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4일. 1백년 국내 통신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통신사업자유화 조치가 발표됐다. 통신서비스분야의 대외시장 개방에 앞서국내업체에게 이를 먼저 개방, 전면적인 자유화를 단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대한 세부 절차로 정보통신부는 개인휴대통신(PCS)분야에 3개, 주파수 공용통신(TRS) 10개, CT 2 11개, 무선데이터 3개, 무선호출 2개, 국제전화 1개 외에 다수의 회선임대사업 등 올해 30여개 사업자를 허가하겠다는 후속 조치를 마련했다. 또 나아가 내년에는 시외전화를 비롯 위성통신서비스, 저 궤도위성서비스 외에 양방향무선호출 등 정부가 구상하지 못한 새로운 통신 사업도 허가해 주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안에 전기통신사업법의 사업공고 내용을 개정, 사전공고 없이도누구나 새로운 통신사업을 제안하면 이를 평가해 사업허가를 해주기로 했다. 물론 국내업체에 이러한 통신서비스사업을 자유화한 후 정부는 오는 98년 경에 세계 어느기업이라도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통신서비스사업을 할 수있도록 대외개방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시기를 변경 허가신청 요령은 올해안에 공고하고 사업자 선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칠방침이다. 그러나 98년이면 미국의 거대 통신기업인 AT&T를 위시로 일본의 NTT, 영국의 BT, 프랑스의 FT와 같은 내로라는 세계적인 기업군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데는 변함이 없다. 즉 우리보다 자금력과 기술력에서 앞선 거대기업들 이보다 편리한 통신서비스와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앞세워 한국시장에 침투 그동안 온실속에서 자란 국내통신기업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80 년대초 호황을 누린 국내 봉제완구업체들이 중국에 경쟁력을 상실, 모조리문을닫은 것처럼 앞으로 3년후면 정보통신 서비스분야도 능력이 없으면 곧바로 도산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는 것이다.
대외 시장개방 후 이들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은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직접적인 진출이고 나머지는 국내 기업을 앞세운 자본참여다.
이 가운데 직접진출의 경우 우리기업보다 경쟁우위인 첨단기술력과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면서 정치적인 압력을 가해 보다 더 강도 높은 동등접속 등의 요구를 해올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 담배가 국내 시장에 진출,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것처럼 국내 입맛에 맞는 서비스와 경쟁우위의 가격정책을 앞세워진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자본참여를 통해 국내 진출할 공산이 매우 높다는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자본참여의 경우 초기에는 일정비율의 지분을 가진 뒤 이를 점차 늘려 나가면서 사업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분석하면 국내 통신서비스업체와 컨소시엄을구성, 서비스사업권을 따낸 뒤 통신장비 및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일정지분을 차지한 뒤 지속적인 서비스 지역 확대로 인한 장비공급으로 점차 지분율을 늘려나간다는 내용이다. 즉 자사의 장비를 국내에 팔아 지분을 갖는 꿩먹고 알먹는 식의 투자가 예상된 다. 물론 이과정에서 앞으로 자유화될 외국기업의 국내기업 합병등도 병행해 추진, 이를 통해 최후의 실권자로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처절한 경쟁구도에서 우리기업이 살아남고 나아가 한국의 통신서비 스시장이 외국기업에 의해 좌우되지 않게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방화정책 및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정부가 당초 올해안에 30여개 신규통신사업자를 서둘러 허가하고 내년에는시외전화 등 각분야에 걸쳐 새로운 사업자를 뽑아 숫자적으로 외국기업에 대응해 보겠다는것도 개방에 앞서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데 목적 이 있다. 서둘러 국내기업에게 통신사업을 자유화, 협소한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은 사업자를 뽑아 놓아 외국기업이 좀처럼 쉽게 진입하지 못하게 하자 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8월에 발표하기로한 통신사업 허가기준이 9월로 연기됐고다시 내년 상반기로 사업자 선정이 연기돼 정부가 급변하는 통신시장변화 에신속히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정부의 통신정책을 갑자기 변경해 국민들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난도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통신시장개방을 쌀시장개방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이를 소극적으로 모면하면 대외개방 수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일본.EU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보다 못한 후진국들조차도 빠른 속도로 시장개방을 하고 있어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서는 이를 따르지 않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은 WTO체제하에서 국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경쟁도입과 민영화.규제완화.자유화가 동시에 급속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특히각국마다 정부가 운영해온 기존의 독점체제의 통신사업을 민영화하면서경쟁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효율적인 기반구축을 위해 외국인의 자본까지 1백% 참여할 수 있도록 인정하는 대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별로 자유화 정도를 살펴보면 미국은 전반적인 기본통신서비스를 개방 한데 이어 현재 무선국의 외국인 지분마저 최대 25%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국 제회선재판매도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최근 시내전화사 업자와 장거리사업자간, 전화사업자와 CATV사업자간 경쟁을 가속화시키기 위 한통신법안 외에 PCS주파수경매 등을 통해 주파수까지 외국인 참여를 추진하고있다. 15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유럽연합(EU) 역시 오는 98년 1월부터 유선.
무선망.CATV등의 기본통신망과 기본통신서비스를 전면경쟁체제로 전환하기 로결정하고 각 국가별로 경쟁력강화 방안을 마련, 추진중에 있다. 특히 EU내 에서 가장 폐쇄적 통신시장구조를 가진 독일도 도이치텔레콤(DT)의 민영화를추진하면서 통신시장 전반에 경쟁도입을 위해 법개정을 내년초중 단행키로 했으며 신규사업자 허가를 추진하기 위해 98년 1월부터는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의 기본방침을 세워놓았다.
일본은 이미 80년대 후반에 1종 망사업자에 외국인 지분을 3분의 1까지 허용 NTT KDD는 각 20%로 제한)하는가 하면 97년말까지는 공.전.공 접속을 허용해 음성재판매서비스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은 경쟁체제구축을 위 해지난해 6월 위성서비스에 대한 외자제한을 폐지하는 한편 11월에는 CATV사 업자의 시내전화서비스 제공도 허용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WTO 기본통신협상을 통해 현재 41개국이 참가한 기본통신협상그룹(NGBT)을 구성, 시장개방에 있어 사업자수 및 외국자본참여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외국인을 내국인과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내용의 다자간 및 쌍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협상의 내용중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은 사업자수 및 외국자본참여에 대한 제한을 철폐 또는 대폭 완화하고, 사업허가절차 및 기준 등의 규제를 풀라는 것이다. 또 기술개발자금 등의 지원까지 외국인을 내국인과 똑같이대우해주고 상호접속을 보장, 어느 누구나 통신사업에 나설 때 어려움이 없게하며 공정경쟁을 보장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통신협상국 가운데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은 이번 WTO협상 을통해 자국의 능력있는 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통신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규제완화 및 공정경쟁분위기를 조속히 갖추라고 요구 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수출규제 등을 통해 다른 산업분야에 보복하겠다는 것이 미국측의 주장이다.
여기에 미국은 한국의 주도적 사업자인 한국통신이 시내.시외.국제 등의 부문별로 회계를 분리, 상호보조를 금지함은 물론 토지이용과 번호호환성까지보장하는 등의 공정경재보장장치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 역시 미국의 요구와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어느정도 시장을 개방, 외국기업에 상대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개방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EU는 외국인의 지분소유 제한철폐와 외국인의 동등대우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또 기본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회선재판매를 허용하고 경쟁 사업자간 상호접속을 비차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EU는 외국 인의 무선국 설립을 금지하는 전파법 5조를 폐지하며 공중전화시장을 완전자 유화해줄 것을 WTO쌍무협상을 통해 얻어내려는 것이다.
기술력을 앞세워 국제적인 통신사업을 추진하는 일본은 공.전.공 접속을 포함, 재판매사업의 전면자유화 외에 CATV 서비스 사업자에 대한 전화서비스 허용과 국제위성통신서비스에 대한 외국인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또 형식승인 유효기간 및 성능시험기관 제한 폐지와 외국의 시험데이터를 인정해줄 것을 희망하는가 하면 한.일간 국제위성통신서비스의 자유화를 주 요쟁점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통신사업 자유화를 통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려는 근본목적달성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통신시장을 개방해야만 하는 상황 에놓여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통신사업구조조정은 늦은 감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미 1~2년전에 국내기업에 대한 시장개방을 단행 이들이 경쟁력있는 서비스에 나설 수 있도록 앞을 내다봤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적인 기술개방에 들이는 공만큼 소프트웨어나 통신망운용등과 같은 서비스분야에서도 시대적 흐름에 따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제 통신시장개방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지만 역으로 이용하면 우리기업이 노하우를 확보해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신시장개방을 모면하는 소극성이 아니라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적극성과 진취성이다. 기본통신시장 개방협상을 우리 경제규모에 상응하는 시장개방으로 추진하고 해외시장 진출기회를 최대한 확보해 경제활동의 세계화를 촉진 하고, 21세기 정보화사회의 핵심 생산요소인 정보통신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한국경제사회의 수준을 진일보시키는 전기로 활용할 때 우리는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