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렇게 비싼 관람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79년 4천명에서 92년 14만5천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어떤 전시회도 이처럼 컴퓨터 업계를 한곳에 집결시켜 놓을 수는 없었다.
한가지아이러니한 것은 전시회가 최첨단 기술을 전시하는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일즈는 가장 오래된 방식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첨단 정보통신 시대에도 고객과 업체가 직접 만나 서로 얼굴을 맞대며 협상하는 방법을 대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컴덱스 쇼의 참가업체들은 그런면 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시회에 불참할 경우 가장 최신의 기술 조류를 파악하지 못할 것이 두려윗기 때문에 매년 참가하였다.
컴덱스는 1백2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전시 공간과 20마일에 달하는 복도사이에 빽빽이 들어선 참가 업체들이 서로 경쟁사보다 좋은 인상을 주려고 아우성 쳤기 때문에 밀림을 방불케 했다. 아니 오히려 밀림보다 더 소란스러웠다. 마이크와 음향 시스템을 통해 참가업체 대표들이 떠들어 대는 소프트 웨어 시연 내용이 들려 왔으며 하루 종일 영화 및 비디오가 상영되고,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쏟아져 나왔을 뿐 아니라 몰려든 사람들의 소리로 박람회는 시장통처럼 되었다. 이런 가운데 설치된 IBM 부스에서는 PC가 사람의 음성을 식별케 하는 저렴한 소프트웨어가 시연되는 도중에 고장을 일으켰다. 시스템을 시연하던 회사 대표는 기계가 작동되지 않아 안절부절했다. 다른 직원 한명이 고장 원인을 추적한 결과 박람회 소음이 주범이었음을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회장의 소음은 제트기의 이륙시 내는 소음과 유사한 80 데시빌 이상이었던 것이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회사의 규모만으로도 컴덱스 박람회 에서 두드러질수 있었다. 따라서 작은 회사들은 다른 전법을 이용했다. 예를들면 결정적인 순간까지 신제품을 숨겨 두었다가 발표하거나 라스베이거스 전역에서 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빼놓지 않고 활용했고 컴덱스 박람회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도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 그들은 또 전문 모델이 나오는 패션쇼를 개최하거나 레이저 쇼를 열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컴 덱스에 한번도 참가하지 않은 컴퓨터 업체는 도저히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넥스트는 잔뜩 겁먹은 상태로 92년 가을 컴덱스 박람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92년은 선 마이크로시스템즈가 PC분야에서 관심을 모으려고 주력했던 해였기 때문에 컴덱스에서 넥스트와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의 만남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선사의 스콧 맥닐리는 넥스트보다 준비를 더 완벽하게했다. 선사는 컴덱스 박람회에 맞춰 개발한 저가의 컬러 워크스테이션인 SPARC 클래식을 전시하기 위해 4천8백평방 피트를 임대했다. RICS 마이크로프 로세서에 기본으로 탑재한 이 제품의 가격은 파격적인 3천9백95달러로 책정 되었다. 선사는 박람회가 개최되기 전에 라스베이거스에 1백여명을 보내어 그들이 박람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전파했다. 그들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를 임대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다 쉽게 볼 수 있는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선사는 컴덱스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IBM만큼 거액을 투자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선사에 비해 넥스트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다른 작은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넥스트도 거대한 박람회 규모에 비해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그래서 넥스트는 타업체들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
넥스트의한 대변인은 "대중 속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 고 말했다. 넥스트는 전시 공간을 임대하는 대신 별관 옆 건물에 있는 6백평 방 피트에 불과한 조그마한 사무실을 임대했다. 넥스트는 공식적으로는 컴덱 스에 참가했지만 본 박람회 장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넥스트 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고객이 넥스트를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전시 시간도 넥스트는 다른 업체들과 차별을 두었다. 컨벤션 센터에자리잡은 업체들은 초 전 10시부터 전시를 시작했지만 넥스트는 오후 1시에 개장하며 4일 동안만 참가 했다.
넥스트는 관객들에게 보여 줄 하드웨어가 없었을 뿐 아니라 유닉스 워크스테이션 애플 매킨토시 그리고 IBM 호환 퍼스널 컴퓨터처럼 가격을 낮추지도못했다. 넥스트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IBM 호환 컴퓨터에서 운용될 수 있는 넥스트 스텝 486 소프트웨어의 원형이었다. 그러나 넥스트는그것도 8개월 후에야 기계가 완성된다는 말을 덧붙여야 했다. 항상 그랬듯이적과의 싸움에서 넥스트가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스티브 잡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