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 "생산 이원화" 능사인가

가전3사가 저급제품 생산공장은 해외에 이전하고 국내공장에서는 차세대 신제품 및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내고외저"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가전3사는 최근들어 국내시장과 일본시장을 겨냥하여 멀티미디어용 단말기와 핵심부품 등 고기능 첨단제품은 국내 생산하고 범용제품은 해외 생산하는 이원화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그 성공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같은 이원화 전략은 이들 업체의 공장재배치계획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있다. 가전3사의 국내공장에서는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와 고선명(HD)TV、 DVD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등 차세대 첨단제품이나 광폭TV、비디오CDP(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어)를 내장한 TV、CD롬、 VCR등 새로 개발되는 복합상품이나 고급제품을 집중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생산모델수를 줄이고 히트상품을 중심으로한 주력모델을 중점 생산、 공장합리화를 통한 차별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등상품을、 LG전자는 바이폴러 상품을、 대우전자는 히트상품 을 각각 주력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단이다.

가전3사의 공장합리화는 명분상으로는 해외현지 생산의 확대와 멀티미디어 환경 대비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가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물론 해외현지 생산확대 에 따른 수출설비의 해외이전 등 생산라인의 조정과 멀티미디어 환경에 대응한 차세대 신제품 개발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가전3사의 생산라인 재편은 해외 생산확대에 따른 필연적인 수순으로 써 첨단제품의 국내생산은 중장기적 비전제시 측면에서、 저가제품의 해외이전은 경영수지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유통시장 개방과 가전제품의 수입선다변화해제까지 맞물려 있어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가전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것도 생산이원화를 서두르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AV기기가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해제될 경우 1년내에 국산제품의 시장점유율 이 10%이상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30%이상을 일본산을 비롯한 외산제품에내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잡화점식 생산체제로는 가전제품이 수익성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인식이다.

지난해 이후 잇따른 가격인하 경쟁으로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갈수 록 고급화하는 한국시장과 일본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품생산라인 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가전업계가 지금까지 부머랭효과를 의식해 첨단 핵심기술제품은 자국내 에서 생산하고 저급기술은 해외이전하는 기술보호정책을 고수해 온 일본의 생산방식을 답습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타당성이 인정된다하겠으나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처하면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선택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때 맹목적인 너무 획일화된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시각도 있다. 국내업계에는 전자산업의 특수성과 세계시장의 보편성을 적절히 융화하여 경쟁력의 최적화를 찾아내는 전략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일본도 전과같이 기술보호일변도의 해외생산방식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전자업체들이 엔고의 장기화로 그동안 금기시 해왔던 첨단핵심기술의 해외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종전까지의 고답적인 생산방식 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재경원이 발표한 상반기 외국인 투자동향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외국인의 대한투자는 3백94건에 9억4천6백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건수는 24.3%、 금액으론 31%가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3 억6천7백만달러로 액수면에서는 가장 많지만 증가율로는 일본이 2억5천1백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81.9% 늘어나 대한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본이 엔고 극복차원에서 전개하고 있는 해외투자확대를 곧 바로 생산 방식의 변화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다. 그러나 국내전자산업의 가속화되고 있는 세계화추세를 감안할때 생산형태의 단순한 이원화는 오히려 업계에 선택의 폭을 좁히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선택 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는 제품의 경쟁력을 최우선시하는 생산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건 해외건 생산지역이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경쟁력이 문제다. 경쟁력을 감안하지않은 "고급제품 국내생산、저가제품 해외생산"의 단순한 이분법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