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위성 전문방송 ESPN, 스포츠 "전파왕국" 꿈꾼다

위성방송의 스포츠전문 채널인 ESPN의 비상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거대방송사인 캐피털시티즈/ABC가 80%, 역시 유사한 언론재벌인 허 스트그룹이 2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ESPN이 미국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세계인을 대상으로 방송을 시작한지는 올해로 6년째. 길지 않은 기간동안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가입자수에서 무려 6천5백만명을 돌파한 바 있는 이 채널의 끊임없는 시장확대시도에 대해 업계가 경탄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89년 남미 상륙작전을 개시한 이래 ESPN은 세계 스포츠저변확산의 선구 자라고 자부하고 있다. 현재 ESPN이 다루고 있지 않은 스포츠종목은 거의 없다시피한 정도. 월드컵축구는 물론이고 유럽챔피언전 등 축구, 전미프로농구 (NBA), 미식축구 등이 지역을 넘어 세계인들에게 보편적인 인기를 얻고 있고이외에도 아이스하키 배구 야구 테니스 탁구 등이 전세계 시청자들의 아낌없는 애정을 받고 있다.

이런 ESPN도 초창기에는 세계를 상대로 서비스 사업을 해나가기에 앞서 채널 특성을 인지시켜야 하는 사전정지작업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ESPN 은 여러 난관들을 뚫고 기본적인 일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각지역의특 성에 맞는 프로그램공급을 무기로 가입자를 확보해나갔다. 예를 들어 일본에 서는 골프, 남미나 유럽에서는 축구가 인기있는 스포츠라 하면 일반적인 스 포츠프로그램외에 이들 국민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포함시키는 방법을 쓴 것이다. 이런 방식은 앞으로 인도 진출을 앞두고 크리켓종목에도 그대로 적용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ESPN인터내셔널의 앤드루 브릴리언트 부사장은 "우리는 각국 국민 들의 스포츠기호를 고려, 철저한 마케팅을 해나간다. 이에는 각지역의 언어 에 대한 배려도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남미에서는 영어와 스페인어.포르투갈어 등으로 방송하고 있으며 아시아.태 평양지역에서는 영어.만다린어.광동어.힌두어.인도네시아어 등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동지역에서는 영어외에 아라비아어방송을 하고 있다.

이런 원칙하에서의 ESPN의 사업확장속도는 경쟁업체들마저도 감탄할 정도.

지난해5월에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지역에서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다음달 곧바로 사하라사막 북부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해나간 바 있다.

ESPN은 그러나 프로그램의 수준이 떨어지는 일을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다. 현재 ESPN은 3가지의 경로를 통해 세계인과 만나고 있다. 하나는 24시간 위성방송인 ESPN인터내셔널 네트워크를 통한 프로그램의 공급이다. 이 네트워크는 남미, 아.태지역, 중동및 븍아프리카지역 등 세계 86개국에 미치고 있다. 또 하나는 비미주 네트워크로 유럽.일본.호주 등을 포함하는 네트워크이고 마지막으로는 국적에 관계없이 세계 2백여개 위성및 공중파 방송국, 케이블TV업체 등과 연계하는 방식이 있다.

한마디로 ESPN은 세계 어디든 닿을 수 있고 또 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성방송이 주가 되다 보니 ESPN은 전파의 절도를 막기 위해 고심하게 되었고이에 따라 ESPN은 암호화된 방송신호를 전송하고 있다.

ESPN의 관심은 지역 프로그램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전지구를 포괄하는 거대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ESPN도 세계로 진출한 채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부딪혀 있다. 지역의 정서및 관습을 고려한 프로그램공급이라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동지역에서 미니스커트의 치어리더들이나 에어로빅복을 입은 여성들의 방송은 절대금기 사항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비교적 자유분망한 나라인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송출되고 있어 ESPN으로서는 별도의 여과장치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또 광고프로그램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ESPN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하튼 아직까지 ESPN의 세계화프로그램은 세계인들의 구미에 잘 들어맞고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스포츠가 "만국인들의 관심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는 또 ESPN이 완벽한 계산하에 무리없는 전략을 수행해왔기때문이기도 하다.

ESPN은 세계의 구석구석을 누빌 계획으로 있다. 가깝게는 올해안에 호주시장 을 개척할 계획이다. 호주에 개설한 ESPN스포츠 오스트레일리아는 유료TV업 체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개발, 제작하여 호주지역은 물론 세계 전지역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 지역 옵터스사 및 콘티넨털 케이블비전 등과제휴를 맺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도 등 서남아시아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를바탕으로 싱가포르에 스튜디오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ESPN은 아시아 전지역을 거의 포괄하는 셈이 된다.

이렇듯 승승장구중인 ESPN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으로는 미국의 리버티 미디 어의 프라임 인터내셔널과 중국 허치슨 웜포어및 리가싱그룹의 합작업체인 프라임 스포츠" 채널뿐이다. 이들은 아시아새트를 통해 동서로는 대만에서이집트까지 남쪽으로는 인도네시아에 걸친 아시아 53개국에 프로그램을 공급 중이다. 조사에 따르면 프라임 스포츠는 현재 가입자 4천8백만가구에 2억2천 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도전에 대해 ESPN의 관계자들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왜냐하면 ESPN이 보기에 프라임 스포츠의 서비스는 아시아지역의 비중이 절대적이 고 기타지역에서는 그야말로 ESPN이 독주하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전세계 1백20개국에 걸쳐 1억3천만명의 가입가구를 대상으로 11개언어로 서비스를 제공중인 ESPN의 이같은 전방위적 팽창움직임은 프로그램공급 등에있어 보편성과 특수성을 결합시킨 치밀한 계산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평가되고 있다.

이런 철저함속에서 ESPN의 선두질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허의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