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컴팩, 작년 PC판매 세계 1위 네트워크 사업진출

미국 컴팩 컴퓨터사 에커드 파이퍼 최고경영자(CEO)의 야심찬 행보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그는 PC에 이어 네트워크시장에서도 또하나의 챔피언 타이틀을 꿈꾸며 이 시장 진출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차리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저가정책으로 지난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PC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컴팩은 그 여세를 몰아 네트워크시장에서도 최강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PC의 신화를 재연하겠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이를 현실화시 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PC시장에서 보여준 컴팩의 기록은 가히 경이적이다. 작년에총 1백9억달러어치를 판매, 전년대비 무려 51%의 신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2.4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 늘어난 35억달러의 매출 에 순익도 2억4천6백만달러로 17%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컴팩이 네트워크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PC시장에서의 이같은 기세 를 배경으로 설치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무기로 밀고 나간다면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컴팩은 그동안 자사의 PC나 서버의 주요 고객이었던 중소기업등을 대상으로 자사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좀 더 용이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구축에 의한 분산처리라는 컴퓨터환경의 거대한 변화는 결국 네트워크시장의 팽창을 예고하고 있고 여기서 디지털 모뎀이나 라우터 스위치등 네트워킹 핵심장비시장은 컴팩으로서는 놓칠수 없는 황금어장이 되는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인터내셔널 데이터사(IDC)와 델로로 그룹은 네트워크시장에서 라우터의 수요가 오는 96년에는 올해보다 17%가 늘어난 16 억달러규모를 형성할 것이며 디지털 모뎀은 98년까지 10억달러로,스위칭장비 는 올해 7천7백만달러에서 99년까지 30억달러의 규모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여기서 컴팩은 지금까지 PC에서 저가기종의 전략을 구사, 효과를 거둔 것에자신감을 얻어 네트워크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기본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있어 높은 비용과 시스템 설치상 의 어려움때문에 많은 곤란을 겪어 왔는데 컴팩은 이러한 기업들에게 보다싸고 덜 복잡한 시스템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그동안 PC산업에서의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유리한 지위를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도 표준을 적용하여 시스템의 복잡성을 줄이고 비용도 절감한다는 것이다. 또한 컴팩은 시장진입 초기단계에서부터 세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기업사냥에 나섰다. 우선 지난 6월에는 시스코 시스템즈사와의 제휴를 통해 시장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소규모그룹 네트워크용 스위치 개발 전문업체인 어플라이드네트워크 테크놀러지(ANT)를 인수하기 위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거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컴팩은 또한 사업추진을 위해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 공모주 형태로 자본금을 3배로 늘렸다.

이와 함께 개발분야의 엔지니어들과 마케팅분야의 실력자들로 사업진용을 구축하고 연 40억달러규모의 네트워킹 장비시장 진입을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이미 연간 3백만대의 PC생산 능력과 3만8천여의 딜러들을 가지고 있는 컴팩 은 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시장에서도 거인의 신화를 창조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호언하고 있다.

또한 이와 맞물려 네트워크사업을 자사의 서버와 휴대형 컴퓨터 판매를 확대 시키기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산도 물론 내포하고 있다.

또한 컴팩은 여타의 하드웨어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채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전체적으로 50%의 마진을 남겨야 하는 것에 비해 자사는 25%로 마진을 줄이고 나머지를 가격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컴팩의 기업개발담당 부사장인 로버트 스턴은 "우리보다 더 싼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컴팩은 내년중으로 제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아래 개발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이미 텍서스 인스트루먼츠(TI)사와 공동으로 새로운 통신용 칩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컴팩의 네트워크사업 진출을 경계하는 세력도 만만찮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예로 휴렛 팩커드와 네트워킹업체인 스리콤사는 컴팩의 저가정책에 맞서자사통신장비들도 가격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컴팩의 행보에 쐐기를 박았다.

이 업체들 또한 컴팩이 자신들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는 없을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어 컴팩의 제품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을 계기로 이 시장에서도 또 한차례 가격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관련업계는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아무튼 자타가 공인하는 PC업계의 거인이 네트워크분야에서도 괴력을 발휘하게 될런지 두고 봐야겠지만 컴팩의 본격적인 진출로 향후 네트워크시장의 판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만은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