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통신시장 빗장 풀린다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등 구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동구국 가들이 최근 통신시장 개방과 민영화 방향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그 주요목적이 통신현대화임은 말할 나위없다.

통신현대화에 대한 의지가 강력해 이들 국가의 설비투자계획은 한동안 서구통신업체들의 주목을 끌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체코정부의 최근 움직임은 이 지역국가들의 추세를 대변해 준다. 체코 통신부의 카렐 디바 장관은 지난 6월초 오는 2000년까지 체코 텔레콤 SPT 사를 고객지향적이고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통신회사로 육성하기 위해 SPT의 부분적인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바 장관의 이같은 발표가 있은 지 얼마 안된 6월말 체코정부는 SPT의 지분27 를 독일 스위스컨소시엄에 14억5천만달러로 매각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정보통신시스템을 현대화한다는 계획이 전격적인 민영화를이뤄낸 것이다.

통신설비 현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중부 및 동부 유럽 국가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통신 시설의 현대화만이 공산주의 체제속에서 고립됐던 자신들 의경제를 세계로 편입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임을 잘알고 있다.

이들 구공산권 국가들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독점해온 시설에 대해 그 지분 을서구국가들에게 염가로 매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에는 2가지 목적이 있다.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재원조달이 용이하다는 점과 자국 통신망의 업그레이 드와 국제통신망과의 연결에 필수적인 첨단기술을 확보하는데 최선의 선택이 라는 것이다.

헝가리의 움직임이 이를 잘 시사한다.

헝가리는 통신망 현대화를 위해 외국투자를 맨먼저 유치한 선구자다.

헝가리정부는 지난 93년 12월 전국적인 중계회선의 현대화를 위해 외국 투자기업들에 개방하고 민영화를 추진했다.

헝가리 국영통신업체인 마타프사의 30.3% 지분을 미아메리테크와 독도이치텔레콤 DT 의 컨소시엄인 메이지어컴사에 8억7천5백만달러에 매각했다.

쇄도하는 외국투자자와 국내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해 서구업체들이 국영통신업체에 지분참여토록 한 것이다.

최근 헝가리정부는 마타프사의 추가지분 40%를 10억달러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통신현대화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헝가리정부가 안고있는 막대한 외채 및 내국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에 소주주에서 대주 주로 전환하려고 노리고 있는 메이지어컴사가 관심을 갖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추가지분이 메이지어컴사에 배당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사회당 정부가 증권거래소를 통해국내 투자자들이나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다른 외국업체에게 매각할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현대화는 필요하나 그렇다고 해서 기간시설인 통신시스템을 외국업체 에게 내줄 수 없다는 헝가리정부의 딜레마를 엿보게하는 대목이다.

헝가리와 체코의 통신민영화만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스크바에 전적으로 통신을 의존했던 슬로베니아나 슬로바키아와 같은 발 틱연안 국가들도 통신현대화를 추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주목적은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한편으로 경제발전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 헝가리나 체코처럼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루마니아와 불가 리아의 통신현대화도 괄목할 만하다.

특히 루마니아는 광케이블망과 함께 중계회선의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5천km의 광케이블망을 구축한다는 계획 아래 1단계로 이탈리아의 서티 스파사와 일본 토멘사를 통해 1천7백km를 구축한데 이어 지난7월에는 3천2백km의 디지털 광케이블망을 구축하기 위해 지멘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지역국가중 가장 행보가 빠른 국가는 폴란드라 할 수 있다.

폴란드 국영회사인 텔레콤 폴스카는 지난 5년 동안 중계회선망을 업그레이 드하기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최근엔 향후 5년동안 50억달러를 추가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텔레콤 폴스카의 민영화는 다소 느린 편이어서 오는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개방마저 느린 것은 아니다.

최근 폴란드정부는 2000년까지 전체 통신시장의 20%에 해당하는 지역통신 시장에 대해 경쟁체제를 도입한다는 통신법안을 마련하는 한편 지난 8월에는 2개의 이동통신사업을 외국업체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AT&T, 벨 애틀랜틱, US웨스트, BT 등 대형 서구업체들이 관심을보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