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TV홈쇼핑 "파리 날린다"

전통적인 물류개념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면서 유통산업의 체계도를 바꿔놓았던 홈쇼핑. 80년대 말부터 미국 케이블TV의 채널을 통해 시작된 홈쇼핑 서비스는 집에서 편안히 앉아 쇼핑을 해결하는 동시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매력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크게 각광받아 왔다. 덕분에 홈쇼핑 전문업체 인QVC와 홈쇼핑 네트워크(HSN)사는 미래의 노다지를 캐는 행운아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부풀려진 인기에 비해 TV홈쇼핑이 전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홈쇼핑시장은30억달러규모. 전체 소매시장 규모가 2조1천억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0.1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영국시장은 전체 소매거래의 0.02%에도 못 미치는수준.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실정은 영국과 비슷하다.

더구나 올해초 미국의 쇼핑잡지인 "컨슈머 리포터"지는 홈쇼핑TV가 품질 가격의 불만족, 번거로움등의 이유로 인기가 시들해져 간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해 이 시장의 전도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한 서비스 초반부터 급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91년에만도 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던 홈쇼핑 양대 채널 QVC와 HSN의 성장곡선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4년동안 총매출이 15%의 증가에 그친 사실은 홈쇼핑TV가 미래 유통구조및 고객의 쇼핑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과는 달리 완전히 성숙되기도 전에 업체들로 하여금 향후 사업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고심하게 해주고 있다.

매출부진에 대응, QVC와 HSN은 두개 채널을 하나로 통합하는 등 비용절감 을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들의 움직임은 이 시장에 신규 진출하려는 업체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례로 우편판매업체인 핑거허트 사는 투자가들에 대한 설득에 실패한 후 당초 오는 11월 홈쇼핑 채널을 개설 키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또한 대형 백화점업체인 R.H.메이시도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TV채널 개설작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미국에서 TV홈쇼핑사업이 예상만큼 초반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홈쇼핑TV가 안고 있는 한계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케이블 TV를 통해 소개되는 상품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선택에 한계가 있고 원하는 물건이 프로그램에 소개될 때까지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한다는점 그리고 배달된 물건의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인해 생기는 불신 감 등이 서비스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화형 홈쇼 핑을 제시한다. 즉 홈쇼핑 서비스가 기존 케이블 TV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시 비약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 단계 발전된 홈쇼핑개념인 대화형 TV의홈쇼핑 체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형 TV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초고속 통신망을 통해 멀티미디어로 전달되는 방대한 상품정보는 기존에 문자 중심으로 제공되던 케이블 채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다.따라서 대화형 TV는 홈쇼 핑수요를 획기적으로 촉발시키고 이 시장의 성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대화형TV는 현재 미국의 70개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일본 홍콩 등지에서도 시험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거나 추진중이다. 한편 컴퓨서브와 같은 미국의 상용 온라인서비스업체들은 컴퓨터 통신판매 의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CD롬 카탈로그를 제작, 배포하고 있는데 앞으로정보고속도로가 완전히 구축되어 대화형 TV의 보급이 확산되면 이러한 CD롬 카탈로그도 제작할 필요가 없게 된다. 모든 컴퓨터업체들이 각 가정으로 직접 멀티미디어 쇼핑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홈쇼핑 관련업체들은 이미 대화형 TV의 인프라 구축에 대비해 만반의 채비 를갖추고 있다.미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업체인 타임워너와 통신판매업체인 스피겔사는 기존 케이블 TV의 홈쇼핑채널을 폐지하고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 다주의 올랜도지역에서 대화형 TV의 시험방송을 계기로 대화형 홈쇼핑분야에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케이블TV 홈쇼핑의 선두주자인 QVC와 HSN도 속속 대화형으로 무게중 심을 옮기면서 생존전략 모색에 분주하다.

영국에서도 많은 소매업체들이 인프라 구축의 완료에 대비, 홈쇼핑체제로 의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뉴욕 쿠퍼 앤드 리브랜드 경영컨설턴트회사의 마이클 게이드 홈쇼핑 전문 가는 대화형 홈쇼핑이 보증된 품질, 합리적인 가격, 쇼핑의 편리함, 애프터서비스 흥미등 5가지 요건을 충족시킨다면 앞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고 10년안에 쇼핑문화를 완전히 바꿔놓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또한 일반적으로 시내 중심가에서 매장을 운영,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제 품가의 20%정도를 차지한다는 사실에 비춰 볼때 홈쇼핑사업자들은 상점이 따로 필요없이 창고에서 각 가정으로 직접 배달하기 때문에 그 20%를관련기술이나 배달서비스 개선등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정보기술 연구소인 인테코사는 대화형 TV에 관한 한 조사연구를 통해 앞으로 생필품및 내의류, 가구와 같은 내구재 상품들은 대화형 홈쇼핑 을 통한 구입이 전체 소매거래의 50%까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홈뱅킹이나 주문형 비디오(VOD), 또는 주문형 음악(MOD), 여행 서비스와 같이 배달이 필요없는 무형의 상품이 대화형 쇼핑에서 더 각광받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신선도 유지를 요하는 식품이나 소비자가 직접 입어 보기를 원하는 하이패션등은 홈쇼핑이 정복할 수 없는 부문으로 남아 있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무튼 기술및 비용문제의 해결과 함께 대화형 TV의 보급이 일반화되면 기존의 TV 홈쇼핑은 대화형체제로 필연적인 이행과정을 밟을 것이며 관련업체 들도 그 속에서 살 길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