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정보화위원회 "내실"이 중요하다

며칠전 국가사회 정보화 촉진과 정보통신산업 기반 조성을 위해 범국가 "정 보화추진위원회"가 설치될 예정이라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여기에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재정경제원 부총리, 정보통신부장관, 국회사무총장, 법 원행정처장 등이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에는 "초고속 정보화 추진위원 회"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여 구성된 바 있고, 관계부처 장관들이 위원 으로 참여했다. 정보화시대를 맞으면서 정보화사회 및 산업기반 구축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범부처적인 협조가 필요한 것은 마땅한 일로 공감하면서 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미진한 감을 금할 수 없다.

과연 이러한 위원회는 소기의 목적을 얼마나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외양으로는 국무총리 이하 삼부 주요공직자들이 두루 참여하게 될 것이니 위상 도 높고 따라서 목적달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말고도 수많은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국무총리는 이 일을 위해 과연 얼마만한 시간과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두는 것은 범부처간 에 엇갈리는 이해를 조정하도록 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부처간의 상이한 의견들이 과연 잘 조정될 것이며 또 조정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국가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의견이 될 것인가. 또 조정업무에 급급할 이 추진위원회가 미지의 정보화시대에 대한 어떠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진정, 정보화시대와 이 시대의 국제경쟁 에 대비하여 국내 정보화사회 및 산업기반을 구축하고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한다면 다른 모양의 위원회를 하나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위원회는 교육개혁위원회 와 같이 대통령직속 기구로 두고 정보화시대에 대비한 국가 사회 및 산업이 전반적인 골격을 조형하도록 해야 한다. 또 정보화사회, 컴퓨터 및 정보통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용 경험이 있고 관련분야의 세계적 동향과 발전방향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도록 해야 한다. 균형 잡힌 통찰력과 공평무사한 판단력이 있고 진취적인 문제탐구 능력과 합리적 인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이 위원회에는 정부관료들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관료이 든간에 특정부처를 대변하는 입장이 되어 국가적 최적 해를 얻는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또 직업상 공익의 개념이 약한 정치가나 사업가나 변호사 등도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그대신, 기존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각 과 참신한 생각으로 장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이 위원회는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주역이 될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젊은이의 창의성을 축적된 경륜과 조화롭고 진취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위원회들과 는 달리 위원장도 가급적 젊은 세대로 하는 것이 좋다.

이 위원회는 정보분석에 의한 기획능력과 실현가능한 목표제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국내및 해외정보팀과 고성능의 정보처리 및 모의실험 환경이 지원되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의 단순비례 추정식 접근 을 탈피하고 "전쟁게임"을 하듯이 작용.반작용의 가상현실상황을 설정하여 전 진행과정을 주도면밀하게 검토분석하면서 미래를 기획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면 이 위원회는 장차 정보화사회의 기반구조를 형성할 초고속정보 통신망 구축에 관해서도 신뢰도 높게 재점검할 수 있게 된다.

정보화시대는 한편 지식산업시대요 소프트웨어시대이기도 하다. 통신망과 방송망을 통해서 전달될 소프트웨어의 분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소프트웨어 가 갖는 경제성 및 문화적인 측면을 감안하여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외국산 소프트웨어의 비율을 적정선 이하로 낮출 수 있는 전략적 추진계획이 필요하다. 또 통신.방송의 분리가 정보화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상황에서도 계속 주무부처를 분리할 것인지도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새 위원회는 이러한 점들도 체계적이며 미래지향적으로 재검토하여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21세기 정보화시대는 엄청난 변혁의 시대다. 정보통신의 발달은 생활양식을 변형시키고, 사회적 가치관과 문화형태도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 산업구조도 달라지고 국제관계도 많이 변할 것이다. 이 시대는 공업화시대와는 달리 탈규격화 개별화, 개성화 흐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 의 패턴을 모방한 피상적인 정보화 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우리의 설자리가 없다. 우리나라에 맞는 한국적 고유모델을 정립하여 정보화시대의 물결을 탐으로써 선진국 도약의 계기를 삼아야 한다. 새시대를 열어갈 참신한 인물들 로 새위원회를 구성하여 산업과 사회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기술개발과 국제 경쟁전략을 수립하여 새 지평을 열어가도록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