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교육개혁과 기술자격 제도

한국의 산업이 세계의 기술、 경제적 변화와 산업 자체의 고도화로 그 구조 가 크게 변했고 또 현재도 변하고 있는데 이를 운영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계에는 별로 큰 변화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중 지난 5월31일 교육개혁에 대한 방향이 발표되어 기대가 크다.

우선 산업계에서 볼 때에는 대학의 사명이 전문화 되었다고 할까 뚜렷해진 점이 돋보인다. 우리는 이제까지 자의건 타의건 간에 모든 대학을 한틀에 넣으려고 해온 것에 대하여 크게 탈피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산업계로보면은 연구중심대학은 기술의 원천으로、 그리고 연구인력의 공급 원으로 기대하게 되고 산업지원대학은 공장을 비롯한 연구소 이외의 기업 곳곳에 필요한 기술인력의 공급원으로 기대하게 된다.

연구중심대학에 대해서는 교육계 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 추진 방향이 잘 설정되리라 믿고 또 실제로 이런 모습으로 성공하고 있는 국내 대학도 몇개 있고 해서 벤치 마킹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산업지원대학에 대해서는 아직 정립된 바가 미흡하다고밖에 말할 수없어서 앞으로 교육계뿐 아니라 실수요자인 산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좋은 틀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병행하여 검토되고 개혁되어야 할 부분이 국가기술자격제도가 아닌가생각된다. 국가기술자격제도는 70년대의 산업 고도성장기에 필요한 기능자와 기술자를 양성하고 그들에게 국가에서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그 수준을 보장 하여 인력수급에 큰 역할을 해온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래서 실무기술자를 배출하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은 자연히 이 국가기술자격 법에 의한 기사자격을 얻는 준비를 하게 하였고、 기업에서도 이 자격을 가진 기술자를 채용이나 대우에 있어서 우대해 왔다. 또 일부 공공에 관련된사항에 있어서는 기사자격이 요건으로 요구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8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자동화、 정보화로 대변되는 산업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러한 제도를 대폭적으로 재 조명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산업계의 수요와는 무관하게 그대로 답습 유지되어 온 실정이다.

전공분야에 따라서 기술의 변화가 큰 분야도 있고 또 비교적 변화가 많지 않은 분야가 있어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은 과거 10년을 돌아볼 때 많은 변천이 있었다. 예를 들어 기계설계나 전자회로 설계를 맡는 기술자에게 이제 설계자동화기술(CAD)는 꼭 알고 있어야할 기법 이 되었고、 반면에 전자계산을 전공하는 기술자에게 이제 어셈블러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실무기술자를 양성하는 대학에서는 현실적으로 국가기 술자격시험을 무시 못하고 이에 영합한 교과과목을 가르치다 보니 산업 현실 과는 더욱 동떨어진 교육을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물론 이 관계는 닭과 계란의 관계와 비슷하여 어느 것이 원인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교육개혁을 하는 차제에 이 문제도같이 다루어 전문분야의 재구성、 각전문분야에서 볼 시험과목의 재조정、 그리고 시험과목과 시험내용의 현실화 등 일련의 대수술이 필요하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렇게 손을 댈 바에야 국가기술자격제도 자체에 대한 검증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사와 관련해서는 교육개혁과 맞물려 생각할 때 학력의 구분이 꼭 필요한 것인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한번 고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분야별로 기술변화의 속도에 맞추어 시기 적절하게내용을 개정해 나가는 제도도 같이 강구되어야 한다.

기업에서 활용되는 기술의 현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정을 추진함에 있어서 교육계에만 의존하기보다 이들 수요자의 의견을 십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