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소니는 선두주자다. 문제는 있지만 결단만큼은 훌륭하다." 일본 소니사가 지난달 10일 발표한 새 임원보수제도에 대해 일본 산업계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소니사의 새 임원보수제도는 임원에 대해 보수의 일부를 신주인수권 워런트 배당금지급증서 으로 지불하는 것.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소니는 10억엔 의신주인수권부 사채(워런트채)를 발행, 워런트 부분을 공제해 비상근 이사 를제외한 36명의 임원에게 지급했다. 임원이 실적증대에 노력한 결과로 주가 가올라가면 임원은 이 워런트를 행사해 자사주를 비교적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소니의 계산에 따르면 주가가 6천엔이 될 경우 5천3백30엔으로 발행되는 워런트채의 권리를 행사하면 임원 한 사람당 세후이익은 2백80만엔이 된다.
지난7월 이후 시장환경의 악화를 이유로 임원보수를 동결하고 있는 소니는이 워런트채를 임원보수의 증가분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소니의 새로운 제도는 유럽이나 미국기업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스톡 옵션"과 거의 같다. 단지 워런트를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본에서는 임원에 대한 양도를 목적으로 한 자사주의 장기보유를 금지하는법규 때문에 지금까지 "스톡 옵션"과 같은 제도는 극히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가 워런트라는 방법을 동원해서 사실상의 "스톡 옵션" 제도를 시행하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배경에는 미국제조업계의 호조에 따른 경쟁격화와 함께 엔고와 국내경기의 침체라는 극한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기업경쟁력를 제고하는 길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사실 이러한 위기감은 다른 일본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수출기업은 새 기술을 개발하고 가격인하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도 막판에 엔고라는 벽에부딪치게 된다. 때문에 각 업체는 "계열"이라는 일본 특유의 경영방식을 구미와 같은 형식으로 전환해 왔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일본의 주식회사제도 아래에서 기업만의 노력으로 구미기업들과 대등한 기업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여러가지 규제가 기업의 체질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력확보 및 육성에 필요한 "스톡 옵션"은 금지되어 있다.
이와 관련 오랫동안 인사부문을 담당해 온 소니의 하시모토(교본) 부회장 은"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이용하는 것은 구미에서는 당연 시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화가 점점 요구되는 시대에 이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것은 일본기업으로 하여금 손발을 떼고 싸우라는 것"이라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결국 소니는 현행 법률에서 금지하는 스톡옵션을 워런트라는 방법을 사용해사실상 도입한 것이다. 법률의 규제조항을 교묘히 피했다는 점에서 주목된 다. 소니의 새 제도 도입은 내부적으로 지난해 단행된 사업재편과 밀접한 관계가있다. 이 사업재편에서 소니는 상사(상사)제를 도입, 사업부문을 8개로 나누고 각 상사에 책임자를 두었다. 사업책임한계를 명확히 해 사내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시행과 함께 소니 경영진은 "각 상사의 노력에 대한 인 센티브를 어떻게 주느냐"를 놓고 고민해 왔다. 매년 결정하는 임원 보수에는 중간 실적을 반영하기가 어렵고 또 반영하게 되면 회사측으로도 경비 부담을 안게 된다.
"스톡 옵션"은 이를 어느정도 해결해 준다. 주가상승분을 보수로 돌릴 수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업에는 기본적으로 경비부담이 없다. 소니는 새 제도를 올해는 임원에게만 적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관리직에도 적용할 예정이 다. 각 상사의 부장급에도 인센티브를 주어 이 제도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는것이다. 그러나 새 제도는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세법상의 문제가 있다. 워런트는 그 자체가 금융상품이라 소득세가 붙는다. 소니가 발행한 워런트채 10억엔 중 워런트부분의 가격은 1억1천만 엔. 이것이 임원에게 지급되면 급여소득으로 간주된다. 지난해 소니 임원들이 받은 보수는 평균 4천4백만엔. 워런트의 지급분에 대해선 거의 최고세율인 65%가 적용돼 총액에서 7천만엔정도의 세금이 붙게 된다. 결국 소니 주가가 워런트의 지급후 크게 오르지 않으면 임원은 엄청난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이와 관련 닛코증권의 한 부장은 "워런트를 스톡옵션으로 사용하는 방법은현행법상 가능한 최선의 방법이지만 세법상의 우대가 따르지 않으면 장점이 별로 없다"는 견해다.
또 소니의 새 제도가 현행법이 금지하는 "스톡 옵션"과 본질적으로 다르지않은 만큼 상황에 따라선 규제가 따를 수 있다는 위험성도 있다. 사실 일본 상법에는 자사주의 장기보유만을 금할 뿐 자사의 워런트채나 전환사채에 대한 조항은 없다. 법률의 맹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소니가 사전 에 대장성에 타진한 후 이번 워런트채를 발행했기 때문에현재의 법규가 개정 되지 않은 채 워런트가 일본판 "스톡 옵션"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이 경우에도 세제면에서의 우대가 필수조건이다. 현 시점에서 워런트채제도가 다른 업체들에게도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다만경단연이 스톡 옵션의 중요성을 강력히 제안하고 있고 당국도 지난 3월 관련협의를 벌이는 등 점차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니측도 "우리가 이 시기에 굳이 워런트를 도입한 것은 스톡 옵션의 중요성을 사회에 알리는 의미도 있다 며 자사의 조치를 강변한다. 스톡 옵션의 도입이 일본기업의 활성화에 중요한 것은 틀림없다. 동시에 이것은 일본 주식사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쳐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소니의워런트제가 일본에서 본격적인 스톡 옵션이 제정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