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화형 서비스시장 "이상한파"-장미빛 청사진에 먼지

미국의 대화형 서비스시장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들어 미국에서 홈쇼핑、 주문형비디오(VOD)、 게임서비스등 대화형 서비스의 한 축이 되어온 벨 애틀랜틱사등 지역벨사들이 사업의 속도 조절에 나섬으로써 대화형 서비스의 본격적인 보급은 다음 세기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미래 대화형 서비스 구현의 실험장이 되고 있는 미국에서 이 분야 사업의 지체는 정보고속도로의 핵심부문인 대화형 서비스가 금세기내에 개화하기 어렵 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대화형 서비스사업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던 지역벨사들이 시스템 구축에서 발을 빼는 것은 곧바로 대화형 사업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벨 애틀랜틱과 US웨스트가 미연방통신위원회(FCC)에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대화형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

단지 퍼시픽 벨사만이 FCC의 승인을 얻어 그동안의 움직임과는 달리 조용히 계획을 진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시험서비스에 들어갔을 당시를 돌아본다면 통신업계 거물들의 이같은자세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벨 애틀랜틱의 새로운 대화형 서비스 시험에서 관계자들은 "완벽하다"는 등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대화형 서비스 화면의 화질및 음질은 그런 찬사를 받을만 했다. 단지 화상과 음성이 마치 외국영화를 더빙한 것처럼 동시에 나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개선되자 관계자들은 내일이라도당장 대화형 서비스가 개시될 것처럼 들뜬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후 2년여동안 지역벨사들은 대화형 서비스 관련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지역벨사들의 태도가 최근들어 돌변한 것이다. 그 이유는 시장 성장 가능성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벨 애틀랜틱의 경우 올해말까지 1백20만 가구에 대화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명의 고객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US웨스 트도 올해말까지 60만가구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으나 단지 1백35가구 에 시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나마 대화형 서비스라고 부르기는 민망할 정도의 서비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퍼시픽 텔레시스그룹의 캘리포니아지역서비스는 계획보다 1~2년 지체되고 있다.

아메리테크만이 유일하게 오는 96년에 20만 가구확보를 목표로 정상적인 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업체들도 대화형 서비스구축이라는 약속을 어기기는 마찬가지다. 지나칠 정도로 과다하게 홍보된 타임 워너사의 플로리다주 올란도 서비스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판명됐다. 처음 목표였던 4천가구에 턱없이 모자 란 30가구에 대해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타임 워너는여전히 오는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대화형 서비스 참여업체들이 이처럼 지지부진하게 사업을 벌릴 수 밖에 없는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답보및 비용 상승、 규제 장벽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로인해지역벨사를 비롯한 케이블TV부문의 장밋빛 약속인 대화형 네트워크 구축은 빛이 바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화형 서비스와 관련한 문제들을 과소평가한 지역벨사등의 사업에 임하는 태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화형 서비스에서의 어려움이 발견되자 마자 곧바로 열의가 식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 케이블TV업체들의 추종적(?) 열광도 수그러들게 되었다.

대화형 네트워크의 구축비용도 문제.

사업참여 관계자들은 이를 "달에 가는 비용과 맞먹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처음에 예상했던 경비의 2배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명을 지른다. 이들에게 있어 대화형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 앞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비디오 전송기능을 부가한 새로운 전화회선을 가설하는 것이다. 현재 지역벨사들의 2백70만마일 에 걸친 전화회선 가운데 90%가 대량의 화상신호를 보낼 수 없는、 시대에뒤떨어진 동선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광케이블로 교체하는데 드는비용은 약 1천2백억달러가 소요된다. 여기에다 컴퓨터및 세트톱박스등의 부가비용을 합치면 천문학적인 경비가 소요 된다.

전화업체와 케이블TV업체간 역학관계도 대화형 서비스의 진척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지역벨사들은 대화형 서비스의 핵심인 홈쇼핑이나 주문형 영화(MOD)및 게임 사업이 케이블TV업계의 의도대로 나가는것을 경계했다. 대화형 서비스로 인해 자신들의 지역전화사업 독점이 위협받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케이블TV업체들도 거대 전화업체들이 대화형 네트워크를 이용、 지역전화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을 달가워 할리가 없는것이다.

관계자들은 양측이 타협하는 것이 대화형 서비스업계를 살리는 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양측의 견제가 서비스 개발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지역벨사들은 이익의 90%를 보장해주는 지역전화 시장 수호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외에 장거리전화 서비스시장 진출에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장거리전화시장이 대화형 시장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하다는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모든 전화업체들이 현재의 케이블TV 서비스에 주력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나서 소비자들의 취향을 지켜본 후 다음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예상대로 라면 비디오와 통신의 결합체인 대화형 서비스는 오는 2000 년이 되어도 미가정의 4분의 1정도에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벨사들은 아직도 야심찬 대화형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대외 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네트워크만이 "대화형 시대"를 여는 기반설비 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