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넥스트가 세가지를 다 갖추었다고 강조 했지만 파스토리노는 "재미 있군요 저는 넥스트 처럼 자본도 지도력도 있고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를 알고 있는데 그 회사는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응수 했다. 그 회사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픽아르라는 회사로 망하지는 않았지만 영업 규모가 계속 줄어들어 겨우 명맥만 유지해 나갈 정도로 작아진 회사였다. 파스토리노와 잡스 모두 이 회사를 잘 알고 있었기때문에 적절한 보기가 될 수 있었다.
파스토리노는 픽아르사가 한창 전성기를 누릴 때 그녀의 남편이 그곳에서 일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고 잡스는 그 회사를 조지 루카스에게서 매입했기 때문에잘 알고 있었다. 잡스는 픽아르 또는 넥스트의 지도력를 변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부드러운 대화를 유도해 가며 때때로 감정과 사업을 결부시켜서는 안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넥스트가 할인가격을 제시하는 대신 그 비밀을 지킨다는 조건으로 둘은 합의를 보게 되었다. 파스토리노는 또 넥스트만이 제공할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을 받아냈다. 잡스는 파스토리노가 로스 가토스에서 새 사무실을 개관하는 날 개관식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했던 것이다.
91년 넥스트는 알레인 핀넬사에 1백20여대의 컴퓨터를 설치해주었는데 그것이 그해 넥스트가 기획한 최대 매출이었다. 넥스트는 매킨토시 붐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믿었다. 넥스트는 특정시장에 집중적인 공략을 하지 않아도될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 시장이 형성될 것이고 그곳에서의 수요가 저절로 넥스트를 부를 것이라는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앞으로 부동산 업계가 유망한 마케팅분야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잡스와 그의 마케팅 및 영업담당자들은 알레인 핀넬과 같은 미지의 시장을 개척하여 놀라운 판매를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알레인 핀넬 리알리티 부동산 중계 대행사가 미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싸 지역에서 가장 고가의 주택만을 취급하는 특별한 고객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일반 부동산업체들은 컴퓨터와 같은 사무기기들을 구비해놓을 정도로 풍족한 예산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넥스트는 한오라기의 희망이라도 움켜쥐려는 심정으로 알레인 핀넬과의 거래는 앞으로 무궁무진한 매출가능성을 가져다줄 것처럼 생각했다. 한번 판매를 개시만 하면 모든 것이 저절로 잘 풀릴 것이라고 믿었다.
넥스트는 아무것이나 가능하다는 말과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말을 혼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넥스트의 마케팅을 책임졌던 학자출신인 론 위스만은 91년 1월에 넥스트가 그해 고등학교를 공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힘으로써 넥스트 가 얼마나 착각에 빠져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넥스트는 또 전례없이 정부기관을 상대로 영업활동에 주력했다. 넥스트는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은채 DARPA 국방기술연구기관에 컴퓨터를 판매했고 한 연방기구로부터는 제품을 수주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기구는 극비에 해당되는 민감한 군사문제들을 다루기 때문에 이들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로스 앤젤레스 군 보안관 사무소는 2년여간의 긴 협상끝에 1백30대의 넥스트컴퓨 터를 주문했고 근시일내에 2백내지 3백대를 더 구입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다. 보안관 사무소와의 거래는 앤디 그리피트의 "메이베리"라는 무미건조한 텔리비전 프로를 방영할뿐 포춘지 5백대 기업이 선정된 것과 같은 강한 인상 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넥스트의 홍보담당 대변인인 앨리슨 토머스는 LA경찰서에는 1만3천 여명이 일하고 있고 2천7백 평방 마일에 달하는 기업 밀집 지대에서 법을 집행하고 있으며 연 10억 달러가 넘는 예산을 쓰는 큰 시장이라고 말하며 최대한 좋은 면들만 지적하려 노력 했다.(이 말은 잡스가 초창기에 대학을 포춘5백대 기업을 맞먹는 시장이라고 지적한 말이 떠오르게 한다) 앞으로 누가 넥스트 컴퓨터에 구입할 것인지 걱정하지 않았던 잡스의 태도는 전례 없이 정부 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함에 따라 정당화 되는 것 같았다. 기계만 만들면 고객은 저절로 찾아 오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넥스트의 손아귀에 들어 오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넥스트는 결국 고등 교육 기관및 비즈니스랜드와 거래를 시작 했던 초창 기에는 유럽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에 뒤늦게 알려짐으로써 넥 스트는 오히려 더 많은 득을 보게 되었다. 넥스트는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CeBit 무역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유럽인들에게 소개되었는데 사람들이 넥스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넥스트는 실패한 과거 이미지를 극복하려고 애쓸 필요 없이 신선한 이미지로 유럽인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처음 부터 다시 시작하여 데이비스 홀에서의 첫 제품 발표회 때 받았던 신선 한 관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약 5천명이 참가한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CeBit 박람회에서 넥스트는 이층에 있는 구석 자리에 부스를 설치 했지만 박람회가 개최된 7일 내내 사람들로 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스티 브 잡스가 작년 가을에 발표한 새 넥스트 컴퓨터를 소개하는 비디오가 대형 스크린에 상영 되었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보러 몰려 들었다.
유럽 사람들은 가격이 비싸다고 투덜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