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통신시장 "대변혁" (1)

국내 통신서비스시장이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WTO기본통신협상에 따른 세계 통신시장개방과 맞물려 그동안 일부에서 독.과점해온 국내 통신서비스사업이 이번 정부의 전면 개방화조치로 올해안에 개인휴대통신(PCS)에 3개 사업자를 포함, 7개분야에 30여 개 신규사업자가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게 된다. 또 내년에는 시외전화를 시작으로 위성통신서비스.저궤도위성서비스 외에 양방향 무선호출 등 새로운 통신사업도 탄생한다. 이에 따라 통신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업계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전개되면서 국내 통신시장은 바야흐로 춘추 전국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의 3차 통신사업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는 이번 개방화조치의 배경과 의미, 부문별 진단을 통해 통신서비스사업의 향방을 점쳐보고 치열한 격전이 예상되는 PCS,주파수공용통신(TRS),CT-2.무 선호출 등 무선계서비스, 국제.시외전화 등 유선계서비스분야 등으로 나눠 총 5회에 걸쳐 매주 화요일 집중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분야별 집중해부 2.PCS(개인휴대통신) 3.TRS(주파수공용통신) 4.국제전화등 유선서비스 5.CT-2등 무선서비스 통신서비스분야의 시장개방은 언젠가는 이루어져야 될 대세이자 세계적 추세 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달 시내전화를 제외한 모든 통신서비스를 내년까지자유화하겠다는 통신사업 경쟁력강화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사업자수 및 심사기준등 구체적인 허가계획도 마련했다. 정부는 또 이를 통해 국내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게 될 오는 98년경 에는 외국기업의 국내진출도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대대적인 통신서비스시장의 개방은 너무 충격적이자 지나치다는여론도 적지 않다. 국내 시장은 뻔한데 사업자만 많이 뽑아 놓으면 출혈경쟁 을 야기, 오히려 경쟁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구태여 이렇게빨리 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문도 있다.

그러면 이러한 반대의견에도 불구, 통신사업을 주관하는 정보통신부가 1백년 국내 통신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이번 통신사업자유화조 치를 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정부의 통신서비스자유화 배경은 기본통신시장 개방을 위한 WTO 다자간 쌍무 협상에서 비롯된다. 8월 현재 WTO협상은 전세계 41개국이 참가한 기본통신협상그룹 NGBT 이 구성돼 다자간 및 쌍무협상방식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협상의 내용중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은 시장개방에 있어 사업자 수 및 외국 자본참여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외국인을 내국인과 똑같이 대우해 달라는것이다. 또 사업허가절차 및 기준 등의 규제를 풀고 상호접속을 보장, 어느 누구나 통신사업에 나설 때 어려움이 없게 하며, 공정경쟁을 보장하라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특히 통신협상국 가운데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은 이번 WTO협상을 통해 자국의 능력있는 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통신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규제완화 및 공정경쟁분위기를 조속히 갖추라고 요구 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수출규제 등을 통해 다른 산업분야에 보복하겠다는 것이 미국측의 주장이다.

때문에 정부는 통신사업 자유화를 통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려는 근본목적 달성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통신시장을 개방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선 국내경쟁 후 국제경쟁"원칙하에 "통신사 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기본정책방향"을 발표, 전면적인 국내경쟁 도입의사를 표명했으며, 지난 11일에는 보다 세부적인 내용으로 PCS분야에 3개, 주파수 공용통신 10개, CT-2 11개, 무선데이터 3개, 무선호출 2개, 국제전화 1개, 다수의 회선임대 등 30여개 사업자를 올해안에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사업허가 심사기준으로 서비스계획타당성.설비규모.기술적 능력.기술개발실적 및 계획등을 1차 심사한 후 이를 모두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2차심사 를 통해 출연금을 많이 내는 사업자를 뽑기로 했다. 그러나 그동안 출연금을 많이 내는 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한다면 중소.중견기업의 참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따라 출연금을 내는 5가지 방안도 마련했다. 이중 1안은 일시출연금과 연도별출연금을 합산해 최고액을 내는 것이고, 2안은 사업개시후 5년간 매출액의 10%이내에서 내는 방안이며, 3안은 출연금의 상한선을 정하고 최고액을 출연한 업체를 선정하자는 내용이다. 또 최고액출연비율로 사업 자를 선정하는 방안외에 종전처럼 일시에 출연하는 방안도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방 중소.중견기업의 통신사업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기업의 사업참여를 상당부분 제한한 것도 정부의 통신정책에 있어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전용회선사업을 제외하고 올해 30개사업자를 허가하는데, 이가운데 21개 사업에는 대기업의 허가신청은 물론 지분참여조차 일절 배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은 국제전화(1개), PCS(3개), TRS(1개), CT-2(1개), 무선데이터 3개 등 5개 분야 9개 사업자를 뽑는 데에만 참여할 수 있는데 그나마 PCS 1개와 CT-2 전국사업권은 한국통신에 주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어 대기업의 사업참여 가능분야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물론 대기업에는 모든 전국사업에 있어 5%미만의 지분참여가 인정됨으로써 통신사업에 보이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통신구조조정에 있어 정부가 예상보다 많은 사업자수를 올해 허가하겠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 각국의 통신시장개방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서둘러 국내기업에게 통신사업을 자유화, 협소한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은 사업자를 만들어 외국기업이 좀처럼 쉽게 진입하지 못하게 하자는 계산이 다. 여기에 그동안 통신서비스를 독점해온 한국통신의 노사분규에 따른 사회.경 제파급문제도 통신사업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더했다. 그러나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시 경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한국통신을 주도적 사업자로 키우겠다는 것도 이번 정책의 한줄기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정책, 즉 통신서비스개방은 전문성과 국제간 경쟁을 고려해 수립해야 한다는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정치적인 관점이 나 외국의 압력에 못이겨 정책을 수립하면 언제나 졸속이고 근시안적인 내용이 되기 쉽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한꺼번에 30개의 신규사업자를 허가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시장규모보다 훨씬 많은 사업자의 출현이 불가피해져 지나친 과당경쟁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는 동시에 30개사업자가 올해 탄생할 경우 협소한 국내 통신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군소사업자가 등장, 서로 출혈경쟁하게 돼 시장개방이전국내 경쟁력확보"라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퇴색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무선분야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PCS, TRS, CT-2, 무선데이터 등에대한 서비스정의가 혼선을 빚는 등 서비스영역구분에 마찰이 예견되는데, 기존 이동전화와 무선호출사업자 등 13개사외에 이번에 29개 사업자를 추가로 허가, 총 42개 사업자가 난립하게 돼 국내업체간 제살깎아먹기식 격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PCS분야는 초기에 사업자당 1조5천억원의 막대한 시설투자가 요구되는데 신규사업자 3개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 2개 등 5개사업자가 서비스할 경우시설 및 기술개발의 중복투자 등 막대한 국가재원의 낭비는 물론 단기간내에경제력 집중을 야기시켜 장비수급에도 차질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 이다. 이와 함께 일반기업은 외국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 데 반해 대외개방시 외국기업과 경쟁할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하게 하고 단독으로만 신청토록 하게 한 것도 논란거리이다. 신규사업 자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국내 통신시장은 기존사업자가 장악 외국기업의 시장잠식을 방어해야 하는데 기존 사업자에게 컨소시엄에 가입하지 못하게 한 것은 정부의 국내 경쟁력강화란 정책의지는 물론 형편상의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매출액의 10~50% 또는 일시출연금 최고액으로 사업자를 선정토록 하는 방안은 매출액을 조작하는 등 부실한 매출을 기준으로 출연금을 결정토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으며, PCS사업의 경우 초기의 과대한 투자로 사업개시 후5년간은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사업개시후 5년간 출연금을 부담시킨다는 방안도 사업자의 수지를 더욱 악화시켜 부실화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 이다. 이와 함께 전용회선사업의 경우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력과 철도청, 도로공사의 참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기업을 통해 참여해야 한다는 조항 조차 없어 공공기관간의 싸움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못지 않게 이번 통신구조조정이 통신사업에 민간의 참여를 유도, 서비스향상에 확고한 토대를 굳히고 그동안 다소 패쇄적이라 지적 돼온 정보통신정책을 "경쟁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도약케 하는 기틀 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여기에 대기업의 무분별한 통신서비스사업진출을 막기 위해 복수사업금지를 단서조항으로 두면서 공정여건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통신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정부가 공정한 관리자로서 남겠다는 입장도 칭찬받을 만하다.

어쨌든 이번 제 3차 구조조정이라 할 수 있는 통신자유화 정책방향은 국내기 업간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향상에 시너지효과를 올리는가 하면 국가 기간통 신망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며, 국내 통신사업자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 국내 경쟁력을 토대로 나아가 통신사업의 세계화를 추진해보자는 것이니만큼 운용에 있어 보다 합리적이고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정통부는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정책방향으로 세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는 국내통신사업의 경쟁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고, 둘째는 한국통신 을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갖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통신사업자로 발전시키며, 셋째로 통신사업자간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통신사업의 자유경쟁도입으로 이제 통신서비스시장은 민간의참여가 거센 파도처럼 밀려와 내로라하는 재벌기업은 물론 전자.통신분야 중견기업외에 건설.

제지회사들까지통신서비스사업에 참여를 서두르는 등 그야말로 통신의 "황 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고,이 시장을 놓고 벌써부터 쟁탈전이 치열해지고있다. 【구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