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배 한 척이 거제항을 날렵하게 빠져 나간다. 먼 바다로 향하는 박지 용씨는 마음이 든든하다. 그가 물과 바람에 대해 훤히 아는 뱃사람이라서 만은 아니다. 조종석 옆에 붙어 있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가 바닷길을 훤히 열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박씨의 배는 원양어선처럼 첨단장비를 제대로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GSP 만 있다면 어딜가나 안심이다. 이 손바닥 만한 항해장치는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었을 때 현재위치가 동경 몇 도 북위 몇 도 인지를 알려 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근처의 해안선 지도까지도 보여준다.
GSP가 이처럼 충실한 물길 안내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알고 보면 모두 위성데이타통신 서비스 덕분이다. 이 휴대장치는 하늘을 덮고 있는 인공위성 들의 방향을 포착함으로써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의 좌표를 정확히 계산해 낸다. 무궁화위성의 데이타통신서비스는 바다에서 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 기상청에서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무인관측소의 기상정보를 위성 을 통해 수집, 분석하는 무인원격관측망서비스를 실시한다. 덕분에 운송회사 사무실에서는 운행중인 차량의 위치를 한눈에 알 수 있어 신속한 수송시스템 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도로공사에서는 교통상황을 파악해 운전자에게 특정도로나 지역을 우회하도록 지시하는 등 돌발사고와 정체, 긴급상황에 유연 하게 대처한다. 그밖에 우량과 풍속관측, 환경감시 등에도 데이타통신 서비스가 유용하게 쓰인다.
*…J전자 부산지사. 오늘은 윤영훈식씨의 첫 출근날이다. 그는 신입사원 교육장이라고 쓰여진 문을 밀고 들어간다. 입사동기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있다.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은 위성방송을 통해 이루어진다. 요즘엔 많은 대기업 들이 전용통신망(VSAT : Very Small Aperture Terminal)으로 본사와 지사를 연결해 사원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전용통신망은 광케이블이나 구리선을 깔지 않아도 사업장의 옥상이나 벽면에 초소형 안테나를 설치하고 소형 위성지국장비만 갖추면 간단히 끝난다. 게다가 공사장처럼 지상케이블을 가설하기 어려운 곳에도 쉽게 네트워크를 연결 할 수 있으니 인공위성은 결국 가장 경제적인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방법이 되는 셈이다.
스크린에는 만면에 웃음을 띤 서울 본사 사장이 나와 입사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임직원들에 대한 소개가 끝나자,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에 흩어진 영업소들이 차례로 비쳐진다. 공장의 생산라인이 천천히 지나가면서 제품 조립공정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A자동차의 신차설명회. 이번에 선보일 스포츠카는 설계 당시부터 차량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한 미래형 첨단자동차라는 소문으로 화제를 모았던A자동차의 야심작이다. 일반에 공개하기에 앞서 오늘은 위성방송으로 제작된 TV모터쇼를 통해 전국의 대리점 사장들에게 신차의 성능과 특성을 소개하는 날이다. 신차개발 프로젝트 팀장 김길수씨는 행사준비로 아침부터 부산하다. 드디어 팡파레가 울리는 가운데 모터쇼가 시작된다. 날씬하고 세련된 스포츠카 한대가 미끌어져 들어오고, 운전석에서 내리는 사람은 A자동차 전속모델이며 인기탤런트 이기선 양. 이 양은 매력적인 포우즈로 신차의 이름과 최고주행 속도 등을 설명해 나간다. 멀티스크린에서는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 펼쳐진다. 모터쇼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위성통신을 이용한 시범운행이다. 계기판 옆에 부착된 팜톱 컴퓨터만한 크기의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한마디 로 "달리는 전자지도". 위성통신 및 교통관제센터와 연계된 이 장치는 액정 화면 위에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까지 가는 최적의 길을 그려준다.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CD롬을 집어 넣자 화면에는 서울시 지도가 떠오른다. 현재위치는 을지로. 인근지역의 큰길과 샛길들이 표시되고, 자동차 모양의 커서 가 나타난다.
시스템 조작은 CD플레이어 정도로 쉽다. "가고 싶은 곳"에 여의도라고 입력 하자 가장 빠른 운행경로를 알려 준다. 운전자는 지도 위의 화살표를 따라 핸들을 조작하기만 하면 된다.
"주유소 옆에서 좌회전입니다" "급커블길이니 조심하세요" "길이 막히니 3번 코스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깜빡이 넣는 것을 잊어버린다든가 커브길에서 속력을 늦추지 않을 경우에는스피커에서 친절한 안내 음이 흘러 나온다. 이쯤되면 TV의 SF시리즈에 등장해인기를 모았던 "말하는 자동차"가 부럽지 않다.
위성방송으로 신차설명회를 지켜본 대리점 사장들의 얼굴엔 흡족한 미소가 번지고 김길수씨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J학원의 강의실. 학생들은 빼곡이 들어찼지만 칠판도 강단도 강사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수업이 시작되자 김동수군은 칠판 대신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쳐다본다. 요즘 J학원 위성방송의 명강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수학 선생의 얼굴이 스크린 위에 나타난다.
아무리 대형강의실이라도 수백명의 학생을 한자리에 모으기는 힘든 일. 그러나 위성방송을 이용하면 전국에서 수천명의 학생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수업 을 들을 수 있다. 이제 위성방송 덕분에 학생들은 전국 어디서나 공평한 혜택을 누리게 됐고, 학원은 학원대로 소수정예의 강사진만으로 수익을 올릴수 있게 된 것이다. 재수를 하는 김동수군도 굳이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고명문 J학원의 강의를 어촌마을에서 수강하고 있다.
학원을 마치고 김동수군은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그의 취미는 게임, 그중에서도 위성통신 게임이다. 오늘은 B사에서 위성시범 게임을 중계해 주는 날.
게임업체들은 신제품 출시에 앞서 시험적으로 게임매니아들에게 이를 사용해보도록 하고 있다.
위성게임은 위성안테나와 연결된 게임기나 TV 화면을 보면서 보통 두 사람이동시에 즐길 수 있다. 지난번에 김동수군은 중국교포와 함께 시합을 벌이기도 했다. 무궁화 위성은 한반도 전역 뿐 아니라 만주와 연해주까지 신호를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위성통신을 통해 한민족 문화권을 넓힐 수 있게 된 셈이다. *…전국어민 위성통신 회의. 김씨부인은 수협 사무실로 들어간다. 오늘의안건은 참치파동이다. 수입수산물로 참치값이 떨어질 때마다 애가 타는 것은어민들 뿐. 대책은 세워야 겠는데 뽀족한 수가 없었다. 이제 위성통신 덕분 에 어촌에서는 언제든지 전국 어민대표 긴급회의를 열 수 있게 됐다. 어민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보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회의결과 대대적인 우리 생선 먹기 캠패인과 함께 수협이 나서서 도시의아파트 단지와 산지를 이어주는 직판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도시와 어촌의 연결은 수협 컴퓨터를 호스트로 가동되는 전국 수산물 VAN을 이용해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김씨 가족의 주말나들이. 4식구가 오붓하게 실내경마장으로 나간다. 옛날 같으면 과천경마장까지 갈 수 없는 어촌사람들은 경마 시합 구경 한 번 하기힘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무궁화위성 스포츠중게 덕분에 전국 어디서나 경마 를 즐길 수 있다.
마권을 손에 쥔 사람들이 삼삼오오 스크린 앞에 모여 있다. 3번말이 우승마 로 결정되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진다. 이제 경마는 대중적인 스포츠. 빅 게임이 벌어질 때마다 가까운 실내경마장에서 위성중계를 보면서 관 중석의 흥분과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됐다.
*…"TV는 바보상자"란 이제 옛말이다. CATV와 VOD에 이어 직접위성방송(DB S:Direct Broadcasting Satellite)까지 시작된 지금 TV는 첨단정보상자로 손색이 없다. 리모콘 하나면 손바닥 안에는 무려 50여개의 채널이 잡힌다. 3만6천 킬로미터 상공에 떠 있는 무궁화 위성 덕분에 TV는 "세계를 보는 창"이 나 마찬가지. 신호중계를 위한 지상망을 새로 깔 필요는 없다. 전국 어디에서나 안테나와 수신기만 달면 고품위의 DBS 직접위성방송을 안방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 산간벽지나 외떨어진 섬마을도 서울시내 한복판과 다름 없는깨끗한 화면으로 DBS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또한 DBS는 종전의 TV서비스는 물론 광폭TV서비스, 3개언어 다중방송, 데이터방송 중계 등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제공한다.
위성을 이용한 고선명TV(HDTV)로 드라마나 쇼의 화질은 훤씬 선명해진다.화 면의 비율은 가로 세로 16:9. 옆으로 길쭉한 TV는 안방극장이라는 말을 실감 케 한다. PCM 음성다중방송으로 CD처럼 맑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TV음악회는 공연장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TV채널당 음성신호의 다중채널수를 최대 3개로 해 우리말 외에 2개언어로 동시 방송됨으로써 세계 화시대의 외국어학습에도 한몫한다.
위성을 통해 CATV 분배 서비스도 이루어진다. 프로그램공급회사에서 보낸 영상 및 음향신호를 MPEG-2로 압축, 무궁화위성으로 쏘아 올리고 이를 각 지역 의 방속국들이 받아 보는 것이다.
그밖에 정지화 방송, 텔레텍스트, 텔레팩스, 문자다중방송 등 각종 부가서비스가 TV를 생활 속의 첨단기기로 만들었다.
이상은 무궁화 위성이 자리잡게 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다.
위성통신시대는우리의 생활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첨단 문명의 이기가 될 것이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