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선 멀티미디어 서비스 사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내노라 하는 업체들은 물론이거니와 어지간한 업체들도 멀티미디어 서비스에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멀티미디어 서비스 사업이 그만큼 유망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올 상반기 동안만 미국에서 멀티미디어 사업과 관련해 2백20억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이루어져 이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수.합병의 주요 대상이 된 업체들은 컴퓨터、 통신、 방송、 오락、 온라인등 서비스 분야의 업체들이었다.
그것도 동종 업체보다는 이종 업체간 인수.합병이 대부분이었다.
멀티미디어 사업이 말 그대로 복수 매체를 결합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현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업체간 이합집산과 밀고 당기는상호 힘겨루기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놓고보면 멀티미디어 사업에 가장 열성적인 업체들은 전화업체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제2의 장거리 전화 업체인 MCI로 루퍼트 머독의 뉴스 사 주식 13.5%를 매입키로 했다. 투자 규모는 20억달러.
벨 사우스、 SBC 커뮤니케이션즈、 어메리테크 등 지역벨사들은 월트 디즈니와 5억달러 규모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멀티미디어 사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 최대의 전화업체인 AT&T도 제너럴 매직、 3DO、 BBM 플래니트 등에지분 참여를 통해 경쟁대열에 가담했다.
이들외 케이블 TV 및 컴퓨터들도 인수、 합병、 기술제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쟁에 뒤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멀티미디어 사업 열풍이 일종의 도미노 현상처럼 미국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멀티미디어 열풍에 대해 영국의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멀티미디어 사업의 비전이 워낙 밝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 로 기존 산업의 틀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최신호에서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전화 및 케이블 TV 산업은 최근들어 규제 완화로 인해 기존 사업자들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거리에 따라 장거리 전화 요금을 부과하던 기존의 사업 방식이 흔들리면서 장거리 전화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화 상대가 이웃에 있든 원거리에 있든 동일 요금이、 그것도 훨씬 저렴한 요금이 부과되는 인터네트의 사용이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신천지로 인식되는 멀티미디어 서비스 시장을 외면할 경우 미래의 생존을 보장 받지 못한다는 위기의식도 수많은 업체들의 멀티미디어 행을 부추기고 있다.
타이프라이터 제조업체로 유명했던 스미스 코로나가 컴퓨터라는 새롭게 발전 하던 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몰락한 경험을 이들은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사업이 곧바로 해당 업체들의 미래의 생존을 보장할 것으로 장담하는 이는 거의 없다.
오히려 지금처럼 멀티미디어 시대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조차 제대로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선 멀티미디어 사업 준비가 곧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못된다는 데 멀티미디어 열기의 허실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멀티미디어 세계 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멀티미디어 사업은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무형의 아이디어 경쟁으로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멀티미디어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멀티미디어 시대를 예언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확신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2년전、 벨 애틀랜틱이 올해까지 주문형 비디오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의 미국에서의 멀티미디어 열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고개 를 들고 있다.
멀티미디어 사업이 유망할 것이라는데는 동의하지만 많은 업체들이 정확한 목표와 아이디어없이 대세를 따라가는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을 하는 측은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 을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일례로 가격이 저렴한 무선 전송 기술이 실용화되면 케이블 TV 업체 들이 엄청난 투자를 통해 멀티미디어 서비스용으로 매설한 광섬유 케이블망 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지역벨사의 하나인 US 웨스트가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대화형 멀티미디어 부문의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따라 전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의욕도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사업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서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할 때 성공 가능성이커진다는 논리가 멀티미디어 사업에서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