 경쟁력의 원천이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아무리 불경기라해도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은 고객의 무한한 잠재구매력을 현재화시킬 수 있다. 소비자밀착형 디자인으로 참신성과 편리성을 살려 히트 한 전자제품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첨단기술로만 중무장했다고 해서 결코 잘 팔리는 제품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인체의 감각기관에서 감지한 사물이나 환경에 대해 인간이 느끼는 복합감정으로 정의되는 감성을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이다.
특히 연내 EU(유럽연합)특허청 발족、 96년 국제상표법시행 등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라운드(DR)의 발효는 디자인、포장기술、상표도안 등이 상품의 강력 한 경쟁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는 반증이다.
가전업계가 가전제품의 수요패턴 변화와 디자인 시장 본격 개방에 대비、차 세대 디자인전략을 집중 개발하고 있는 것도 디자인이 기업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전업계는 미래형 정보가전기기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공간절약개념 등의 기존 디자인 영역을 사용상의 편리성과 소비자들의 감성 등을 반영、 비시각 적 부문으로 까지 확대하고 있다.
가전업계가 디자인개념을 "손쉽고 즐겁게(E&E:Easy & Enjoyable)"、 스마트 소프트 등으로 상징화하고 있는 것도 기술과 감성을 집약、 미래형 가전제품에 적용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가전업계는 소비자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변화에 대응、 간편하면서도 필요 한 기능실현에 바탕을 두고 편리성과 개성을 강조한 첨단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구매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이는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KIDP 이 최근 소비자 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제품등 외산품 구매성향 조사에 잘 나타나 있다. 응답자의 구입결정 이유중 디자인 이 53.4%를 차지、 그동안 부동의 자리를 지켜온 품질(33.4%)이 우선순위 에서 밀려난 것으로 밝혀졌다.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조사결과 다. 이 조사결과는 국내 소비자들이 국내외 제품을 막론하고 기술적인 면은 어느 정도 일정한 수준에 올라 있다는 인식아래 품질과 성능을 따지기 보다는 자신의 취향이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참신성과 같은 심미적 가치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90년대들어 국내에서도 "디자인경쟁력이 산업경쟁력"이라는 인식이 국가적차원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기업들의 실천의지에 달렸다. 대기업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촉박한 납기일과 과다한 업무량에 쫓겨 충실 한 디자인을 제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소형가전업계의 디자인관계자 들이 전하는 현장분위기다.
대부분 협력업체로부터 소형가전을 납품받고 있는 가전3사의 경우 협력업체 의 능력과 질적인 한계를 들어 상품기획과 디자인의 70~80%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취약성 때문이다.
고급인력부족이 제1차적 원인이다. 국내 가전업계는 뒤떨어진 디자인경쟁력 을 높이기 위해 고급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부족한 물적.인적 자원으로 총체적인 감성을 살릴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력을갖추기는 어렵다고 본다.
디자인전문대학의 설립없이 기업자체적으로 필요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다행히 "5.31 교육개혁"으로 전문대학의 설립문호가 개방돼 전문분야의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KIDP에서 디자인 전문대학원설 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교육개혁의 산물이다.
앞으로 닥쳐 올 DR에 적극 대처해 제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독창적인 디자인개발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가는 소비 자들의 감성적 욕구를 제품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 국내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외산의 공세를 막을 길이 없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가격보다 디자인등 감성적인 면을 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는 점이 바로 업계가 안아야할 부담이다.
디자인은 경쟁력이다.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으로는 경쟁력의 원천인 디자인 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국가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