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인터네트의 불건전정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지난 7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주최한 "인터네트 불건전정보 방지 워크숍"은 국내 각계의 인터네트 전문가들이 모여 인터네트로부터 전달되는 불건전정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문제를 논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인터네트로부터 밀려 들어오는 음란 반국가 등 불건전정보의 실체나파급 효과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의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지적됐다. 또한 "불건전정보"라는 것을 접해본 참석자 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연 그것이 정보윤리를 해치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흥미를 끌었다.
주제발표자인 한국전산원 오익균 부장은 인터네트상의 불건전정보를 펜트하 우스로 대표되는 음란정보, 인터네트카지노 등 도박성정보, 정치적 정보 등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또한 그는 최근 미국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외설통신을 명시적으로 제작하거나 전파할 경우 10만달러의 벌금이나 2년징 역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히고, 대상매체의 범위도 비단 인터네트뿐만 아니라 전화 컴퓨터 모뎀 데이터서버 인터네트화상회의 등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법안이 새롭게 출현하고 있는 사이버스페이스 역시 미국헌법이 보장하는 범주이므로 사전검열과 같다는 반대입장도 설명했다.
따라서 사전검열에 의한 규제보다는 서비스사업자들이 자율적인 여과과정을 마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종전의온라인 서비스 같은 경우는 사업자들에 의해 여과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인터네트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음란정보가 범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두번째 주제발표자인 아이네트의 허진호 사장은 음란정보를 규제할 수 있는기술적인 방법으로 라우터에 미리 어드레스를 입력해 경로를 차단하는 하드웨어적인 방법과, 특정 어드레스로 접근을 막는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는 소프트웨어적인 것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일례로 청소년들이 각종 성인정보를 볼때 접속을 차단해 주는 기능을 제공하는 "서프워치" 등의 소프트웨어가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하드웨어 및 프트웨어적인 규제방안을 굳이 도입한다면 초보수준의 사용자들 상당수가 불건전정보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두 주제발표자 모두 정보의 흐름을 기술적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터네트는 망과 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물리적으로 차단하더라도 얼마든지 우회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의 경우는 하루에 3백~5백개의 사이트가 새롭게 생성 되고, 유즈네트는 하루 유통정보량이 2기가바이트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일일이 인터네트를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토론 자인 시스템공학연구소의한근희 연구원은 "섣부른 정보차단을 시행할 경우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과연 얼마의 사용자가 몇 군데의 사이트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샘플링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대표로 참석한 김한사일씨(연세대 응용통계학과4년)는 대다수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음란정보라고 보기에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언론매체 의 확대보도로 인해 침소봉대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언론이 불건전한 사례보다는 좋은 예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사회가 정보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보통신윤리가 중요시되고 있는 만큼 아직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며 정립되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규제 내지 보호가 필요하다면 이 또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도 발표됐다. 정보통신부의강성철사무관은 "인터네트에 대한 규제를 에이즈치료약으로 비유할 때, 구체적인 규제를 가하는 것은 에이즈감염자가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감염된 소수를 위해 건강한 다수에게 주입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한 규제로 인해 나타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피해받는 소수를 보호해야 하는 국가는 판단능력이 없고 국가의 미래를 짊어진 청소년 등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것. 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문화일보의 김강호 기자는 "굳이 필요하다면 인터네트 소사이어티 등의 단체 를 통해서 세계적인 차원의 공동과제로 제의, 상징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는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부정적인 면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함 으로써 그 이상의 효과를 노리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 로 우수정보를 발굴, 가공하는 서비스업체들에게 포상을 실시함으로써 인터 네트서비스의 양질화를 꾀하자는 방안도 선보였다.
데이콤의 박영신 인터네트사업팀장은 "우회해 접근하는 것은 막을 수 없으나특정한 사이트를 봉쇄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상징적효과를 발휘한다"면서 규제조치를 음성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일반인의 호기심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현호중 사무국장은 "문제의 소지가 되는 것을 그대로 둘 경우에는 인터네트의 일반화를 저해할 수 있고는 데다 실정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대로 방관만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보통신 윤리의 핵심적인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사회 적 규범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있다. 즉 윤리적인 판단기준의설정과개인이나 사회에 어느 정도 수준의 정보통신윤리를 준수하도록 요구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들이다. 따라서 정보화사회를 꽃피우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국민들의 윤리적 수준향상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진호 사장은 "펜트하우스나 플레이보이 등의 간행물에 대한 접근을 정부가 막는다면 미국에서는 비웃을 것이다. 우리의 자녀가 "사람을 죽이는 1백1가 지방법"을 따라 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문화나 지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다. 결국 기준을 어디까지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불건전정보의 문제들 중에서 일부는 우리사회가 이미 가지고 있는 윤리나 도덕을 원용함으로써 개인의 판단이나 행동양식을 세울 수 있으나 상당부분은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라서 우리에게 윤리적 딜레마를 던지고있다. 따라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활동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찬사와 비판이 엇갈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