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텔레포니카사, 중남미 "통신시장 맹주" 야심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사가 중남미에 통신제국을 건설해가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의 첨병인 자회사 "티사"를 앞세운 텔레포니카가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를 비롯해 콜롬비아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통신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일반전화 및 휴대전화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등 중남미지역 통신시장을 지배 하기 위해 한발한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티사사가 황금향 엘도라도를 찾아 중남미 통신시장에 닻을 내린 것은 지난90년. 호주의 투자가인 앨런 본드로부터 칠레의 통신업체인 CTC의 주식 인수를 계기로 이 지역에서의 통신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티사의 중남미 상륙에 대해 당시 남미 언론들은 "피사로 후예들의 남미대륙침탈이 5백년만에 재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그러나 20세기의 침략은 훨씬 더 계획적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16세기의 것을 압도하고있다. 티사는 아르헨티나의 "타사" 칠레의 "CTC" "퍼블리기아스" 페루의 텔델페루 등과의 제휴를 축으로 베네수엘라의 "CANTV" 푸에르토리코의 "TLD" 콜롬비아의 "코셀코"등을 엮어 중남미 통신시장을 파고들었다.

이들은 티사의 우산 아래 마치 하나의 업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시장의 중복이나 경쟁을 피하면서 효율적으로 맡은 지역을 개척해가는 등 최대의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들은 다른 업체에 비해 앞선 통신서비스를 제공, 이 지역에서 보다 많은 통신수요를 창출해냈다.

이 결과 지난해 티사가 이 지역에서 올린 세전수익은 1억8천9백80만달러로 텔레포니카그룹 전체 수입의 20%를 차지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티사의 이러한 성공에 대해 공격적인 시장전략 외에도 이 지역에서 사업을 전개해가는데 있어 객관적 조건이 유리했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조상의 음덕을 입은 셈이라는 것이다.

중남미지역은 대부분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주 로사용하고 있고 또 지역 주민의 정서가 스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스페인 업체인 티사가 이 시장에 파고들기에 용이했다는 것이다. 라틴계통 민족의 공통점이라고 알려진 것처럼 티사는 일단 사업이 결정되면 급속도로 계획을 추진했다. 중남미지역을 통틀어 단지 40여명의 인적 자원을 가지고 통신시장 을개척한 티사의 신화는 거의 전설이 되다시피 했다.

이제 티사는 중남미지역에서 일반전화회선 7백만회선과 케이블TV및 멀티미 디어사업 등을 다양하게 펼쳐가게 됐고 통신네트워크의 현대화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더욱 더 높여가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모기업인 텔레포니카는 중남미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이 지역을 기반으로 유럽과 미국등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야심찬 전략을 세웠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들에게 파트너로서의 매력을 잃었던 텔레포니카는 이제 이들의 적극적인 구애에 시달리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전지구적 규모의 단절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징검다리격인 텔레포니카 티사 와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 세계 통신시장에 널리 퍼지게된 것이다. 즉, 어느 업체든 텔레포니카를 거치지 않고는 세계시장으로 뻗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이 회사는 성장한 것이다.

텔레포니카는 올들어 스웨덴의 텔리아, PTT텔레콤 네덜란드, 스위스PTT 등 이주축이 된 유럽지역의 통신컨소시엄인 유니소스의 주식을 매입했다. 유니소스는 또 미국의 AT&T사가 유럽지역에서의 사업을 위해 설립한 유니월드와제휴를 맺었다. 따라서 티사가 세계로 나가기 위한 문이 활짝 열린 셈이다.

남미지역 통신매주 티사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이에 따라 텔레포니카의중남미 통신제국의 영토는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대로 간다면 20세기 후반 코르테즈및 피사로의 후예들은 조상들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으로보인다. <허의원기자>