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류] 컴퓨터시장 가격파괴 거센 "후폭풍"

최근 컴퓨터 유통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우려반 기대반이다. 가격파괴 붐이 확산됨에 따라 각 업체들의 컴퓨터 값내리기 경쟁이 불붙어 소위 "가격파괴점"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경쟁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각 업체들의 가격파괴 바람은 기존 가격질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가격을 제시 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현재 대기업 대리점 가맹점 양판점식으 로 운영되고 있는 각 유통사들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각사의 가격파괴 양상이 소비자들에게는 컴퓨터 구입시기를 앞당기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담당, 비수기인 요즘 컴퓨터 수요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다.

가격파괴 전문업체들의 움직임은 전체적인 PC유통시장의 초점을 "가격"으로 집중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컴퓨터 전문유통사인 코오롱정보통신, 토피아 선경유통, 삼테크등에게 민감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한 조립PC 유통업체 대기업대리점 구도로 양분됐던 기존 컴퓨터 유통구조가 조립PC 대기업대리점 양판점 가맹점 등으로 나뉘어 치열한 판매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대기업대리점은 PC메이커 출하가 위주로 단위별 경영체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소비자 가격중심으로 가맹점이나 양판점보다 다소 가격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메이커 제품들을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고 AS도책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영업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가맹점방식은 토피아의 PC라인과 같은 방식으로 소규모 독립점포 체인망이 판매를 담당하고 유통본부는 광고.구매.AS등을 총괄하기 때문에 각각의 가맹 점들은 판매에만 주력해 높은 판매율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유통본부 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본부와 가맹점간의 상호협력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소프트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컴퓨터 가격파괴사업을 시작한 소프트플러스도 현재 32개인 가맹점을 연말까지 1백개로 늘리기로 하고 유통 망 확대에 적극 나섰다. 용산전자상가내 업체를 중심으로 조립PC업체들이 가격 및 AS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합 설립한 "엑스컴퓨터"도 회원업체수를 확대시켜 소비자들과 밀착된 영업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특히 부산에서 서울로 본사를 옮기면서 화제를 낳고 있는 세진컴퓨터랜드의 등장은 그동안 가격파괴 경쟁에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 제품인 "옵티마PC"를 내놓고 있는 토피아는 전국 약 1백4개의 PC라인 가맹점과 백화점 매장을 중심으로 전국적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다낮은 가격으로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한편 서비스를 강화하여 매장직 원들의 복장통일, 교육센터 설립, 철저한 AS등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와 무이 자할부판매를 대대적으로 벌여, 가격경쟁력과 서비스력을 고루 갖춘 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것이 전과는 다른점이다. 현재 가맹점을 확대시켜 상설 할인매장의 개념으로 판매방식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용산 위주로 유통망을 유지해왔던 삼테크도 지방으로 시각을 돌리고 있다.

지방자치제실시와 더불어 예상되는 지역상권 보호정책에 대비해 지난해 말부터 지방화 전략을 꾸준히 추진중이다. 아프로만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종합 컨설팅 업체로의 도약과 더불어 가격파괴 전략에 부합하는 할인판매 위주의 직영매장을 기본골격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유통시장의 변화는 양판점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1백평이상의 대형매장을 갖추고 대도시 위주의 직영점 방식으로 운영되는 양판점은 제조 업체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소비자 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가맹점과 양판점 방식은 상설할인 매장의 개념으로 유지비를 최소화해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C마트, 세진컴퓨터랜드 등 양판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PC메이커측의 견제가 만만치 않아 실질적인 가격파괴 정책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다. 오히려 외산 PC업체가 그 틈을 밀고 들어올 확률이 다분히 높다. 실제로 일부 양판점에서 외산 PC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컴퓨터 유통업계의 3파전에서 제조업체와 양판점.가맹점과의 마찰도 또 한가 지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대리점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려는 양판점.가맹점의 판매방식에 대기업들이 견제를 하면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는 가격파괴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싶지만 기존 대리 점망을 포기할 수 없는 PC메이커들과, 메이커 제품을 보다 유리한 가격에 공급받고 싶어하는 가격파괴점들의 대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다는 것이유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에서는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등 대규모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대결구도 형성에 따른 대기업제품의 가격인하도 예상되고 있다. 요지부동의 가격정책을 고수해왔던 일부 메이커가 최근 들어 발표한지 얼마되지도 않은신제품을 세일에 부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하반기 컴퓨터유통시장은 가격파괴에서 "가격대란(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무튼 유통업계의 재편과 이에 따르는 갈등 및 경쟁은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