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96)

스티브 잡스는 넥스트의 근황을 물어보는 질문을 받으면 어린 아이와 깍꿍놀이 를 하는 것과 같이 장난스런 태도를 보였다. 그는 넥스트의 비밀이 절대 누설되지 않도록 했고 넥스트는 사기업이였기 때문에 매출이나 재정상태 를 밝힐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잡스는 필요하다고 느낄 때만 넥스트의 매출 및 수익에 대한 정보의 일부만을 밝혔고 곧이어 침묵을 지키곤 했다. 90년 1만5천여대의 컴퓨터를 미리 주문받았다고 발표한 것도 일반인들을 조롱하는 잡스의 책략에 불과했던 것이다. "깍꿍, 우리가 새로 주문받은 것좀 보시오" 이윽고 손으로 눈을 가리면 일반인들은 다시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

모든 것은 속임수에 불과했다. "1만5천여대를 주문받았다"는 것도 1만5천여 대가 아니었고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주문도 아니었다. 넥스트는 잠재고객들 로부터 앞으로 1만대이상을 사겠다는 약속만 받았기 때문에 그 주문은 전혀 구속력을 갖지 못했다.

넥스트는 비공식적인 조사만 했을뿐 실제 주문을 받지는 못했다. 넥스트는사람들에 대해 조사했고 고객들은 이러 이러한 기능과 이런 저런 조건만 충족된다면 관심을 가져보겠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넥스트는 고객 A에게 B라는 고객이 넥스트를 사기로 했다고 말했고, 또 고객 B에게는 고객 A가 살 것이라고 말해 마치 자사제품이 인정받은 것처럼 위장함으로써 더 많은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고객들은 넥스트가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들의 이름 을 들먹인다는 사실을 모른채다른 사람들이 산다면 우리도 생각해보지라는식으로만 대답했다.

넥스트의 대학고객들은 특히 이런 실행가능성 없는 약속을 많이 했다. 잡스 는 이 대학기관에 2천9백95달러 또는 50%나 인하된 특별가격으로 컴퓨터를 제공했고 그 사실을 비밀에 붙였다. 그러나 아무런 구속력없는 약속들을 잡 스는 데이비스 홀에서 "실질적인 주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들은 잡스가의미없는 약속에 불과한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을몰랐고 잡스 또한 그 수치들이 진짜라고 강변했다. 1년후 그 당시 대학의 약속이 얼마만큼 지켜졌는지 알아본 결과 약속대로 이행된 계약은 겨우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알게 되었다.

잡스는 91년까지 숫자놀이를 계속했다. 넥스트는 첫 3개월동안 8천여대의 컴퓨터를 판매하여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분야에서 갑자기 2위로 부상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넥스트가 휴렛팩커드, 디지털 및 IBM과 같은 주요 경쟁 상대를 제치고 그들을 앞지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선사만이 1위를 가로막고있었다. 넥스트가 2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넥스트가 전문가용워크스테이션 을 넥스트에게 유리하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넥스트는 과학기술연구소 이외에 판매되는 워크스테이션을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 이라고 명명했다. 넥스트의 경쟁상대나 시장분석가 누구도 넥스트처 럼 매출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넥스트의 통계를 확인할 수도 반박할 수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넥스트는 IBM과 휴렛팩커드와 같은 주요 경쟁상대자들이 기록하고 있는 수십억달러상당의 매출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만들었다. IBM은그 분기에 1만2천여대의 워크스테이션을 판매했지만 넥스트는 "전문가 용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잣대로 계산하여 IBM이 1천여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휴렛팩커드는 2만여대를 판매했지만 넥스트는 같은 방식을 적용하여 3천여대만을 인정했다. 그런 책략은 성공했다. 로스엔젤레스 타임 지는 "넥스트,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다"라는 제목하의 기사를 게재 하여 넥스트 편을 들어주었다. 그나마 넥스트가 워크스테이션시장을 모두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은 것을 보면 잡스가 약간은 겸손한데가 있다고나할까. 그는 넥스트 제품이 1백%의 시장을 점유한다고 더 자신있게 내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넥스트는 예술 및 편집을 맡았던 크리에이티브 서비스그룹을 해체하여 첫번째 감원을 단행했다. 넥스트와 같은 작은회사가 자체내에 크레이티브그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잡스는 필요할 때마다 외주업체를 통해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었다(우리는 소를 소유하기보다 우유를 사먹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인원을 감원키로 하는 것은 아주 고통스러운 결정이었기 때문에 잡스 는 감원대상자들이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 그들과의 작별인사를 피하기 위해 모습을감추었다. 회사의 이미지가 손상될만한 모든 일을 비밀에 붙이는회사의 일관된 정책에 따라 넥스트는 언론에 감원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따라서8천여대의 넥스트에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았다.

감원을 결정하기 바로 전에 잡스는 넥스트의 전속광고 대행사인 암미라티 앤 드 퓨리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88년 넥스트는 지키지도 못할자금을 대주겠다고 약속하여 그 광고대행사를 끌어들였다. 잡스는 매년 2천 만달러를 광고료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상 그 십분의 일밖에 지불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에이전시는 넥스트와 계약을 맺고 이 회사를 전담하게 될 직원을 일부러 충원한 다음에야 넥스트가 약속한 광고수수료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알게 되었다. 그래도 잡스는 넥스트만을 담당하는 전속팀이 남아있기를 바랬기 때문에 그의 요구에 따라 필요할 때 지원해줄 수 있는 직원을 남겨두는조건으로 이 광고대행사에 예약료를 지불할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암미라티 앤드 퓨리스의 임원인 스티브 가든이 잡스의 사무실로 왔을 때 잡 스는 그런 그의 계획을 얘기하려 했지만 그에 앞서 가드너가 먼저 본사의 계획을 전달했다. 그 에이전시는 얼마전 새로 계약을맺은 일본의 니콘사의 요구에 따라 넥스트를 더이상 고객으로 삼지 않겠다고말했다. 니콘은 그들의경쟁업체인 캐논사가 넥스트와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넥스트와도 마찰을 피할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