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PC업계 "브랜드 실명제" 도입-"OEM굴레" 벗는다

대만의 컴퓨터업체들은 주로 OEM방식을 통해 다른 업체의 이름을 달고 세계시장을 누빈다. 세계 곳곳의 사무실과 가정에서 사용되는 컴퓨터중에 부품 이건 완제품이건 간에 대만업체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다.

IBM.컴팩.휴렛팩커드.애플.DEC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업체들도 대만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에다 자신들의 상표만 부착하거나 그들이 공급하는 부품 에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시장점유율 10위안에 올라있는 업체들도 대만에서 공급되는 마더보드나모니터.키보드.CD롬드라이브 등이 없으면 제품을 만들기가 어렵다.

이렇듯 세계 PC시장의 이면에서 알려지지 않게 성장가도를 달려온 대만 PC업체들이 이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철저한 전문화와 원가절감, 그리고 대량생산으로 그만큼 싼 제품을 만들어내고 그에 따라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대만업체들은 지금까지 축적해온 기술력과 독자적인 생산방법을 무기로 자체 브랜드에 의한 판매를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제품의 기획에서 상품화에 이르기까지 신속한 처리과정, 각별한 비용절감 노력, 그리고 세계 어디에서도 뒤지지 않는 부품 생산능력 등을 갖춘 대만업체들은 이제 자신들의 이름으로 물건을 내놓더라도 경쟁력에 자신감이 있다고판단하고 있다. 업체마다 자체 브랜드 판매를 강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에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역시 세계적 기업 으로 성장한 에이서다. 에이서는 급격한 가격인하와 급변하는 기술의 흐름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자적인 생산전략을 구사해오고 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컴퓨터업체들에게 는중요한 공급처였던 에이서는 지금까지의 성장을 바탕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제품 선택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중시, 자체상표의 판매를 강화해 나갔다.

그 결과 올해 자체상표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85%나 늘어난 2백20만대의 기록적인 신장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에이서의 자체 상표전략은 일단 제대 로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이서의 이러한 약진에는 반제품 형태로 수출, 현지 고객의 요구에 맞춰신속하게 조립 생산하는 이른바 "패스트 푸드"전략이 적중했다.

즉 대만에서 반제품형태로 출하된 PC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16개의 조립라인에서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즉석에서 구성,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대만의 노트북 PC업체인 트윈헤드 인터내셔널사(TIC)도 에이서와 같이 자 체브랜드 판매를 확대함으로써 대만 최대의 노트북 업체로의 도약을 꿈꾸면 서이를 위해 작년 가을 휴렛팩커드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대만업체들은 자체 상표로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그동안 최대고객이자 파트너관계를 유지해 왔던 미국 PC업체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있다. 동반관계의 이미지 구축을 통해 시장에서 좀 더 유리한 지위를 확보 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대만의 마이택 인터내셔널사가 미국 PC업계의 1인자인 컴팩과 제휴한 것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다.

양사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미국 가정용 PC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 고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데스크톱 PC의 공동개발 및 생산에서 협력한 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여기서 컴팩은 제품의 디자인.설계.제조.테스트에 이르는 전과정을 관리하고 마이택은 품질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전세계 에있는 자사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키로 했다.

컴팩과의 제휴를 통해 마이택은 월 10만대의 제품을 출하함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PC업체와 손을 잡음으로써 시장진출에 있어 든든한 후견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만의 PC업체들은 또한 IBM호환기종뿐만 아니라 워크스테이션 분야에서도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타퉁사는 스파크 엔지니어링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 선사에 이어 2인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타퉁의 계열사인 TSTI의 칸 찬사장은 타퉁이 이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부품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TSTI는 지금까지 제품발표에 있어 항상 선의 뒤만 따라왔지만 올해안에는신제품을 선과 거의 동시에 발표, 이 분야의 최고 거인과 한번 겨뤄보겠다는야심에 차있다.

한편 대만업체들은 급변하는 컴퓨터기술에 적극 대처하고 이 시장에서 실력자로 계속 인정받기 위해 자국 업체들끼리의 연합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93년에 결성된 "대만 PC 신제품 컨소시엄". 이 컨소시엄은IBM.모토롤러를 포함, 마이택.타퉁.데이터텍 엔터프라이즈사(DEC).유맥스 데이터시스템사 등 대만의 30개 PC업체가 연합으로 결성했는데 이중 몇개 업체는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CeBIT 95"에 "파워PC 604"를 발표했고 올 하반기에는 이의 상품화를 계획하고 있다.

또 하나는 TFT LCD분야에서의 연합. 전통적으로 일본이 절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 분야에서 대만업체들은 독자적인 기술확보를 통해 PC의 경쟁 력을 보강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난야 플래스틱사, 차이나 스틸, 에이서 패리퍼럴, 중화 픽처 튜 브사 등 4개업체가 공동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10.4인치 컬러 TFT LCD의 연구에 나섰다.

오는 97년 완료되는 이 연구에 정부는 20억 대만달러를 지원하고 4개사가 4백만 대만달러를 각각 투자하게 된다.

이 TFT LCD의 연구가 성과를 거두게 되면 새로운 표시기술을 요구하는 노트북 PC분야에서의 대만업체들은 위상을 한층 강화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국제무대에서는 남의 이름으로는 계속 살아남기 힘들다. 지금까지의고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체상표에 대한 마케팅과 함께 이를 뒤받침하는가격과 기술력등의 경쟁력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대만의 PC업체들은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