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광복5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8월15일은 우리 민족에게 정말 뜻깊은날이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한 사실을 입증하는 대표적이며 역사적 상징이던 옛 총독부 건물을 8월15일을 기하여 첨탑부터 해체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잔재를 하나 둘 우리손으로 정리하며 우리민족 모두 우리의 독립을 가슴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갑자기 맞이한 우리민족의 광복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사이 목숨을 걸고 끊임없이 싸워온 수많은 우국지사들의 노력의 결과였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총과 칼에 우리의 선조들은 죽창으로 대결하였다. 몸으로 부딪히며 독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왔기에 8.15광복이 가능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광복 50년을 맞이하는 오늘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속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까. 8.15광복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무역현황을 보자.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오면서도 유독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커지기만 해왔다. 우리의 수출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일본과의 무역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는 주로 생산설비 등 일본과의 기술격차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형적인 면에서 8.15는 우리에게광복을 가져다 주었으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직 일본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되었던 일본이 점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제를 호전시켜 현재 경제대국으로 변모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본내에서는 다음과같은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무리하게 주변국가들을 무역으로 침탈하려 는 노력을 기술개발에 투자했다면 훨씬 더 쉽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고 주변국가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고 아쉬워 했다는 것이다.
대일본 무역역조가 일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술격차에 의해 하는수 없이 우리가 선택한 사실임을 미루어 볼 때 일본측 주장을쉽게 이해할수 있다. 지금 일본의 기술력은 놀라울 정도다. 일본 소비재용상품뿐만 아니라 미국의 최첨단 인공위성에도 일본의 최신 전자부품의 필수적이라 한다. 미국의 최신식 무기에도 일본의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어쩌면 옛날 식민지시대의 총과 칼보다도 더 무서운것이 바로 오늘날의 기술력이 아닐까.
일제시대 때 건축된 건물을 우리 마음대로 해체할 수 있으니까 일본의 속박 으로부터 벗어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실질적인 의미에서 독립、 경제 적인 면에서의 독립、 기술력 확보에서 독립을 하지 못하고선 진정한 의미에 서의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WTO출범과 함께 세계는 지금 새로운 질서와 체제개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자유를기본으로 무한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대상은 바로 새로운 기술력을 의미한다. 기술력이 바로 국력이 되는 것이다. 기술력이 없는 나라는 기술력이 큰 나라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이다. 옛날 식민지 쟁탈시대엔 독립을 지키기 위해 총칼에 맞서 죽창으로 무장하고 싸웠다. 앞으로 닥쳐온 기술전쟁시대엔 우수한 두뇌집단을 육성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하는 등 새로운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그러나 어느 한 나라의 기술력은 이제그 나라의 생존을 가능케하는 절대적이고 절박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 세계화 전략도 바로 이런 급변하고 있는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민족의 생존전략의 방안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기술쟁탈전의 시대에 맞이하는 금년의 8.15광복은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구시대의 건물을 해체하면서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는 건물을 허무는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갈고 닦아 우뚝 세워야할 기술력인 것이다. 우리 모두 제2의 광복、 기술의 자립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기술의 자립만이 우리민족의 미래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