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 방식 LCD 가격폭락 직격탄-거인 "샤프"가 흔들린다

90년대 들어 일본전자산업 전반에 역풍이 부는 가운데에도 홀로 급성장을 지속해 온 액정디스플레이(LCD).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 분야 최대업체인 샤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막, 경량, 저소비전력을 강점으로 올 1조엔, 2000년 2조엔규모라는 장밋빛 미래가 기대돼 온 LCD시장은 지난해 후반부터 갑자기 악화되고 있다. 특히 가격하락이 극심한 TFT(박막트랜지스터)방식 LCD쪽 상황이 좋지 않다. 노트 북 PC에 채용되는 10인치 제품의 경우 지난해 여름 약 12만엔이었던 가격이 현재 약 7만엔으로 떨어졌다. 연내 "5만엔대 돌입"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TFT의 가격급락은 STN(슈퍼트위스티드 네마틱)방식의 저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후반 STN의 대형 돗토리 산요전기가 가격인하를 단행한 데이어 교세라 등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이에 동참했다. 이 결과, STN도 TFT에 비해 화질은 떨어지지만 노트북 PC용으로의 자격을 획득했다. STN과 경쟁하기 위해선 TFT의 가격인하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TFT업체들의 생산력 급증, 신규참여는 가격하락을 더욱 부채질한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동양경제"에 따르면 LCD 생산능력은 이미 노트북PC시장의 예상규모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이 수급불균형은9 7년 이후에나 해소될 전망이다.

이같은 시황 악화가 이 분야 제1위 샤프를 직격하고 있다. 샤프는 93년부터 95년까지 3년간 1천2백억엔을 들여 LCD의 설비증강을 추진해 왔다. 투자대상 은 대부분 TFT로 특히 지난달 연면적 5만6천㎞의 세계최대규모인 미에 신공 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금년도 샤프의 TFT생산능력(10인치 환산)은 미에 신공장의 월산능력 5만매를 더해 지난해의 거의 2배인 월 46만매규모로 확대된다. 그러나 이같은 생산력 증강에도 불구 가격하락때문에 TFT의 매출은 그다지 늘지 않고 있다. 한 예로 지난 5월 이 회사는 96년 3월기 LCD 매출액은 STN이 1천3백억엔으로 전년비 44.4% 늘어나는 데 비해 TFT는 13.8% 증가한 1천6백50억엔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최근에는 아사다 부사장이 "시황을 고려하면 STN이 다소 상승하고 그 만큼 TFT는 감소할지 모른다"고 말해 TFT에 대한 샤프의 적극성이 한층 약화되 고 있음을 시사했다.

STN의 상승과 TFT의 상대적 하락으로 샤프는 TFT전용공장으로 계획된 미에신공장에서도 STN을 생산해야 할 형편이다. 저가격 STN의 생산으로 당초 TFT 전용 계획보다 더 심한 채산악화는 확실시된다.

업계 1위 샤프가 TFT의 수급악화로 비롯된 LCD시장혼란에 휘말려 곤경에 빠진 형세다. 과감한 투자와 선발자로서 이점을 활용, 수위를 고수하겠다는 계산은 어긋나고 있다.

샤프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LCD시장의 구조변화가 깔려 있다. 샤프가 생산력 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을 때 샤프는 가격, 패널크기 등에서주도권을 장악 했다. 그러나 후발업체의 공급능력이 증대되면서 이 주도권도약화되고 있다.

컬러STN에서는 샤프와 대등한 돗토리 산요가 앞서 가격을 인하, 샤프의 투자 전략을 흔들었다. TFT에서는 강력한 대형업체들이 2위권그룹을 형성, 샤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TFT에서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DTI), NEC, 히타 치제작소 등이 위협적이다.

도시바와 IBM의 합작사인 DTI의 생산력은 새 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금년 말에 월간 40만매가 된다. NEC도 금년중 NEC아키다의 증강에 착수, 내년중에는월산 20만매의 생산체제를 갖는다. 출발이 늦은 히타치도 모바라공장내 TFT 양산라인의 가동으로 금년중 월 11만매의 생산력을 갖춘다. 경쟁이 뜨거워질수밖에 없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아사다 부사장은 "장래 1조엔시장에서도 점유율 50%를 획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제하고 "사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가격만이 아니라 품질과 필요한 양의 적기납품이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선발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사용자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냉정하다. 시장변화에 대응, 아주 간단히 주문을 취소하고조금 이라도 싼 가격을 제시한 업체로 공급처를 바꾼다. 실제 샤프 이외의 액정업체가 성장한 현재 이같은 경향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샤프는 내부적으로 TFT의 용도개발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선발업체 샤프는 생산능력 이 큰 반면 노트북PC용으로 거의 쓰이지 않는 8.4인치대응의 구세대 양산라인을 갖고 있다. 기존설비의 활용을 위해서도 제품개발이필요하다.

물론 새 용도개발은 쉽지 않다. TFT의 80%이상은 여전히 노트북PC용이다.

종래10인치의 가격이 5만엔대로 떨어지면 시장확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 됐지만 시황악화로 5만엔의 소리가 나오는 현 시점에도 PC의존체질은 변하지않고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LCD는 결국 면적을 파는 장사다. 카 내비게이션등 기대되는 제품은 몇개 있으나 역시 TFT를 견인하는 것은 노트북PC처럼 대형 패널이 대량으로 사용되는 제품"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벽걸이TV와 데스크톱 PC용 모니터다. 데 스크톱 PC시장은 노트북의 약 5배나 된다.

단 현시점에선 가격이 문제다. 경합제품인 브라운관의 경우 14인치모니터 가격이 2만~3만엔이다. 이에 대해 TFT는 10.4인치가 아무리 낮게 잡아도 5만엔 대다. 게다가 TFT는 대형화가 어렵고 14인치는 아직 상품화단계에 있지 않다. 브라운관의 대체가 급속히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이 때문에 샤프를 비롯 각 업체는 대형 패널의 개발과 함께 재료업체에 강력히 가격인하를 요구하며 코스트다운을 도모하고 있다. 샤프는 또 LCD부착 캠코 더 "액정뷰캄"등을 히트시키는등 응용상품개발에서 저력도 갖고 있다.

TFT의 시장구조가 구매자중심으로 변화되면서 샤프가 안게 된 과제는 기존라인을 활용한 수요창조형 신제품의 개발과 노트북PC용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투자.가격전략의 마련이다. "액정의 샤프"."상품개발의 샤프"의 진가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