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들의 사랑법을 그린 수작 영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X세대 연애방식 중경삼림(중경삼임) X세대들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와 비디오들이 쏟아져 나와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 영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홍콩 신세대들의 CF처럼 감각적인 사랑을 그린 <중경삼림(중경삼임)>, 그리고 90 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자기중심적이고 도발적인 사랑을 그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는 남편이 있는 두 여자의 사랑이야기. 희미한 기억 속의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 은재(최진실)의 동화 같은 사랑과, 물불을 가리지 않고 빠져드는 윤수의 불꽃같은 사랑이 대조적이다. "유부녀 는 사랑할 수 없나요"라고 묻는 요즘 미시족 주부들의 달라진 애정관이 잘 드러난 비디오.
지난주말 개봉된 <중경삼림>은 감각파 신세대들이 열광할 만한 영화. 무라 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대사, 뮤직비디오처럼 현란한 카메라기법, 그리고 슬로 모션과 격렬한 운동감을 교차시켜 만들어낸 특이한 화면이 영상 세대들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다.
내용은 네 사람의 남녀가 벌이는 사랑과 실연의 옴니버스 드라마. 전편은 헤어진 연인을 기다리다 지친 남자(금성무)가 바(bar)에서 처음 만난 금발의 여자(임청하)와 나누는 하룻밤의 사랑이야기.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을 기한 으로 정해 놓고 실연의 늪에 푹 빠져 지내다가 오늘부터는 잊겠다고 선언하는 남자의 모습이 자못 신세대적이다.
후편은 옛 애인을 생각하며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과 대화를 나누는 남자 (양조위)와 그에게 한눈에 반한 패스트푸드점 아가씨(왕정문)의 풋풋한 사랑얘기다. 패스트푸드점 아가씨는 실연한 경찰의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 우렁각 시처럼 청소를 하고 물건들을 갈아치운다. 60년대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들으며 태양의 도시로 날아가기를 꿈꾸던 이 당돌한 처녀는 영화의 마지막에 그 꿈을 이루고 사랑도 성취하는 밝고 건강한 신세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왕가위 감독은 홍콩감독으로서는 드물게 전세계 영화평론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네아티스트. 독특한 느와르 <열혈남아>의 상업적 성공과 60년대를 배경으로 청춘의 허무를 그린 다분히 유미주의적인 걸작 <아비정전>에 이어 <중경삼림>으로 다시 한번 그의 추종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프리섹스를 즐기며 성공을 위해서는 친구마저 배신하는 이기적인 X세대 엠제이 남성 위주의 화단에 반발을 느끼는 추상화가 아만다, 순진한 사회사업 가프랭키 세 여자의 인생관이 모자이크된 한 편의 청춘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필라델피아 국제영화제 금상 수상작으로 <스피드>의 산드라 블록, <아마 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츠 역을 맡았던 엘리자베스 베리지, <불 을찾아서>의 동굴여인으로 캐나다 아카데미상을 받아낸 레이 던 청 등 초호 화캐스팅이다. 그 밖에 <바르셀로나> <청춘스케치> <아름다운 시절> <네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등도 사랑과 삶에 대한 X세대의 생각을 읽어보고 싶은 기성 세대들에게 한번쯤 권할 만한 작품들이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