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통신시장 서세동점

유럽 통신시장에 서세동점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쪽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동쪽은 정부가 경제회생의 기반으로 활용하기 위해 낙후된 통신시설의 현대화를 서두르는 등 동서 양진영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통신업체들이 동유럽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현재 이 지역에서 가장 구애를 많이 받고 있는 국가는 동.서유럽의 중간지점 에 위치한 체코 공화국이다.

통신업체를 비롯한 국영업체들에 대한 민영화 프로그램도 확실하고 개혁의 진행 정도、안정성등이 체코를 투자대상 최우선 국가로 꼽히게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 있었던 STP텔레컴의 주식 매각은 서구업체들이 이 시장에 대해 호기심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었다. STP의 주식 매각은 동유럽 통신시장 민영화의 전형인 동시에 서유럽업체들의 동유럽 진출의 시험무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스텟과 미국 벨 애틀랜틱의 합작업체인 텔파르、 프랑스 텔레컴 FT 도이치 텔레컴(DT)、 미국의 아메리테크등이 경쟁을 벌인 결과 이 업체의 주식 27%는 PTT네덜란드와 스위스 텔레컴의 합작 컨소시엄인 텔소스로넘어갔다. 현재 STP텔레컴이 네트워크를 운용중인 체코는 통신시설이 상당히 낙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구 5명당 1명의 전화보급률에、 전화를 신청.가입하는데 최소한 2년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체코 통신시장은 이처럼 서유럽업체들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STP는 현대화 프로그램이 완전히 종료되는 2000년까지 음성 전화부문에서 독점을 유지하고자 희망하는 체코정부가 주식의 26%를 소유하고 있다. 체코 정부는 향후 통신 서비스가 특별히 낙후된 지역을 선정、적당한 업체에게 라 이선스를 주어 서비스 개선에 중점 투자하도록 할 방침이다. 동유럽시장에서 선두권을 바짝 뒤쫓고 있는 이탈리아의 스텟사와 덴마크의 텔레덴마크등도 체코 통신시장에서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STP보다 이익이 적을지라도 이 지역을 발판으로 동유럽 어느 지역으로나 뻗어나가려고 하기때문이다.

동유럽지역 국가의 정부들은 대체적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낡은 통신망의 현대화를 추진하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체코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동유럽의 다른 국가로 몰리고 있다. STP만은 못하더라도 감정사에게는 눈에 뜨일 만한 보석이 이 지역에 아직 많이 널려 있는 것이다.

서유럽업체들이 관심을 가지는 다음 순위의 국가는 헝가리이다. 정부가 국영 네트워크의 매각에 나선 또 다른 국가이다.

헝가리에서는 정부가 마타브사의 잔여 주식 40%의 일부 내지는 전부를 매각 할 것이라는 열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헝가리정부에 통신 민영화관련 전략을 충고해주고 있는 CS 퍼스트 보스턴과 도이치뱅크는 결정의 시기가 임박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93년 말 도이치 텔레컴과 아메리테크의 합작사업인 마지야 컨소시엄은8억7천5백만달러를 들여 마타브의 주식 30%를 매입했는데 마지야 컨소시엄은 헝가리정부가 마타 브의 주식 매각에 나설 경우 언제라도 추가로 매입할 태세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타브는 그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동유럽의 나머지 국가들도 민영화 정도에 있어 체코와 헝가리에 비기지는 못하더라도 성장의 가능성은 충분히 갖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블라디미르 메샤르 수상은 국영 스로벤스케 텔레코뮤니카시의민영화를 반대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정확한 표현은 네트워크의 현대화는 희망하고 있지만 슬로바키아 통신시장의 미래를 위해 외국자본과의 제휴는 가급적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는 국영 통신업체의 미래에 대해 밑그림 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업체들은 체코의 STP와 헝가리 마타브사의 예가 이들 정부의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시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폴란드가 서유럽업체들의 또다른 목표물이 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입장이 정립될 때까지 동유럽 지역에서 가장 커다란 성장이 예상되는 부문은 이동통신이다.

이 부문은 체코.헝가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러시아 등지에서는 이미 서구업체들이 실질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벨 애틀랜틱이나 US웨스트는 유로텔 컨소시엄을 통해 STP와 제휴계약을 맺고이동통신의 GSM(유럽 이동통신 표준)을 올해안에 체코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US웨스트는 또 마타브와 제휴한 웨스텔을 통해 헝가리 이동통신시장에 진출 해 있다.

미국의 AT&T나 독일의 DT、 PTT네덜란드 등도 유니텔 컨소시엄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새로운 전화회선과 공공 전화시스템의 개발을 위한 기술적 지원 에 나서고 있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AT&T가 세인트 페테르부르크의 전화사업자와 제휴、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유럽업체들의 동유럽시장 진출 성공여부는 반반이다.

그동안 서유럽업체들이 동유럽시장에 투자한 것만으로도 서유럽업체들이 진출해 보상받을 이유는 충분하다는 아전인수격의 지적도 서유럽업계에서는 타당성이 있는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에게 시금석은 무엇보다 체코의 STP텔레컴이다.

체코정부가 PTT네덜란드나 스위스텔레컴을 제휴업체로 받아들인 이유는 이들이 중소규모여서 STP텔레컴、 나아가 체코의 통신시장의 미래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과와는 상관없이 STP의 주식매각 사례는 이 지역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에게 여러가지면에서 교훈이 될 것이다.

어쨌든 현재로선 아이러니컬하게도 앞으로 동유럽 통신사업 민영화는 이 지역 시장개방의 가속화를 바라는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측의 압력에 달려있는셈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