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안테나> 방송신무기 `가상스튜디오`

"포탄이 떨어지는 긴박한 전쟁터에서 리포터가 종횡무진하며 현장상황을 전달하고 전투중인 군인들과 인터뷰하는 장면이 방송된다." "국내 방송사 기자 가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파견돼 그곳의 우주 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생활상을 전해준다."만약 이같은 상황이 TV화면을 통해 방송된다면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며 방송사 들은 대단한 일을 해낸 것으로 평가 받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그래픽기술 발달로 인해 막대한 투자비용과 위험부담없이 구현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같은 방송이 충격적이기보다는 일상적인 일이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최대 그래픽전문회사 실리콘그래픽스의 자회사인 실리콘스튜디오는 최근국내에서 "3차원 가상 세트(Virtual Set-가상 스튜디오)"를 발표해 상상에 머물렀던 각종 상황을 그래픽화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을 국내 방송관계자 들에게 제시했다.

포레스트 검프, 쥐라기공원,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에 첨단 컴퓨터그래픽 솔 루션을 제공해왔던 실리콘 그래픽스사는 지난 5월 "실리콘스튜디오 월드 투어 95"라는 이름으로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리얼타임T V, 3차원 가상세트, 온 에어그래픽뉴스 및 편집방법 등을 발표, 그동안 영화 에 주로 활용되어 왔던 각종 그래픽화면이 TV에서, 그것도 사실성과 현장감 이 강조되는 뉴스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실증했다.

특히 실리콘스튜디오 가상세트는 생방송중 아나운서나 카메라프레임내에 있는 인물에게 실제 같은 가상환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컴퓨터로 제작된 3차 원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앞에서 예로 들었던 상황이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방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같은 가상 스튜디오가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8월 미국 CBS뉴스는 실리콘그래픽스의 3차원 가상세트를 이용해 선거방송을 실시했으며, 독일 스포츠 네트워크인SAT1, 마드리드의 Anteona3, 영국의 BBC 등을 통해 수백만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현재 국내 방송사들은 지난달 27일 진행됐던 선거 개표 방송에서 본 바와 같이 각종 컴퓨터그래픽 장비를 이용해 다양한 그래픽화면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나 "3차원 가상 스튜디오"를 도입, 방송에 활용하고 있는 곳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한국 실리콘 그래픽스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에 개최됐던 세미 나에 많은 방송관계자들이 참석해 "3차원 가상 스튜디오"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투자비용에 비해 다양한 화면연출이 가능한 이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시청자들이 "3차원 가상 스튜디오"를 이용한 화면을 시청하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터미네이터 포레스트 검프와 선거방송 등에서 확인했던 첨단 그래픽 기법이 사실성 을생명으로 하는 뉴스에도 적용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만약 "3차원 가상 스튜디오" 도입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 뉴스방송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소위 말하는 "그림(화면)"이 최우선시 되는 뉴스 선정이 그래픽기법 활용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며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앵커맨들이 뉴스를 진행 하는 장면이 마치 실제 상황인 것처럼 방송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얼마 전 온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던 대구 지하철가스폭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실제 상황인듯 방송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3차원 가상 스튜디오" 도입은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그에 못지않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여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우선 첫번째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영화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는 "상 상 세계의 구현"이 과연 뉴스 방송에서도 용인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엄연 히 국내에 있는 리포터가 전쟁터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전황을 보도하고 앵커맨들이 백두산 천지를 찾아가 그곳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것처럼 화면을 구성하는 하는 것은 영상기법 발전의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심각한 윤리 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3차원 가상 스튜디오"가 도입될 경우 시청자들은 앞으로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동안 저것이 과연 실제 화면인지 아니면 가상 화면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때로는 방송사가 시청자들을 기만한다 는 비난을 받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3차원 가상 스튜디오"라는 영상기법 발전은 방송환경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신선한 자극이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찬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이와 반대로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윤리성을 훼손하는 영상기법 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어 사용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