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엔저 신중히 대응하라

그동안 우리나라 전자산업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됐던 "엔고"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18일 달러당 7백87원20전에 마감되는 등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4월 한때 1백엔당 9백55원44전까지 치솟았던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도 18일 7백97원94전을 기록하면서 급락세를보이고 있다.

그 결과 올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백엔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엔화의 달러 환율은 지난 4월 한때 70엔대를 기점으로 오르기 시작、 이젠 초강세로 돌아서 18일 오후 동경 외환시장에서 97.88엔으로 마감되는 등 1백엔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수출경쟁력 제고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달러저.엔고 "가 "달러고.엔저"로 급속히 반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른바 "신엔저시대" 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엔저로 전자업계에선 최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엔화약세가 수출주도 제품 인 가전에는 나쁜 영향을 주는 반면 대일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산업전자제품 등에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저가 전자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심각하다. 일본과 전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자업체들로서는 그동안 엔고의 덕을 톡톡히 봐왔기 때문에 엔저에 따른 피해도 그만큼 크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90엔에서 1백엔으로 떨어질 경우 올해 목표로 한 4백20억 달러의 수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4백억달러에 훨씬 못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엔저에 따른 일산제품의 수입단가 하락으로 주요 전자제품 대일수입 의존 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부분의 전자업체들이 엔저대책 마련에 발빠르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연유에서 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대부 분의 전자업체들은 나름대로 각종 외환관련 정보수집과 환율변동 예측으로 분주하다. 경제환경이 변하면 대응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자업체들의 엔 저반전에 대한 움직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전자업체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그것은 전자업체들이 단기적인 엔저 극복에만 집착、 임시방편의 대책마련에 주력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환율의 변동에도 희비가 교차하지 않는 더욱 근본적인 장기대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위기란 위험이 따르는 만큼 기회를 동반한다. 호기일 때 위기를 대비하고 위기일 때 호기를 대비해야 하듯이 이 위기를 전자산업의 국제경쟁력 기반을튼튼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고시대에 의욕을 갖고추진해오던 전자기술의 고도화와 해외투자 활성화를 더욱 힘있게 추진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 호황 분위기에 편승、 소홀히 해왔던 전자제품의 효과적인 생산 활동에도 노력을 배가해야 하며 품질.마케팅 등 환율변동에 좌우되지 않는비가격적인 요소의 경쟁력 확보에도 경영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자업체들의 이같은 노력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엔저에 따른 전자업계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정부는 관계부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엔저대책회의 를 열고 자본재산업육성책 보완을 중심으로 1단계 비상조치를 시행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덧붙여 전자업체들의 투자의욕을 잃지 않는 정책을 강구 해야 하며 금리인하를 비롯 물가안정 등 재정.금융정책을 가장 효율적으로운영하면서 전자업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전자업체들의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개발 지원에도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정부나 전자업체의 "엔저"에 대한 지난친 위기의식은 금물이다. 환율은 국제경제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정부 나 전자업체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단기적인 환율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 、 "경쟁력 확보"란 대의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엔저에대한 차분한 대응만이 전자산업계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