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기업 매입에서 승승장구했던 루퍼트 머독이 최근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와의 거래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주목을 끌고 있다.
TV、 라디오、 케이블 TV등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세계 언론사의 인수 에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던 루퍼트 머독이 지난해 말 뇌물수수 스캔들로 총리직을 사임했던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총리에 한방 먹은 것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내에서 피아트자동차 다음으로 큰 핀 인베스트그룹 을 보유한 인물로 최근 산하 TV업체인 미디어 세트의 지분매각을 서두르면서 관련업체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아 왔었다.
특히 머독은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 세트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주목 되기도 했었다.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이 보유하고있는 미디어 세트의 지분에 대해 매각의 뜻을 밝히자 올해초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협상에 임해 한때 인수가 굳어지는 듯 했다.
성사일보 직전까지 갔던 이 거래는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언론사 보유지분 일부를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왈레드 빈 타랄 왕자가 주도하고있는 컨소시엄 에 지분의 20%를 10억달러에 매각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이 컨소시엄에는 독일의 언론실업가인 레오 키르쉬、 남아공의 요한 루퍼트 등이 참여하고있으며 미디어 세트의 또 다른 지분 25%는 이탈리아 은행들에 게 12억달러에 매각했다.
루퍼트 머독은 미디어세트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초 30억달러에 인수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었는데 이에 대해 베를루스코니가 냉담한 반응을 나타내 거래가 무산됐다.
베를루스코니가 루퍼트 머독의 조건에 등을 돌린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머독 의 욕심이 과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머독은 미디어세트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원했으나 이는베를루스코니의 속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미디어세트사의 지분 매각을 통해 반대파들의 공격목표를 무디게 하는 한편、 현금에 바탕을 둔 정치자금을 마련하고자 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곧 경영권 인계까지로는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루퍼트 머독은 베를루스코니와의 거래에서 자존심과 함께 상당한 실리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베를루스코니가 일부 지분을 매각한 미디어 세트사는 인수자로서는 상당한 매력을 갖는 기업이었다.
미디어 세트사는 3개 이탈리아 전국망을 갖고있는 한편 프로그램 공급사 및TV프로덕션 스튜디오를 가진 탄탄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세트는12만시간 분량의 영화와 TV미니시리즈를 보유해 거래가 성사됐다면 원할한 프로그램 공급이 필요한 머독은 이를 이용할 수 있음은 물론미디어세트사의18개 스튜디오 역시 파트너관계로서 접근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무산돼 버린것이다. 또한 베를루스코니와의 거래 무산에 따라 루퍼트 머독은 유럽시장에 대한 새로운 공세도 늦추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