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산업이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미 상원이 지난 6월 통신 자유화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지난 4일 하원도 통신 산업 관련 규제 조치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통신법 개정안을 가결시켰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난 34년 제정된 미국 통신법은 61년만에 전면적인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빌 클린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위협으로 그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상.하원 모두의 압도적인 표차를 감안할 때 어떤 형태로든 미국 통신산업 에 메스가 가해질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하원 통과안의 핵심은 *하나의 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방송국수 제한 철폐* 신문.라디오 및 TV방송국, 케이블TV 등 언론사 복합 소유 허용 *케이블 TV업체들의 요금 자율화 및 전화서비스 시장진출 허용 등이다.
이에따라 "베이비 벨"이라 불리는 지역전화 업체들이 영화사와 제휴가 가능해지고 영화사와 방송사, 장거리 전화업체와 방송.영화사와의 제휴도 가능해지는 등 그동안 금지돼온 매체별 "영역구분"이 허물어지게 됐다.
이는 전화 서비스 업체, 영화사, 방송사, 케이블TV 업체를 포함하는 전면적인 경쟁 체제가 도입되고 멀티미디어 서비스 경쟁도 가속화될 것임을 의미하 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의회 관계자들은 통신법 개정안이 통신 관련업체들의 업무 영역제한을 철폐 하고 전반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전면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고품질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를 갖는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히 프레슬러 상원 상무위원장은 개정안이 확정돼 통신산업의 자유경쟁이 촉발되면 "통신분야의 신규투자가 활발해지고 통신분야는 향후 고용 확대의 중심분야가 될 것"이라며 개정안이 미국 경제의 회복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벌써부터 몇가지 통신산업 개편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지역 벨사들의 장거리 전화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이다.
이는 일정지역 중심의 지역 전화시장의 경쟁 심화를 전제로 한 것으로 이런 상황에 부닥칠 경우 지역벨사들이 경영위기 탈출구로 장거리 전화서비스 제공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에 기인하고 있다.
이 경우 지역 벨사들은 장거리 전화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하거나 더 나아가 직접 인수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은 AT&T는 아니고 다른 장거리 전화업체가 될 것이라는데 이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AT&T와의 제휴는 개정 통신법 발효이후에도 존속될 반독점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케이블 TV업체들의 방송국 인수.설립붐도 예상된다.
현재 방송국 소유가 금지돼 있는 케이블 TV업체들은 새로운 통신법에 따라보다 많은 수의 시청자 확보를 위해 자신들이 직접 대형 공중파 방송 네트워크를 소유하려 들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테레 커뮤니케이션즈(TCI)사나 타임워너가 NBC를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또 지역 벨사들간의 인수.합병 및 전화서비스 업체들의 케이블 TV업체 인수 도 점쳐지고 있다. 규모가 작은 지역벨사들이 덩치를 키워 변화된 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규모가 큰 지역 벨과 힘을 합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화서비스업체의 경우 지금은 같은 지역내에 있는 케이블 TV업체를 인수할 수 없었으나 개정 통신법으로는 49%까지 지분 매입이 가능하며 3만5천 가구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케이블 TV업체일 경우엔 1백% 지분 인수도 가능하다.
이밖에 전화서비스 업체들의 신문과 방송국 소유 및 영화산업 진출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시나리오대로 미국 통신산업의 골격이 바뀔 경우 그 과정에서 미국의 통신산업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변혁의 과도기를 거치게 될 것이확실시 된다.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상당기간 업체들이 부침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이번 통신법 개정안의 하원 통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경쟁이란 미명아래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제거함으로 써 거대 독점 기업의 출현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케이블TV 및 전화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또 클린턴 대통령도 통신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 등 변화의 폭만큼이나 개정안에 대한 여론도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의회의 통신법 개정 결의는 현재로는 압도적 표차에서 확인됐듯이 단호해 보여 최종 결과는 미지수다.
통신법 개정안은 오는 가을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최종안이 확정돼 클린턴 대통령의 재가를 받도록 되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