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FDD시장;삼성 "1인 천하" 마감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DD)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는시대가 됐다.

올들어 태일정밀이 청주공장에 라인을 설치하고 FDD 양산에 돌입함에 따라국내 FDD 시장은 태일정밀과 삼성전기, 일본 미쓰미 등 3개업체가 시장을 분할하는 과점체제로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한층 넓어졌을 뿐 아니라 가격도 경쟁적으로 하락해 연말께는 국제가격수준이면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들어 국내 FDD시장은 삼성이 내수물량의 70% 가량을 독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은 지난 91년 FDD가 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묶이면서 기억장치 사업을 재개, 지금까지 국내 FDD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또 진해삼미를 통해 반제품 형태로 우회수입돼 국내에 유통중인 일본 미쓰미FDD도 지난 93년 가을부터 본격 양산에 착수돼 한때는 용산 등지의 유통물량 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쓰미는 현재 매달 1백만개 가량의 FDD를 생산, 티악 및 소니와 함께 세계3 대 FDD생산업체로 손꼽히고 있다.

한때 현대전자도 삼성과 FDD시장에서 치열한 격돌을 벌였으나 가격과 품질에 서 열세를 면치 못해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삼성이 FDD를 독점하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상한 것은 다름아닌 품질문제. 삼성의 FDD는 내수시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제법 안정된 품질을 유지하고 있지만 독점당시에는 읽기-쓰기 오류를 포함해 호환성, 신뢰성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소비자들은 FDD없이 컴퓨터를 사용하겠다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독점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특정업체가 시장을 독점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셈.

삼성의 FDD의 품질문제가 개선된 시점은 일본 미쓰미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독점체제가 깨진 것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최근 소비자와 전문가들이 태일정밀의 신규진출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삼파전이 본격화된다면 기존 제품과 동일한 기능과 사양, 품질, 가격만 갖고는 시장 장악이 불가능한 게 당연하다.

즉 안정된 데이터입출력이나 오류방지기능 등 품질과 직결된 문제는 물론 입출력속도를 개선하거나 기억용량을 두 배로 늘린 제품, 멀티미디어 기능에 적합한 복합제품, CD롬 드라이브나 3.5인치 및 5.25인치를 통합한 멀티형 제품 등 새로운 제품군이 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태일은 당초 중국 하얼빈 소재 현지법인인 쌍태전자를 통해 FDD를 생산, 국내시장에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를 전면 수정, 국내 청주공장에 생산 라인을 설치해 양산에 나섰다.

아직 태일은 FDD양산이 시험생산단계로 월간 1천~2천개 수준을 넘지 않고 있지만 연말께는 생산시설을 풀가동해 월 15만개를 생산, 중국생산분과 합쳐 50만개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처럼 태일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자 국내시장을 분할해온 삼성과 미쓰미 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1백50만대로 예상되는 PC수요에 교체물량, 고장수리수요 등을 감안하면 줄잡아 3백만개의 FDD가 팔릴 것이란 게 이들업체의 수요예측.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올해 FDD 시장규모는 약 1천억원란 계산이 나온다.

시장규모가 이쯤되면 국내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게 당연하다. 이에 따라 삼성과 미쓰미, 태일 등 3대 FDD 업체들은 하반기 시장을 겨냥, 가격인하 및신제품 출시 등 치밀한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FDD는 박리다매형 제품임에도 불구, 가격에 민감한 점을 감안해 업체마 다 가을부터 2천~3천원 가량의 가격인하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국내에는 다양한 모델이 소개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3.5인치 제품과 5.25인치 제품을 하나로 통합한 듀얼(Dual) FDD제품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품은 CD롬 드라이브를 탑재할 공간이 부족해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꾸미기가 힘든 콤팩트형 PC케이스 사용자들이 환영할 만한 제품이다.

또 CD롬 드라이브와 3.5인치 FDD를 한데 묶은 멀티형 기억장치도 구입할 수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DD업계가 경쟁체제로 바뀜에 따라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또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생산중인 FDD의 속사정을 파헤쳐보면 그리 낙관할 것만은 아니다. 삼성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이 사실상 반제품 형태로 일본 이나 동남아, 중국 등지에서 역수입돼 조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상산업부가 예전에 상공부가 관장했던 수입선다변화품목 수입심사 를 민간기관에 이양한 이후에는 제조업체가 요청할 경우 사실상 수입이 가능해 수입규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따라 LG전자는 일본산 듀얼FDD를 수입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홈PC "심포니홈"에 탑재하고 있다.

CD롬 드라이브와 합쳐진 멀티형 FDD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봄부터 일본 티 악사의 FDD, CD롬드라이브 일체형 제품이 편법 수입돼 유통되고 있지만 이를규제하는 법적 대응책은 미진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이 정부의 FDD 수입규제의지가 사실상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맥락에서다.

다양한 제품중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이왕이면 가격도 저렴한 제품을 고르는 것은 소비자의 기본 권리임에 분명하다.

최근 경쟁체제에 돌입한 FDD는 이전보다 소비자의 권리와 욕구를 충족시켜줄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세계 FDD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산 제품이 포장만 달리한 채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환영하는 소비자들은 많지않은 듯싶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