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탄생과 진화. 인간은 수많은 우주현상가운데 생명의 연속성에 가장 큰 신비로움과 경이감을 느낀다.
미약한 생물이 급변하는 환경과 경쟁속에서 기나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 생명 을 유지해온 것에 대한 경외감이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같은 시각 은 나약한 생물이 진화과정을 통해 강인한 면모를 보이는것에 대한 인간의 동정적 심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일찍이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역설해 기독교적 "창조론"에 맞서 인간의 뿌리를 찾고자 했다. 현대사회에서도 이같은 진화론이 그대로 적용되는 현상은 수없이 많다.
최근 각국에 거미줄같이 뻗치고 있는 다양한 정보통신망의 탄생과 성장은 생물의 진화과정과 너무나 흡사하다.
생물은 본디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환경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적자생존이 여실히 적용된다. 달리 표현하면 환경요건이 얼마나 충족스러운가에 따라 생존여부가 결정된다.
각국에 형성된 정보통신망이라는 생물체도 진화와 쇠퇴를 거듭하면서 적자생존 이론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최근 통신가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인터네트. 얼마전까지만 해도한 연구기관에서 운용하는 가장 단순한 시험망에 불과했으나, 급변하는 통신 환경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세계 최대규모의 통신망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네트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진화과정을 통해 가장 지능적이고 대중화된 통신망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네트의 발전은 외형적인 규모확대와 내부적인 통신망지능화로 요약된다.
지난 69년 미국정부와 군은 통신의 신뢰성의 중요성을 의식해 통신에러의 최소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 국방연구소에서 특수한 목적의 통신망을 구성한다. 아파네트 ARPANet 로 불리는 이 통신망은 회선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사용가능한 모든 경로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설계 됐다. 인터네트 창조는 한 연구기관의 특수프로젝트에서 출발한 것. 생물로 말하면 인터네트는 단세포 동물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1972년에 이르러 인터네트는 2단계 진화단계를 거친다. 이른바 TCP/IP프로토 콜의 도입. 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이라 불리는 TCP IP는 네트워크(통신망)에서 가장널리 사용되는 프로토콜.
통신망 신뢰에 최대 초점을 맞추어 1대 1의 호스트간 직접 접속방식을 채택 했던 아파네트에 50대 이상의 대형 호스트를 서로 연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80년대에 이르러 아파네트의 모든 네트워크에 TCP/IP프로토콜이 기본으로 채택되는 동시에 미 과학연구기금에 의해 정부와 대학연구소간의 연구를 목적 으로 미 전역의 4대 슈퍼컴퓨터센터를 연결한 NSFNet가 TCP/IP프로토콜을 채택해 연결된다.
이후 각 대학과 연구소는 물론 일반 통신망과의 연계가 시작된다.
TCP/IP의 보편화는 모든 네트워크를 연계하거나 통합할 수 있다는 면에서, NSFNet의 연결은 인터네트를 통해 슈퍼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인 터네트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주게 된다.
현재 인터네트의 외형적 규모는 한 해에 2천만명 이상이 메시지를 교환하고 있으며, 1백40여개국 7만여대의 호스트컴퓨터가 연결되어 있다.
인터네트가 고등동물로서의 진화를 거듭하게 된 것은 동물의 환경요인 적응 과 같이 통신환경에 가장 부합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인터네트의 모태가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돼 통신망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보의 고부가가치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특별한 운영주체가 없이 자발적인 다수의 참여자들이 통신망을 이끌어 가게 된 것도 인터네트가 호환성이 뛰어난 보편적인 통신망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토대가 되고 있다.
물론 비영리의 통신망 구축이 전제로 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 인터네트는 외형적으로 매월 1천대 이상의 호스트가 추가로 접속되는 등 전세계에 산재한 지역통신망을 흡수(연계)해나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네트의 진화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통신망의 지능화. 3차원방식의 통신 검색이나 실시간 음성 및 화상처리를 보여주는 응용소프트 웨어 등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인터네트를 활용하려는 기업용으로 서버구축에서부터 전자 우편 보안시스템에 이르는 통합시스템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또 인터네트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인 월드 와이드 웨브(WWW)의 검색프로그램 인 웨브 브라우저도 기존의 2차원방식에서 3차원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컴퓨터영상처리의 최고위인 미국의 실리콘그래픽스사와 템플리트 그래픽스 소프트웨어가 이미 저작도구를 발표했으며, 개인 컴퓨터운용체계인 윈도즈에 서 가상현실이 가능한 프로그램 출시가 임박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한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나 대화형 텔레비전 등에서만 일반화된 3차원 영상기술이 전세계의 인터네트망에서 운용된다고 상상해보라.
3차원영상기법은 유전공학 첨단과학 등에서 가히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현미경을 통해 볼 수 있는 분자구조나 인체의 세부 구조 작동모습을 인터네트 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웨브 브라우저의 8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네트스케이프 프로그램도 보안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규약(S HTTP)을 지원하는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프로그레시브사가 내놓은 "리얼오디오"프로그램은 인터네트의 다양한 서비스 개발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음악과 라디오 뉴스 청취를 실현시켜 주고 있다.
프로그램의 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워크스테이션급에서 활용해온 각종 인터네트 서버를 PC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태일자동제어공업이 386PC에서 최대 1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WWW서버 제작용 프로그램을 개발, 인터네트의 대중화와 보편화를 가속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네트의 발전은 접속점의 확대와 DB내용의 보강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존통신망의 발전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인터네트는 이미 DB화된 정보내용을 갖고 있는 다양한 통신망이 인터네트라 는 공동의 정보광장으로 모여 새로운 통신환경을 구성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네트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지능화된 통신망으로 발전하는 반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될 통신망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