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일본의 "생산슬림화 열풍" (하)

일본 후쿠시마현 시라카와시에 있는 마쓰시타통신공업의 시라카와공장은 은행 등에서 사용되는 감시용 카메라 주력생산공장이다. 마쓰시타통신은 이 공장의 생산혁신을 토대로 지난해에는 일본시장에서 점유율 34%로 1위에 올랐다. 마쓰시타통신이 정상에 오른데는 거품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5년전 경영 진과 이 공장 현장기술자간의 격렬한 논쟁이 하나의 계기가 됐다.

당시 기술부장이었던 스즈키 현 상무는 "한번에 5종류의 카메라를 동시개발 동시생산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현장 기술자들은 "기술부장은 실제제품을 만들어 본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제안을 한다"고 반발했다. 그때까지 통상 감시용 카메라의 모델변경은 제일 간단한 제품에서 시작, 서서히 고급기종으로 전환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일련의 모델변경이 완료되기까지 2년정도가 걸린다.

"모델을 변경하는데 2년이란 긴 세월을 허비하면 기술은 낡아버려 급변하는시대에 뒤떨어지게 된다"는 게 당시 스즈키 상무의 생각이다. 당시 엔고도시작됐다. 이에 따라 스즈키 상무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감시용 카메라 생산공장 은국내에 둘 수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반강제적으로 개발.생산의 이노베이션 혁신 을 추진했다.

이 작업은 우선 수요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 늘어나는 라인의 선별로부터 시작됐다. 5종류의 기본회로 별로 나뉘어 있던 생산라인을 일체화하고 77종 류의 카메라를 최종조립하는 라인만을 나뒀다. 라인이 부채꼴모양을 형성해" 부채꼴라인"이라고 명명했다.

이 작업이 가능한 것은 감시용 카메라의 생산라인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프린트기판의 제조공정을 일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종류의 프린트기판을 동시에 생산하기 위해서 프린트기판의 크기를 1백50mm×1백50mm로 통일했다.

부품점수도약 1천점에서 8백19점으로 줄였고 나사수도 44개에서 22개로 감소시켰다. 게다가 프린트기판에 부착하는 부품의 간격도 1㎝당 종래의 2배인 13점으 로했다. 이 결과 제품도 작아졌다.

지난해부터는 기본회로를 1개 더 늘려 6개의 기본회로를 1개의 라인에서 생산, 92종류의 감시용 카메라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물론 설비 나인원은 일체 늘리지 않았다.

이 설계.생산의 이노베이션은 작업방법도 변화시켰다. 설계자도 생산기술 자도 현장 작업자도 동시병행적으로 몇개의 프로젝트를 갖게 됐다. 불필요한 작업은 전체의 생산계획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공장의 한 간부는 "공정을 바꿈으로써 자연 불필요한 것은 사라졌다"고 말한다. 사실 불필요한 라인의 철거는 쉬운 일이 아니고 결단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 결과물로 독창적인 기술개발을 가져다 준다.

*Mind의 켄우드 지난 91년 8월 조업개시한 나가노켄우드는 카오디오를 일관생산하는 최신 공장이다. 이곳은 거품경기때 설계된 공장답게 호화롭다. 배모양으로 디자인된 전면은3층까지 모두 유리벽으로 되어 있다. 4층에는 테니스코트가 있고 그 옆에는사원들의 휴식공간으로 전망좋은 카페테리아가 있다. 건물에만 33억엔, 내부설비에 45억엔을 들였다.

뿐만 아니라 최신 자동화설비를 갖췄고 종업원 4백80명의 공장내부에는 무 인반송차를 사용한 라인이 6개나 된다.

그러나 거품경기의 붕괴, 급속한 엔고의 시련기가 닥치며 자동화설비는 오히려 버거운 짐이 됐다.

나가노켄우드의 변신작업은 자동화 일변도 의식의 부정으로부터 시작됐다.

우선긴 컨베이어를 잘라 3~4명이 모든 공정을 맡아하는 작은 라인으로 바꿨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경간사첩반라인"이라는 조립공정을 한사람이 전부맡는 라인으로 전환했다. 당연히 고성능 로봇이나 무인반송차는 사용할 수없게 돼 사라졌다.

4인, 3인, 그리고 1인. 조직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개인의 책임은 명확해 진다. 경간사첩반은 작업자에게 자신만의 공간과 같은 것이 된다. 자연적으 로기계를 자기 자식처럼 여기는 애착심이 생기고 창의력도 살아나게 된다.

그결과 자동화의 경우, 회로가 들어간 부품의 땜납작업을 하는 로봇을 현장 작업자가 개발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1대가 2~3인의 일을 하는 로봇의 제작에 든 비용은 1백20만엔으로 근로자의 4개월치 급여에 해당한다. 자동화기 계나 로봇, 무인반송차가 사라진 라인은 보기도 좋을 뿐아니라 옆사람이 무엇을 하는지도 한눈에 파악하게 된다. 그 결과 작업자의 마인드는 책임위주 에서 경쟁으로 1백80도 바뀌게 됐다.

나가노켄우드는 이같은 작업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의식변화에 걸맞는인사제도도 도입했다. 그 골자는 개선안을 많이 제안하고 기능습득이 빠른 사람이 고속승진하는 것이다.

일례로 고등학교를 졸업, 2년째 일하는 종업원이 올 4월 계장급에 해당되는유닛매니저로 승진했다. 약관 20세인 그는 밑에 여성종업원 10여명을 거느리게 됐다.

나가노켄우드는 작업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앞으로는 개인 능력에 따라 보너스에 차등을 둘 계획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노조측도 찬성하고 있다.

작은공장으로의 혁신이 노사관계에도 변화를 준 셈이다. 야마시타 사장은 현상황에 대해 "회사를 설립했을 때보다도 채산유지가 어려운 지금 사원들이 더 의욕적"이라고 말한다. 사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즉 작은 공장으로의 변화가 작업자들의 경쟁의식을 자극 내재해 있는 자발성.적극성을 이끌어 낸 것이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