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이운국-"삼풍참사" 실종자 DB로 구출한다

"부분적으로 건물이 부서지거나 가스폭발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처럼 완전히 붕괴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운국실장을 비롯한 나인소프트의 프로그래머들이 삼풍백화점붕괴참사이후회사가 위치한 안양과 사고대책본부를 교대로 오가며 지금까지 철야를 하는까닭은 선행을 빌미로 돈벌이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장을 직접 보고 돌아온 직원들이 와서 하는 말이 "DB가 전무한 실정"이라서 당분간 자원봉사를 나가야 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던 이운국실 장의 눈에는 이같은 참사가 상식밖의 일로 비쳤다고 한다.

전일밤에도 서울교대강당에서 꼬박 밤을 새웠다는 이실장이 삼풍현장에서 맡고 있는 일은 실종자인명관리센터의 시스템 관리. 사고 다음날부터 현장에 설치된 PC에 나인소프트가 개발한 DB프로그램 "MP2.5"를 설치하고 현장에 파견된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여타 인력관리프 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많은데 나인소프트의 "MP2.5"가효력을 발휘한 것은 소프트웨어에서 필드의 수를 변경할 수 있다는 특징때문.

틀에 맞춘 일상적인 정보관리방식과 달리 사고현장에서는 실종자 가족의 주문사항이 많아 실종자의 특징을 기록하는 필드수가 계속 변한다. 또한 "남 자, 삼풍직원, 인천거주, 사망" 등 다수의 검색요건을 입력해 다중탐색이 가능하다는 것도 상당히 유용하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현장에서가족들의말이 엇갈리고 요구사항도 많기 때문에 검색요건이 많을수록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책본부측에서도 이같은 방식으로 출력한 자료를 주로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올해초부터 공식명칭을 가지고 소프트웨어개발업체로서 본격 출범한 나인소프트는 이실장을 비롯 친구와 후배 모두 3명의 프로그래머가 주축을 이루고있다. 또한 나인소프트 MP2.5도 공개SW에서 본격적인 상용프로그램으로 변모 했다. 회사설립전까지는 공장자동화나 견적서 프로그램위주로 주문을 받아제작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들 가운데 구미에 맞는 것이 없는 회사가 주요고객이었던 셈이다.

삼풍실종자 인명정보센터에서 사용중인 MP2.5는 91년부터 PC통신 하이텔에공개되면서 일반에 알려진 프로그램. 지금까지 수년간에 걸쳐 진행된 업그레 이드와 버그수정작업때문에 탁월한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사용중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면 시스템이 정지해 입력된 자료를 절대 훼손하지 않는 것이장점이라고 한다.

원래 이실장이 근무했던 곳에서 고객관리용으로 설계해 사용하던 이 프로그램은 1.4판까지 공개용으로 배포되었으나 우편번호 등 품이많이 들어간 1.5 부터는 약간의 비용을 받고 유통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돈을 내고 사용하는 셰어웨어라면 기본적인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 때문에 한번 사용해본 사람은 높은 점수를 준다고 한다. 때문에 시장에 출시한지 얼마 안되는 프로그램이지만 대규모 유통업체에공급하기 보다는 소규모 전문 유통점을 중심으로 판매하면서 제값을 받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삼풍현장에서 철수해 회사의 쌓인 일을 처리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시청과 구청에서 만류해 지금도 프로그래머 2명이 교대로 상주하고 있습니다." 시.

구청 직원들이 워드프로세서는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지만 DB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백지상태이기 때문에 도저히 손을 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 그의지적이다. 물론 DB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과 같아 고도의 응용이 필요하므로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1주일 이상 계속 봉사활동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입력이나 탐색기능을 잠시 교육시켜 사용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인력구성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계속 현장에 머물면서 마무리될 때까지 프로그램사용교육 과 데이터출력을 맡을 계획이다. 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