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의 "중기 살리기"

재계가 공동으로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일부 대그룹들이 개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협력 중소 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전 회원사로 확산시키기 위해 전경련 차원의 중소기 업지원협력 실천방안을 마련、 최근 회원사들에 통보했다고 한다.

전경련이 마련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 협력 실천방안은 크게 3가지다.

하나는납품대금 결제기간 단축, 현금결제 확대, 운영 및 설비자금의 장기 저리 지원.지급 및 연계보증대상 확대 등 중소기업의 최대 요구사항인 자금 난해소책이며, 또 하나는 기술인력 장기 파견, 신경영기법 제공, 환경 및 안전진단 무료실시 등 중소기업 취약분야인 기술 및 경영에 대한 실질적 지원 이다. 마지막으로는 핵심 수입부품의 공동개발, 중기개발제품 우선구매, 대기업의 해외 지사망을 통한 수출마케팅 지원, 해외 동반진출.협력업체 공개 모집 등 동반자 관계로서의 지원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에는 불안정한 거래선、 취약한 기술력과 함께 영세한 자본 및 자금회전 악화가 빠질 때가 없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 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았으나 대개는 실질적인 효과보다 관계부 처의 생색내기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거창하게 내세운 지원규모 를 뒷받침할 자금조성방안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재계 공동의 지원방안은 종래 지원방식보다 한 차원 높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제반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해결책이라는 데 효과가 기대된다.

이 실천방안중에서 특히 중기 자금난 해소책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협력업체에만 해당되지만 8대 그룹이 지원하겠다고 밝힌 중소기업 운영 및 설비운전자금만도 3조2천3백억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획기적이다. 여기에다 지급 및연계보증을 확대하겠다고 하니 중소업체들의 금융대출이 종전보다는 개선 될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제조업체 제품의 70%이상을 대기업이 구매한다는 점에서 납품 대금의 현금결제 확대 등의 조치 역시 괄목할 만한 발전이다.

특히 삼성 LG 현대 선경 등은 기술 및 기능인력 1백~5백명을 협력 중소업체에 장기 파견하겠다고 했고, 나머지 대기업들도 기술이전 및 현장 기술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것은 협력업체들의 기술향상을 통해 제품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지만, 한편으로 중소기업들에게 신기 술을 축적시켜 무한 경쟁시대에 자력 갱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다는점에서 효과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지원방안은 모두 협력업체 에 해당된다. 따라서 우선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소위 중견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 또 대기업과 관계없는독립 중소기업, 또는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어디인가하는 점이다. 물론 LG그룹 등 일부 업체에서는 협력업체 공개모집과 입찰 구매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문제의 해결 기미가 보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룹계열의 중소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간에 형평과 양극화현 상이 상존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웬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은 중소업체는 이같은 지원혜택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에 재계가 합심해서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서기로 한 이상 실제 로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모두 이 문제에 관심을기울여 모든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경련은 이와관련 지난 29일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를 열어 비협력업체의 지원을 전 경련차원에서 실시하기로 결정했고, 삼성은 1일 전국 11개지역에 중기제품 상설전시장개설, 할부팩토링회사 설립자금 지원, 첨단분야 진출기업 자금지원등을 발표해 기대가 되고 있기는 하다. 정부 조달물자에까지 국제적 공개 입찰이 적용돼 가는 무한경쟁시대에서 대기업들은 자신의 계열기업으로부터 만납품을 받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공개경쟁을 통해 우수한 중소 기업이 언제든지、 어느 대기업에라도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모든 그룹으로 부터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들도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대기업들이 지원、 해결 해주길 바라기보다는 자체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대기업이라 해도 무한한 지원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또 이번 대기 업들의 공동 지원방안은 대통령의 당부에 의한 것인 만큼 지속성없는 단발성에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때문에 대기업의 지원책에 대해서는 현재에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반요인으로만 삼는 중소기업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무한경쟁 시대에 중소기업이 살아나가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이납기 준수는 물론 기술 및 품질 수준 향상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게 시급한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