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영상.정보기록매체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의 규격경쟁이 여전히뜨겁다. 올해초부터 표면화된 소니-필립스와 도시바를 비롯한 7개사연합 등 양진영간의 규격경쟁이 7개월째 접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우열이 가려지지 않은채 그 열기만 더해 가고 있다. 물론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6월을 기점으로 그 이전은 주로 세력확장을 위해 양 진영이 각기 자기진영규격의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7월들어서는 가격문제까지 얽히며싸움은 내년 여름의 상품화를 겨냥한 보다 구체화된 실력행사로 들어간 양상 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규격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양 진영의 일본업체들은 초기생산부터 동남아시아에서 전개、 저가로 맞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업계일각에서는 DVD를 둘러싼 규격경쟁은 "승자없는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아직은 수면하에 있는 특허문제도 늦어도 내년 상품화시기에는 물위로 떠올라 양측간의 분쟁을 더욱 조장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규격경쟁에 따른 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진전되어 온 DVD경쟁을 3회로 나눠 점검한다. <편집자주> DVD는 음악CD(컴팩트디스크)와 같은 직경 12cm의 디스크에 CD롬의 6~14배의 데이터를 수록할 수 있는 기록매체로 현재 소니-필립스진영의 "멀티미디어CD (MMCD)"와 도시바, 마쓰시타전기 등 7개사연합의 "슈퍼덴시티(SD)" 등 두개의 규격이 대립되어 있다. 멀티미디어CD는 디스크가 1장인 단판방식으로 기억용량이 3.7GB~7.4GB. 반면 SD는 디스크 2장을 결합한 양판식으로 기억용량 이 5~9GB. 디스크의 크기나 두께、 데이터 읽기속도는 같다. 규격경쟁은 올1월 도시바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 일、 유럽의7개사연합이 공동으로 소니-필립스에 대항、 독자규격을 제안함으로써 시작됐다. 양 진영간 주도권다툼은 4월들어 주요 격전장이 초기의 영화에서 컴퓨터산업쪽으로 옮아가면서 더욱 뜨거워 졌다.
컴퓨터산업이 DVD경쟁의 주무대가 된 이유는 극히 단순하다. 시장성때문이 다. DVD가 대체할 것으로 보여지는 CD롬드라이브는 이미 연간 세계수요가 2천만대를 넘는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향후 PC의 외부기억장치로 막대한수요가 쉽게 예상된다.
따라서 규격경쟁에서 이기면 어느쪽이든 거대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그러나 양 진영의 의도는 쉽게 관철되지 않고 있다. 최대 수요처가 될 미국 대형업체들이 DVD의 저가화를 겨냥、 규격통일과 상한가를 제안하면서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이다.
우선 규격통일이 요구된다. 4월 하순 양 진영은 미국 컴퓨터관련업체들을 대상으로 각각 자신들의 규격을 외부기억장치로 채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대해 5월 초순 IBM、 마이크로소프트、 컴팩 컴퓨터、 애플 컴퓨터、 휴렛팩 커드 등 대형 5개사는 규격단일화를 제안했다. 소니와 마쓰시타는 이를 수용 、 5월말 대형 5개사로 구성된 "테크니컬 워킹 그룹(TWG)"과 회합을 가졌다.
그러나별 성과없이 끝났다.
이어 TWG는 직접적으로 가격문제를 거론했다. 회담 1개월 후 이들 각 업체는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4배속 CD롬드라이브와 같은 1백99달러로 OEM공급을 타진해 왔다.
이같은 의사타진은 양 진영의 전략에 곧 바로 반영됐다. 도시바는 당초 OEM 가격으로 1백99달러를 97년에 실현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6월말 이를 96 년 발매시점으로 앞당기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이와 함께 엔고로 생산단가가 상승한 국내생산으로는 이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초기생산부터 해외에서 전개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소니도 생산비용감축을 위해 초기부터 해외생산에 나선다는 방침 을 내세우고 특히 가격면에서는 "도시바.파이오니아진영보다 낮은 OEM가격" 이라는 초강수를 구사하고 있다.
상품화를 1년이나 앞두고 미국 컴퓨터업체들의 요구에 끌려 일찌감치 DVD의 가격경쟁이 시작된 양상이다. 이 가격싸움은 "월산 20만대의 생산규모에서 2백달러로 팔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DVD제조업체측의 시나리오마저 위협하고 있다.
미국 컴퓨터업체들의 관심은 가격에 있다. 규격통일 요구도 사실은 규격난립 에 따른 가격상승을 사전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미국업체들이 표면에서는 규격통일을 요구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양 진영의 가격경쟁을 부추긴 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물론 가격은 비단 미국업체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일본 컴퓨터업체들도 "P C에서 외부기억장치는 일개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규격이든 상관없다 며 냉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대수요처인 미국업체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GB당 가격이 조금이라도 싼 쪽으로 결정한다"는 노골적인 표현도 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들의지지없이는 사실 업계표준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업체들 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소니진영은 CD롬 라이선스공여업체들을 공략하고있다. 반면 도시바는 PC 운용체계(OS)를 갖고 있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컴퓨터의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규격경쟁의 결과는 이들 수요업체들의 손에 달렸다. 가격도 이들에 의해 좌우돼 외부기억장치로 아직 상품화도 안된 DVD는 이미 박리다매의 국면을 맞이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 진영이 출혈경쟁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DVD는 황금어장으로 기대를 모으는 분야다. 그러나 주무대가 될 컴퓨터시장에 서의 상황은 규격경쟁에서 비록 승리한다해도 사업적으로는 기대만큼의 성공 을 거두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